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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지혜 Jul 06. 2024

[팟캐스트] 듣는 것만으로 위안되는 이야기들

회사를 다니지 않는, 무소속 생활을 시작하다 보면 무수히 많아지는 시간들을 맞닥뜨려야만 한다. 그 시간 안에서 일과 쉼을 스스로 배분해야 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나에게 일은 내가 움직여야 만들어지고 완성될 수 있는 것이기에 하루에 할 일을 정해두고 하나씩 끝내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았다. 그보다 고민이 된 지점은 일에 집중하다 잠깐 쉼이 필요할 때, 혹은 일을 마치고 나서 휴식을 취할 때 영상 한 편, 릴스 하나가 도통 끝나지 않는 터널로 이어지는 데 있었다. 분명 첫 시작은 일에 도움이 될 것 같은 주제였는데 나중에 정신을 차리고 나면 뚱딴지같은 곳에 서 있을 때가 많았기 때문이다. 시간을 허비하는데 시간을 애써 쓰는 느낌이었다.


그러다 문득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이 없던 옛날에는 어른들이 이 무료한 시간을 어떻게 보냈을까 생각하게 됐다. 물론 TV가 큰 역할을 했겠지만, 그보다는 라디오가 먼저 떠올랐다. 운전을 하면서, 집안인을 하면서, 혹은 반복되는 단순 작업을 하면서 눈이 아닌 귀로 이야기를 듣는 것에 익숙했을 것이다. 자연스럽게 과거에 여러 번 시도하다 이내 흥미를 잃고 잘 안 쓰는 앱으로 방치해 둔 팟캐스트가 생각났다. "요즘에도 팟캐스트가 잘 되나?" 처음에는 순전히 궁금한 마음에서 묵혀둔 팟캐스트를 오랜만에 꺼냈다.


예전에 영어 공부 한다고 저장해 둔 영어 관련 채널을 뒤로하고 요즘사, 위켄드 등 형광 톤의 색을 쓴 채널들의 커버가 눈에 띄었다. 요즘사는 종종 유튜브로 시청했었기에 더 반갑기도 했다. 그렇게 팟캐스트 한 편을 틀어두고 저녁을 차려 밥을 먹고, 남은 집안일을 했다. 눈이 기계에 갇혀있지 않으니 팟캐스트를 들으면서 어떤 일이든 자유롭게 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무엇보다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은 한 번 빠지면 거기에서 나오는 게 여간 쉽지 않았는데, 팟캐스트는 시각적 자극을 동반하지 않아서인지 콘텐츠에서 벗어나는 일이 훨씬 쉬웠다. 쉼을 끝내고 다시 일에 집중해야 할 때 홈 화면에서 정지 버튼을 누르거나 이어폰을 빼기만 하면 된다.


그리고 의외의 지점에서 좋았던 건 채널을 이어가는 팟캐스터의 이야기를 통해 무소속 생활을 이어가는 힘을 얻을 때가 많았다는 것이다. 보통 한 주제에 대해 두 명의 팟캐스터가 이야기를 나누는 방식인데, 그들의 대화 속에서 내가 고민하고 있던 지점과 불안했던 지점을 자주 발견하곤 했다. 주제를 접근하는 방식에서 간접적으로 고민이 해소될 때도 있었고, 단순히 공감하는 마음에서 위로를 받기도 했다. 나와 같이 무소속 생활을 이어가는 사람에게, 혹은 빈 시간을 능동적으로 보내고 싶은 사람에게 분명 도움 될 이야기가 많을 거라고 느낀다. 그래서 요즘 자주 듣고, 또 앞으로도 계속 들을 거라고 생각하는 몇 가지 팟캐스트 채널을 추렸다. 나는 보통 팟캐스트 어플을 통해 듣지만, 팟빵이나 스포티파이 등의 어플에서도 대부분 같은 콘텐츠를 청취할 수 있다. 




1. 일상과 자기 계발 그 중간쯤에 있는 이야기 

강소팟 / 무소속 생활자 

"잘 산다는 건 뭘까?", "어떤 일을 해야 행복할까?", "미래의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인생을 살다 보면 피어오르는 일과 삶에 대한 일상적 화두를 적재적소에 던지고, 담담하게 풀어가는 채널. 평소 툭 까놓고 심도 있게 이야기하기 어려웠던 추상적 주제(용기, 창작, 계획, 영어 등)에 대한 타인의 시선이 궁금하다면 강단과 소신의 강소팟을, 프리랜서 생활에 대한 공감을 얻고 싶은 분이라면 도아, 예진의 무소속 생활자를 추천한다. 



2. 브랜드와 브랜딩, 사람에 대한 이야기

요즘사 / 양말 파는 인간 

주목받는 브랜드의 과거와 이면, 혹은 직접 브랜드를 운영하며 겪은 일화를 통해 브랜딩의 다양한 면면을 살펴볼 수 있는 채널. 요즘 궁금했던 브랜드의 이야기를 듣고 싶은 분이라면 요즘사의 요즘 것들의 사생활을, 16년간 이어져온 양말 편집숍 브랜드 삭스타즈의 비하인드를 듣고 싶은 분이라면 양파인의 양말 파는 인간 채널을 추천한다. 



3. 알아두면 쓸데 있는 세상 굴러가는 이야기
B주류경제학 / 김지윤의 지식 Play
 

듣고 있는 것만으로도 세상 현실을 가늠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관심을 잊지 않게끔 하는 채널. 기업의 재무제표를 통해 특정 산업의 경제와 문화 현상을 알고 싶다면 토스의 B주류경제학을,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다양한 영역의 국내외 최신 소식을 듣고 싶다면 김지윤의 지식 Play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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