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를 탔다.
ㅋㅋㅇ택시 기사님들은 대체로 말이 없는 편인데 이 기사님은 말을 하고 싶어 했다.
무더운 날씨로 시작했다.
나는 적당히 호응했다.
더운 날씨에 시위하는 사람들에 대해 얘기했다.
나는 침묵했다.
그도 반응을 읽었는지 새 에어컨을 설치하게 된 이야기를 시작했다.
집에 15kg 되는 강아지가 있어 고장 난 에어컨을 바꿀 수밖에 없었다는 얘기, 2월에 데려와 이름이 이월이고, 생후 2개월 데려왔는데 용변을 화장실에서만 보더라는 '우리 애는 영재' 스토리, 그러더니 얼마 전까지 장판 뜯기에 벽지 긁기에 아주 말썽을 부리다가 다섯 살이 되니 점잖아졌다는 얘기.
어느덧 홍대미대를 간 딸 얘기며, 이혼한 전처는 남보다 못하다는 얘기 끝에 나에게 관심이 생겼는지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애들이 다 컸겠어요."
"네. 그렇죠. (우리 냥따님들은 다 성묘죠)"
"아저씨가 잘해줘요?"
"네. 잘해줘요. (나나 우리 애인을 아저씨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죠. 뭐 나도 아저씨에 가까운 것 같고…)"
"부부사이가 좋아요?"
"네. 좋아요. (그래서인지 이성애자 커플들도 상담 요청을 종종 해요. 어떻게 그렇게 사이가 좋냐고요.)"
어느덧 목적지에 도착해 내리게 되었다.
잠깐동안 우리는 서로의 삶에 따뜻한 관심을 가지고 조금은 연결되었을까?
적당한 거짓말로 그의 관심에 호응하고자 했던 나의 다정함이 그에게 잘 전달되었을까?
그랬을까?
그의 전처를 향한 서운함과 그가 느끼는 외로움에 조금은 도움이 되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