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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igzeze Nov 30. 2018

[단상] 이 시대의 인턴들에게

3년차 회사 선배가 전하는 푸념같은 위로

오늘 회사에 중요한 이슈 하나가 있었습니다. 5개월간 인턴으로 근무했던 친구들의 최종 합격 발표가 있었던 날이었죠. 2년 전 쯤 저 역시 같은 자리에서 심장 떨리던 경험을 했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지금 보니 어느새 저는 그때의 생생했던 기억은 2년 사이에 희미해졌고, 그 간절함은 어느새 다른 회사를 생각할 여유도 생겼습니다. 인턴이 아닌 저에게 오늘은 평소와 다르지 않은 그 어떤 날이었습니다. 굳이 덧붙이자면 '11월 말일로 바쁠 것 같은 하루'.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였습니다. 그렇게 아무렇지 않았던 '하루'가 우리팀 인턴의 흔들리는 눈빛을 보며 달라졌습니다. 이렇게 글을 쓰고 싶게 만든 걸 보면 말이죠. 부당한 그 어떤 감정을 함께 느꼈기 때문에 사회생활을 한발 먼저 디딘 선배로서 위로하고 싶어졌습니다. 


애초에 인턴에게 몇명 전환될 지 조차 공유되지 않은 5개월은 일방적이기만 합니다. 교육이란 명목하에 업무시간 외적으로 버텨야 하는 야근, 어느 팀에서든 손이 부족할 땐 손을 보태고, 암묵적으로 동의되는 심부름, 휴가 반납 등. 주어지는 보상이라곤 사회 생활이 원래 그런거다 한마디. 부당했지만 전환을 위해 벼텼을 겁니다.  이번엔 하나 같이 고생한 인턴 중 30%의 친구들만이 정규직 전환에 성공했습니다. 70%의 인턴 친구들의 노력이 부족했던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팀의 TO, 영업이익, 예상 성장률, 경기 부진 등 다양한 이유가 자리를 만드는 요소로 작용되기 때문이죠. 부당한 그 어떤 감정은 이렇게 인턴 친구들의 노력 여하와 상관없이 자리가 협소해졌기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어릴 때의 저를 생각해 보면 모든 게 제 탓인 것만 같았습니다. 서류 불합격이 되었을 때, 인턴에서 정규직 전환이 안 되었을 때, 취준 기간이 길어질 때 등. 모든 잘못이 다른 친구보다 부족한 내 스펙, 사교성, 인맥 등 온갖 이유를 갖다 붙이곤 했습니다. 그런데 조금 지나 돌아보니 세상에 너무 나와 비슷한 수준의 친구들이 많았을 뿐이었고, 그 비슷한 수준에서 '운'이 큰 영향을 미쳤던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취업률은 그때 보다 떨어지고, 더 살아남기 힘든 사회가 된 것 같아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오늘 회사에서 눈물을 보이던 친구들이 많았습니다. 예상치 못한 결과에 하염없이 눈물이 났나 봅니다. 우리팀 인턴도 동기들의 탈락 소식에 본인의 합격을 마냥 즐기진 못한 체 불안한 눈빛을 보였습니다. 이런 뒤숭숭한 회사 분위기 속에서 퇴근길에 취준생인 제 동생이 떠올라 전화를 걸어봤습니다. " 괜찮은 회사는 찾았어?" , "있는데, 무서워..." 무섭다는 동생의 답변에 외다리를 걷는 듯한 예전의 제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지금 많은 분들이 편히 잠 못 이루고 잡코리아, 인크루트, 사람인, 독취사 등을 뒤지며 제 밥그릇 찾기 여념 없을 거라 생각됩니다. 


막연한 말이지만 내 탓하지 말고 힘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제 동생같은, 또 저의 예전 모습과 같은 그대들이 부족하기보다 세상에 여유가 없다는 걸 알면 좋을 것 같습니다. 결국 바라다 보면 꿈은 이뤄진다고는 말하지 못합니다. 그러지 않은 세상이란걸 많이 겪어 봤기에. 내 길을 찾아 꾸준히 걸어 나가시길 응원합니다. 그냥 이렇게 오늘의 단상을 남기고 싶어 남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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