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틸니스> 전시를 돌아보며

exhibiton & artist talk 스틸니스

by 한지혜

인물이나 제품이 아닌, 왜 하필 공간이었을까. 분야를 정한 이후로 종종 받아온 질문이다. 그리고 그 결정에 조금이라도 영향을 준 작가가 있다면, 아마도 최용준 작가가 아닐까 싶다.


최용준 작가 인스타그램 @___yjc

그가 담아낸 구도와 색감, 군더더기 없는 공간의 한 장면을 보면서 나도 이런 사진을 찍고 싶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의 사진을 볼 때마다 작은 감탄이 습관처럼 나오곤 했으니, 전시 소식을 들었을 때 가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더욱이 운이 좋게도 작가의 이야기를 직접 들을 수 있는 아티스트 토크 프로그램에 당첨되어 작가님을 뵐 기회까지 생겼다.



전시 포스터 @cociety_

이번 전시는 최용준 작가를 포함해 조재무, 홍기웅 작가가 함께한 3인 공동 전시였다. 고요와 정적을 의미하는 <스틸니스>라는 주제 안에서 세 작가의 각기 다른 시선이 담겨 있다. 사진을 한 번이라도 찍어본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눈앞의 장면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셔터를 누르는 그 고요한 찰나를. 이토록 사진가의 일과 맞닿은 단어가 또 있을까. 개인적으로도 주제에 깊이 공감할 수 있었다.



사진들은 세 작가가 일상 혹은 여행 중 포착한 순간들이라는 점에서 그 궤를 같이 한다. 일부러 누구의 사진인지 이름을 표기하지 않았다고 하는데, 마치 한 명의 작가가 풀어낸 듯 비슷한 분위기가 느껴진다는 점이 신기했다. 이번 전시를 위해 새롭게 촬영한 것이 아니라, 기존 작품 중에서 주제에 맞는 사진들을 선별했다고 한다. 대신 음악만큼은 이번 전시를 위해 뮤지션 송영남 님(@songyoungnam123)의 감각이 새롭게 더해졌다.


아티스트 토크에서 송영남 님은 이번 전시를 위한 곡을 만들면서, 음악이 전시 작품을 압도하지 않도록 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고려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원하는 장면을 포착하기 위해 숨죽이며 기다렸을 그 순간, 작가들이 "오늘 저녁은 뭐 먹지?", "내일은 뭐 하지?"처럼 사소하고 때로는 귀여운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상상하며, 장난감이 굴러가는 듯한 사운드를 음악 중간중간에 넣었다고 한다. (이런 이야기를 듣고 다시 음악을 들어보면 그 사운드가 더욱 생생하게 느껴진다.)




이처럼 아티스트 토크에서는 전시를 기획한 기획자와 참여자들의 기획 의도를 직접 들을 수 있었다. 특히, 사진과 사진 사이의 간격을 일부러 좁히고 대각선으로 배치해, 마치 좁은 골목을 걷다가 예상치 못한 장면을 목격하는 듯한 느낌을 주도록 연출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나 역시 건물 틈 사이로 보이는 고층 빌딩이나, 코너를 돌다 우연히 마주한 순간을 카메라에 담아본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 경험에 기대 다른 사진가들은 비슷한 상황에서 이런 장면을 담아내는구나, 공감과 경외의 마음으로 전시를 감상했다.


이번 전시를 보고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았다. 전시가 열린 코사이어티라는 공간도, 직접 들은 최용준 작가님의 작업 방식도, 아티스트 토크에 참여한 나처럼 공간과 건축 사진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은근한 열정도. 스스로도 정리가 잘 안 되는 건, 이 모든 것이 각각의 것이 아니라 한데 어우러져 그 시간을 완성해 냈기 때문일 것이다.


사진가, 뮤지션, 기획자. 각기 다른 분야의 창작자들이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치열하게 고민하고, 눈에 보이는 결과물을 관객들에게 선보이기까지— 그 과정에 대한 고요할 수 없는 의지를 가까운 곳에서 보고 느낀 시간이었다.





매거진의 이전글담백한 어른이 된다는 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