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도 캐나다에서. 팁에 웃고 팁에 우는 캐나다생활
캐나다에 온 지 5개월 차. 나는 이번 달 팁으로만 240만 원을 벌었다.
남편 팁까지 하면 이번 달 팁만으로만 370만 원을 벌었다.
우리 둘의 월급까지 합치면 총 1,140만 원을 벌었다.
한국에서도 넘지 못했던 월 천만 원을 캐나다에 온 지 5개월 만에 찍어버렸다.
돈이나 벌 수 있을까 걱정하던 우리 부부는 아직도 얼떨떨한 기분이다.
캐나다는 팁문화권이다. 요즘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그 팁이 우리를 울고 웃게 했다. 캐나다 로컬 친구에게 들어보니 카드결제 기계가 도입되기 전엔 레스토랑에서만 팁을 냈었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모든 곳에서 팁결제 페이지를 마주해야 한다. 테이크아웃 카페를 가도, 심지어 직접 주문하고 직접 음식을 받고 식사 후 쓰레기까지 고객이 직접 버려야 하는 푸드코트에서도 결제화면에서 팁은 10%부터 시작한다. 게다가 팁뿐만 아니라 세금도 내야 하기 때문에 메뉴판에 쓰여있는 가격만 생각했다가는 결제하는 순간 두 눈을 의심하게 될지도 모른다. 남편과 단둘이 식당에 가서 5만 원어치의 음식을 먹는다면 팁과 세금을 포함해 최소 6만 원은 넘으니까 말이다(물론 캐나다 물가로는 5만 원에 밥을 먹는 것도 쉽지 않다). 한국에서 30년을 넘게 산 토종 한국인인 나는 캐나다에 오고 나서 한 동안은 이 팁문화에 적응이 되지 않았다. 팁을 적게 주면 무례한 사람이 되는 것 같았고, 팁을 많이 주기엔 내가 받은 서비스가 충분하지 않은 것 같았다. 사실 조금 솔직해지자면 반년이 지난 지금도 매번 팁페이지 앞에서 얼마를 내야 할까 잠시 고민한다.
하지만 나는 팁을 내는 소비자이자 팁을 받는 근로자다. 그리고 그 팁이 나의 월급을 두 배가까이 올려준 근원이기도 하다.
오전엔 카페에서 바리스타로, 오후엔 스시집에서 서버로 일하며 팁을 받는다. 카페보다는 스시집에서 받는 팁이 훨씬 많고, 바쁘게 일한 날엔 팁이 시급을 넘어설 때도 있다. 가끔은 내가 충분히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했는데 팁을 받으면 미안해지기도 하고, 반대로 최선을 다했는데 NO TIP을 받으면 허무해질 때도 있다. 그렇게 하루하루 팁문화권 속에서 울고 웃으며 적응해가는 중이다.처음 서버 일을 시작할 때의 목적은 단순했다. 바로 ‘팁 문화권을 직접 경험해보기’였다. 나에겐 아직도 팁을 낼 때마다 조금은 어색하지만, 이곳 사람들에게는 너무나 당연한 일상이라는 사실이 신기했다. 그들의 문화를 가장 가까이서 느껴보고 싶었고, 그래서 서비스직을 택했다.
이제 팁을 받으며 일한 지 세 달. 여전히 어색함은 남아 있지만, 분명 달라진 점이 있다. 최선의 서비스를 받았을 땐 망설임 없이 팁을 낼 수 있게 되었고, 내가 최선을 다해 서비스를 제공했을 땐 그 결과에 연연하지 않게 되었다는 것이다. 캐나다에서 팁은 단순한 돈이 아니라 ‘감사의 표시’라는 걸 깨달았다. 그리고 그 감사의 방식은 사람마다 다를 수밖에 없다. 정해진 답이 없는 것이니, 나 역시 내가 하고 싶은 만큼 주고, 또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해 서비스를 제공하면 되는 거다.
팁에 웃고, 팁에 울지만, 결국 그 안에서 나는 새로운 문화를 배우고 나 자신을 단단하게 다듬어 가고 있다. 오늘도 그렇게 캐나다의 일상에 조금씩 더 스며드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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