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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평화의 공원

by 지현

입춘 추위라고 일주일 정도 추위가 매섭게 몰아치더니 오늘은 봄날 같이 날씨가 푸근해졌다. 그리고 어제는 정월 대보름이었지만 눈비가 오고 하루 종일 날씨가 흐려서 보름달은 볼 수 없었다. 그러나 오늘 아침에 집을 나설 때는 하늘이 말끔하게 개이고 시리도록 파랗게 펼쳐져 있다.


오늘은 상암동에서 월드컵 공원 중 하나인 평화의 공원을 걸으려고 한다.

6호선 월드컵 경기장역 1번출구에서 여덟 명이 모였다. 역에서 나와 하늘공원이나 노을공원으로 갈때 보통 다니던 경기장 남문 앞 쪽으로 올라 가지 않고 오늘은 반대쪽인 주차장 아래 불광천변으로 먼저 내려 간다.


불광천으로 내려가니 기온이 영상으로 올라가고 햇볕도 좋으나 냇물은 아직도 얼어 있다. 올 겨울에는 늦추위가 와서 한강 물도 예년 보다 이 주일이나 늦게 얼었다고 하더니 추위가 앞으로 얼마나 더 오래 계속될 는지 모르겠다.

불광천의 냇물은 얼었으나 천변 산책길에 내리쬐는 햇볕은 따사로워 봄기운이 느껴진다.

건너편의 물가 산책길에서는 유치원 아이들이 줄지어 걸어가는 모습이 평화로워 보인다.

불광천을 좀더 따라 걷다가 왼편에서 내려오는 홍제천을 만날 때쯤이면 오른 편에 월드컵공원으로 올라가는 길을 가리키는 이정표가 나온다. 이정표를 따라 올라가면 곧 월드컵공원 평화의 공원이 되고 희망의 숲이라는 곳에 들어서게 된다.

어제 눈이 왔으므로 오늘은 눈덮인 소나무 숲을 볼 수 있으려나 하고 기대했는데 숲속 풀밭 위의 눈은 이미 다 녹아버리고 산책로에만 눈이 남아서 우리가 걷는 길이 미끄럽고 위태로워 보인다.

겨울에는 아무도 이곳을 찾지 않는지 평화의 공원에서 산책하는 사람들이 우리들 밖에 없다. 조용해서 좋기는 한데 화장실이 잠겨 있다. 아마 겨울에는 사용하지 않나 보다. 주위를 둘러 보던 중에 에너지 드림센터라는 특이하고 재미있게 생긴 건물이 보인다. 왼쪽으로는 난지한강공원으로 향하는 팻말도 보이고 맞은 편으로는 하늘공원이 서 있다.

평화의 공원 서남쪽 끝에 자리한 에너지 드림 센터는 평소에는 우리가 월드컵공원역에서 나와 곧장 하늘공원이나 노을공원으로 가느라고 무심하게 지나치던 건물이다. 초여름에 그 앞에 있는 장미원까지는 와 본 적은 있으나.

오늘은 이 특이한 건물 안으로 들어가 보기로 한다. 현대적으로 디자인 된 유리 건물로 삐딱하게 기울어진 입구 유리면에 “에너지 제로하우스”라고 써 있다. 안내 팜플렛을 보니 친환경 에너지 정책에 따라 에너지 자립형 미래 건축의 모델을 세우기 위해 설립된 것이라고 한다. 일층 전시관에는 인류의 에너지 발전의 역사를 볼 수 있도록 고대의 부싯돌부터 현대의 친환경 재생 에너지에 이르기까지의 많은 자료를 전시해 놓았다. 환경과 에너지에 관한 교육과 학습의 장으로 아이들과 함께 오면 더 좋을 것 같다.

건물의 벽면과 천장이 온통 유리로 되어 있어 채광도 좋고 전망도 아주 좋다.

에너지 드림센터에서 나와서 난지 연못 쪽으로 걸음을 옮긴다. 연못은 아직 얼어 있다.

서울에서 멀리 가지 않고도 이런 연못에서 겨울에 아이들이 썰매나 스케이트를 타며 놀 수 있다면 아이들 건강에도 좋고 재미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본다. 우리가 어렸을 때는 고궁의 연못이나 한강변 그리고 중랑천변에서 스케이트를 타곤 했는데 이젠 기후온난화 때문에 야외 스케이트장은 불가능할까?

난지연못을 거의 반바퀴 쯤 돌아서 월드컵 경기장 앞 평화 광장에 이르니 그곳에는 2025년을 나타내는 뱀 형상의 조형물이 서 있다. 우리는 그냥 지나칠 수 없지 하며 그 앞에서 기념사진을 몇장 찍고 지나간다.

월드컵경기장 남문 바로 앞에 한층 아래 쇼핑몰로 통하는 계단이 있어 우리는 그리로 내려가서 바로 쇼핑몰 안 식당가로 들어간다.

오늘은 이 안에 있는 가성비 좋은 이태리 식당으로 들어간다. 우리가 월드컵공원에 올 때마다 가끔 들리는 식당인데 세트 메뉴를 주문하면 샐러드와 음료수를 맘놓고 먹고 마실 수 있어 우리들은 어린아이들처럼 좋아 한다. 여기서는 따로 카페를 찾아 가지 않아도 되니 한 자리에 앉아 식후에 수다를 즐길 시간도 넉넉하다.

오늘 평화의 공원이 그리 넓지 않아서 많이 걸은 것 같지 않은데도 집에 오니 11500보가 넘는다.


2025년 2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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