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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현 Mar 03. 2024

과천 서울대공원 식물원

오늘은 2월의 마지막 날 이제 봄이 다가오니 이번 겨울에  시작한  ‘온실탐방 프로젝트’를 슬슬 마감해야 할 것 같다.


지난해 12월 서울숲의 곤충식물원에서 출발하여 부천 상동호수 식물원과 수원의 일월수목원, 영흥수목원, 가평의 이화원, 창경궁의 대형온실까지 두루 잘 다녀 보며 추위도 피하고 한겨울에도 꽃과 푸른 나무들 사이에서 초록색을 즐기며 걷고 왔다.

그런데 우리가 이번에 둘러본 식물원은 창경궁 온실을 제외하면 비교적 최근에 새롭게 개원하여 화제가 된 식물원 중심이었다.


오늘은 그동안 잊고 있었던 비교적 오래된 식물원을 찾아보기로 한다.

거의 40년 된 과천의 서울대공원 식물원이다.


4호선 대공원역에는 모두 열두 명의  친구들이 모인다. 날씨도 그리 춥지 않거니와 과천 대공원이라니까 왠지 가깝고 친근하게 느껴지나 보다. 오래간만에 나온 친구들도 여럿이 된다.


대공원역 앞의 광장으로 나오니 가슴이 탁 트인다. 저만치 보이는 청계산에는 지난주 내린 눈이 아직도 녹지 않고 덮여 있다. 흐릿한 날씨가 산의 능선을 신비하게 드러내며 낭만적인 풍경을 만들어낸다.  

대공원에 들어오면 걷는 길이 여러 길이 있지만 오늘은 우리가 흔히 다니던 동물원 밖의 둘레길이 아니라  동물원 안으로 들어가기로 한다. 식물원이 그 안에 있기 때문이다.

동물원에 가려면 우선 앞에 있는 청계저수지를 돌아가야 한다. 오늘은 호숫가의 둘레길을 걸어보기로 한다. 햇볕이 강한 날에는 이 길을 피한 적도 하지만 오늘은 적당히 흐린 날이어서 걷기에 딱 좋다. 걸으면서 보는 눈 덮인 청계산과 호수에 비친 산그림자가 동양화에 그려진  절경이다.

내가 이 대공원을 좋아하는 이유는 도심에서 멀리 나가지 않고도 탁 트인 자연미를 충분히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아주 오래간만에 동물원 안으로 들어간다. 봄방학의 마지막날이고 내일부터 삼일절 연휴라서 그런지 동물원 안에 아이들이 제법 보인다.  우리의 아이들과 또 손주들이 어렸을 적에는 한때 동물원에도 오고 이 옆의 놀이공원에도  자주 가곤 했으나 동물원둘레길이 생긴 이후에는 한동안 안에까지 들어오지  않고 돌아서 지나쳐 가기만 한 곳이다.


식물원 가는 길 옆의 동물 우리 안에는 하마와 산양들만 보일뿐 다른 동물들은 잘 보이지 않는다. 이들은 아마 추위에 강한 동물인가 보다. 동물원 중간쯤에 식물원 건물이 있다.

식물원에 들어가기 전에 마침  피크닉 테이블이 보이니 간식 시간을 가지며  쉬어가기로 한다. 그런데  친구들이 준비해 온 간식들이 다양하다.  아직 따스한 앙증맞게 생긴 조그만 군고구마를 비롯하여 바삭한 누룽지, 고추 튀김과 김부각(이런 것들을 모두 이른 아침에 만들어 가지고 온다니 그 부지런함과 정성이 그저 놀랍기만 하다!), 그리고 과일, 과자, 사탕 등등. 또 한적한 주변 덕분에  눈치 보지 않는 (공중에서 리프트  타고 가던 관광객들이 우리를 보았을까?) 우리끼리의 깔깔거림도 추가되는 간식이다.

대공원 식물원은 1985년에 개원하였다고 하니 39 년 된 오래된 식물원이다. 입구에 들어서니 처음에 만난 것이 선인장류인데 남산식물원에서 옮겨온 것이라고 한다. 참!  예전에는 서울의 남산에도 동식물원이 있었다 (1968-2006까지).


오래된 식물원답게 온실을 꽉 채운 소철 나무들의 키가 매우 크다. 온대관에서는 혹시 동백꽃이 핀 것을 아직 볼 수 있을까 했는데 역시 동백꽃은 이미 다 지고 흰 동백 한두 그루만이 시든 꽃송이를 매달고 있다. 예전에 여기서 난생처음 극락조 꽃이란 꽃을 보고 신기해서 감탄한 적이 있었는데 오늘은 어디에 있는지 안 보인다. 이 꽃도 벌써  졌나? 어쨌든 오늘은 꽃이 많이 안 보인다. 이제 곧 야외식물원에 꽃이 만발하겠지?  


전시온실의 규모는 크지 않지만 식물표본실과 자료실까지 자세히 보려면 시간이 상당히 필요할 것 같아서 대강 보고 나온다.  점심장소로 예정한  식당까지 가려면 시간이 꽤 걸릴 것 같으니 말이다.


식당은 대공원역 근처에 있으므로 동물원 출구에서 나와서 이번에는 아침에 온 길과는 반대방향인 오른쪽 길로 간다. 가는 길 왼쪽에는 테마정원(장미원)이 있고 오른쪽으로는 국립현대미술관으로 올라가는 길과  놀이공원인  서울랜드의 정문이 보인다. 큰길 가운데로 코끼리 열차가 지나가고 있다. 한 달 후에는 이 길에 벚꽃이 만발하여 화사한 벚꽃길이 될 것이다. 왼편으로 중간중간에 호숫가로 내려가는 길도 있으나 오늘은 그 길에 들리지 않고 직진한다.


날씨가 포근해서 그런지 산책 나온 노인들도 많아서 식당에 빈자리가 있을까 염려했는데 다행히 조금만 기다리면 한 팀이  떠난 자리를 치우고 고맙게도 우리 일행이 한꺼번에 앉을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해 준단다. 오늘은 이 식당의 부추전을 특히 좋아하는 친구가 오래간만에 나오게 되어 기쁘다고 우리를 점심에 초대한다고 하니 사양할 수가 없다. 부추전 외에 동태탕과 청국장, 고등어구이를 그저 감사하며 맛있게 먹는 수밖에.


집에 돌아오니 오늘은 15000보 이상 걸었다. 서울대공원이 넓기는 넓은가 보다.


2024년 2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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