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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하 Aug 06. 2023

군대는 바뀌지 않았다

<D.P> 시즌 1 리뷰


지난 7월 28일 넷플릭스 드라마 D.P의 시즌 2가 시작되었다. 현실적인 군대의 상황을 적나라하게 표현한 <D.P> 시즌 1은 상영 당시 각종 미디어 사이트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고, 시청자들에게도 큰 인기를 끌었다. 감독은 성공적인 마무리와 함께 시즌2를 예고했고, 2년 만에 다시 넷플릭스에 모습을 보였다. <D.P>의 새로운 시즌이 개봉된 기념으로 지난 시즌 1을 다시 정주행 하였고, 당시 미처 발견하지 못한 부분을 포함해 짧게 그 내용을 전달하려 한다.     



군인 잡는 군인. D.P     

백날천날 탈영범 잡아와 봐 여기서도 저 지랄인데 탈영을 안 하고 배겨?
- 한호열 상병


가정폭력과 사회의 부조리함을 일찍이 경험한 주인공 “안준호”는 누구의 응원도 받지 못한 채 군에 입대하게 된다. 훈련소 안에서 교관은 “생각이라는 걸 하지 말고, 훈련만 받으면 된다”라고 하며 군대의 부조리한 사상을 주입하고 생각의 자유를 억압한다. 지옥 같았던 5주간의 훈련이 끝난 뒤 키가 크다는 이유로 헌병이 된 주인공은 자대에서 군대의 절망적인 현실을 마주하게 된다.     


헌병임무를 수행하는 주인공의 자대는 군기강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이유로 온갖 부조기가 자행되는 곳이었고, 안준호의 선임은 그에게 아무런 이유 없이 폭력과 폭언을 가한다. 그러던 중 주인공의 뛰어난 신체 능력과 추리 능력을 발견한 중사 박범구는 그에게 DP를 제안하고, 주인공은 자신의 선임인 안준호 상병과 함께 DP임무를 수행하며 탈영범들을 다시 부대로 복귀시키는 데 성공한다.     


나라를 수호하는 군대 역시 다양한 사람이 모인 단체이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갈등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작품의 제목이기도 한 D.P는 헌병의 일원으로서 탈영병을 복귀시키는 임무를 맡은 특수한 병과다. 작중 탈영병들은 선임에게 심한 부조리를 당하거나, 심적으로 고통받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물론 탈영은 엄연한 범죄이기 때문에 그 어떠한 이유에서도 용납되지 않는 행동이지만, 탈영병 각 개인이 겪고 있는 고충과 억울함에 공감하는 DP인원들과 시청자들은 씁쓸한 기분을 쉽게 지워내기 힘들다.     




복수의 칼날을 누구에게 향하는가     


나 방독면 씌운 애들 전출 간대
걔네가 전과자 되고 영창에 가고 이런 게 아니라
그냥 아무일도 없었던 것처럼 다른 데로 간다고
- 최준목 일병


그러던 와중 같은 헌병의 일원인 조석봉 일병이 부대에서 탈영을 하게 되는 큰 사건이 벌어지게 된다. 평소 자신의 선임 “황장수 병장”에게 심한 구타와 부조리를 겪었던 조석봉은 황장수가 제대할 때 마음 속 응어리가 풀리지 않은 상태였다. 황장수는 그에게 형식적인 사과를 건네며 “그래 그래 미안해”라는 말로 모든 과거를 잊어버리자고 하지만, 그의 말에 진심이 담기지 않았다는 사실은 모두가 알고 있다. 다른 선임들 역시 “좋은 날인데 왜 그러냐” “이 자식은 분위기 파악을 못하네”라는 말로 상황을 마무리하려 하고, 피해자의 지워지지 않는 상처를 없애려고만 한다.      


부대에서 탈영한 조석봉은 황장수에게 복수하려 흉기를 들고 그의 집으로 찾아간다. 자신의 동료인 조석봉을 다시 부대로 복귀시켜야 하는 DP일행은 우여곡절 끝에 그를 체포하지만, 억울함과 분노로 가득 찬 조석봉은 끝까지 그를 용서하지 못했고, 다시 한번 도망치게 된다. 군대는 흉기를 소지한 조석봉을 테러범으로 지목하며 SDT 특임대와 경찰까지 소집하며 최악의 경우 그를 사살하려 하지만 DP일행은 마지막까지 그를 설득하려 노력한다. 하지만 조석봉의 울분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았고 결국 황장수의 머리를 향하던 총구를 자신의 머리로 옮기며 자살을 택한다.     


조석봉의 분노는 군대 내에서 서서히 그 몸집을 키웠다. 작품 초반, 선임들에게 구타를 당한 안준호에게 조석봉은 “우리는 나중에 애들 때리지 말자”라고 하며 군대 부조리의 대물림을 끊으려 한다. 그러나 한 개인의 노력만으로 고착화된 군대 문화를 바꾸긴 불가능에 가까웠다. 조석봉을 비롯한 수많은 후임병사들이 부조리를 당할 때에도 간부와 동료들은 모른 채하거나, 방관하였고 이로 인해 조석봉은 깊은 회의감에 빠지게 된다. 그의 직접적인 분노는 자신을 괴롭힌 황장수를 향해있었지만, 그 분노의 근본적인 원인은 군대에 있는 모든 이들로부터 시작되었다.     




사람은 변하지만군대는 변하지 않았다.     


저희 부대에 있는 수통 있지 않습니까
거기 뭐라고 적혀 있는지 아십니까
1953
6.25때 쓰던 거라고. 수통도 안 바뀌는데 무슨
- 조석봉 일병 


군대는 변하지 않았다. 뉴스에 조석봉의 자살사건이 보도되어도 타 부대에선 그를 미친 사람으로 취급할 뿐 그 누구도 조석봉의 마음을 헤아리려 하지 않았다. 군대 내에서도 문제가 외부로 유출될 걸 우려해 조석봉의 탈영 사건을 묻으려고 할 뿐 그 누구도 변한 사람은 없었다. 결국 시즌 1의 마지막화 에필로그에서 조석봉의 친구인 “김루리 일병”이 해당 사건을 뉴스로 접하고 생활관 내에서 총기 난사를 일으키며 D.P시즌 1은 막을 내린다.     


시간이 흘러도 D.P의 인기가 사그라들지 않는 이유를 생각해 보았다. DP라는 일반인에게 생소한 병과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시청자들이 작품의 내용에 공감할 수 있었던 이유는 여전히 변하지 않은 군대상을 사실적으로 묘사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예전보다 나아졌다곤 하지만 그것은 외부에 보여주기 위한 변화일 뿐 근본적인 변화는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 작품의 배경인 2014년과는 5년이라는 차이가 있긴 하지만 내가 겪었던 군대의 추악한 모습은 작품 속에 그대로 남아있었고, 거진 10년이 차이나는 지금의 군대 역시 비슷한 형태로 존재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DP 시즌2에서는 에필로그에 등장한 무장 탈영범 “김루리 일병”의 이야기로 진행되고, 주인공 안준호를 비롯한 한호열 상병, 조석봉 중사 등 반가운 얼굴을 다시 만나볼 수 있다. 미디어를 뜨겁게 달군 DP의 인기가 2년이 지난 현재에도 지속될 수 있을지, 그리고 방영 이후 우리에게 또 어떠한 울림을 줄지는 지켜봐야 알겠다. 다만, 이러한 작품들을 통해 조금이라도 군대의 폐쇄적인 문화가 바뀔 수 있다면 다음 시즌도, 그다음 시즌도 두 팔 벌려 환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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