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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emiz Apr 06. 2020

재택근무, 도대체 뭐가 문제였을까?

집에서 일하는 장점을 충분히 누리기 위한 '마인드 세팅'

현재의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상황이 발생하기 전, 

나는 올해 1월 초부터 3월까지 약 세 달간 집에서 일을 하곤 했다. 이유는 발바닥에 염증이 생겨 치료를 마치지 않고는 출근이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다행히, 이 점을 배려해주신 대표님 덕분에 집에서 원격근무를 할 수 있었다.


나는 앞서 말한 기간 동안 '계획된 재택근무'를 경험하며 여러 시행착오를 겪었기 때문에, 현시점의 갑작스러운 재택근무에 적응하지 못한 주변 친구들(이 글을 읽는 대다수는 내 친구들과 같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지만)과 달리 지금까지도 재택근무를 병행하며 수월하게 일하고 있다.


'재택근무'에 관한 많은 글들에서 나오듯, 

재택근무는 1) 자율적인 시간 조정 및 배분이 가능하다. 2) 몸과 마음이 편하다. 3) 돈을 절약할 수 있다. 4) 업무 효율과 집중도를 상승시킬 수 있다. 와 같은 수많은 장점들을 갖고 있다.


하지만 재택근무 초기의 나는 내가 알고 있던 장점들에게 역습을 당했고 그로 인해 몇 번의 기회와 꽤 많은 시간을 허비하고 말았다. 그래서 이번 글에는 재택근무를 하게 되면 반드시 찾아오는 위기와 이를 슬기롭게 대처하는 방법에 대해서 적어볼 예정이다.






까짓 거 어려운 일도 아니고,
후다닥 하면 금방 다 처리할 수 있을 거 같은데?



"까짓 거"와 "후다닥", "금방"으로 구성된 위의 문장에서 보이는 바와 같이, 온갖 오만함과 거만함이 내 머릿속에 자리 잡고 있었다. 실제로 재택근무 초기에는 이러한 생각에 지배되어 있었고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나는 나 자신을 어느 곳에서 일해도 일정 수준 이상의 결과를 낼 수 있는 사람이라고 판단하고 있었기에 후에 다가올 위기는 생각지 않은 채 방심하고 있었다. 이런 믿음은 어느새 스스로를 자만의 구렁텅이에 몰아넣었다. 이것이 정말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은 꽤 시간이 지난 후에 깨닫게 되었다.


'나는 슈퍼맨이 아니었고 앞으로도 아닐 것이다.' 3달의 시간이 지난 후 내가 내린 결론이다. 아무리 익숙한 일이고 잘하는 일이라도 애당초 시작을 하지 않으면 끝이 나질 않는다. 여유로운 시간을 갖고 늦장을 부리다 뒤늦게 일을 시작한다면 결국, 설정한 마감 시간에 쫓겨 일을 급하게 처리하거나 최종 마감 시간을 맞추지 못하고 기한을 늘리는 실수를 하고 말 것이다. (실제로 그랬다.)



맹세코, 재택근무 기간 동안 이런 식으로 일을 한 적은 없었지만...


 방에 있는 침대가 얼마나 푹신하고 안락한 지는  세상에서 내가 제일  알고 있다. (  번도 침대에서 노트북을 펼쳐 일을  경험은 없지만) 예전이나 지금이나 재택근무는 정말 몸과 마음이 편해지는 근무 방식이라는 생각은 변함이 없. 초기에 잘못된 재택근무를 하면서 여러 문제들이 곳곳에서 발생할 때는 마음에 불편함이 있었지만 업무 시간 중간에 잠깐이라도 침대에 누워서 있 것은 언제나 달콤했다. 그러다 때때로 '침대의 유혹' 이겨내지 못하고 굴복해버린 순간도 있었다.



Asana에 기록된 재택근무 초기의 업무 표 - '여유와 온기로 가득 찬'


초기의 업무 일정표에는 많이 허전하고 공백들이 있었다. (위의 사진에서 보이는 빈 공간은 내가 얻은 여유와 편안함이다.) 본래 상세한 업무들이나 주요 업무의 하위 업무 등을 세세하게 기록하길 좋아하는 성격이라, 당시에도 분명히 꼼꼼하게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전체 처리 업무  완수 업무의 수는 현재와 비교했을  70% 정도를 기록했다. 바꿔 말하면, 재택근무 과도기 기간과 현재의 생산성에 30% 이상의  차이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가지 변명을 보태자면, 담당하고 있는 프로젝트가 많은 협업이 필요한 업무가 아니었으며 최소한 업무의 데드라인은  엄수했다. (실제로 이런 식으로 합리화를 시전 하기도 했었다.) 중간중간에  공간이 많은 것은 전일 업무를 연속으로 수행한 경우 거나 기록하기 애매한 하위 업무와 지시들을 상세하게 기록하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개인에게서 발생하는 문제 외에, 재택근무를 하게 되면서 어려움을 갖게 되는  '급격하게 줄어드는 커뮤니케이션'으로부터 발생한. 외근이나 미팅을 나간 상황에서 내부 구성원과 소통이 필요할 때와 마찬가지로 집에서 근무를  때도 필요한 상황이 있다면 반드시 전화나 메신저를 통해서 연락을 하곤 했었다.


하지만,   디테일한 내용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거나 여러 방안을 고려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을 때는 전화와 메신저를 통한 소통이 아닌 보고서 만들어야만 업무 연관자 간에 정확한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질  있었다. 물론, 이전에 회사에서 내부 회의를 진행할 때도 보고서나 보고 자료가 필요한 경우가 더러 있었지만 재택근무에서 비슷한 수준의 커뮤니케이션을 얻으려면 평소보다  많은 보고와 자료를 필요로 하게 되었다.


간단한 질의응답으로 구성된 '대화'라는 가장 보편적인 커뮤니케이션 채널이 줄어든 상황에서 서로 간에 논의가 필요하다면 보고서를 작성하거나 통화 혹은 화상 회의를 요청해야 한다대면 형태의 대화가 최선의 답을 찾는 유일한 방법은 아니지만, 브레인스토밍과 같은 오픈 형태의 회의가 줄어들어 새로운 대응책과 방안에 대한 연구에서 공통 의견을 취합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소통하는 일 자체에 소홀해질 수밖에 없었다.






데드라인까지 완수할 업무의 양이 아닌,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과 태도에 집중하자!



단순히 생산성을 관리하고 처리한 업무를 철저하게 기록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업무 목표를 설정하는 데 있어서 최종적인 결과도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내가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최적의 업무 시간대를 설정하여 근무 시간 내 최대한의 집중도를 끌어낼 계획을 세우는 것을 강조하는 것이다.


나태하고 편안함에 익숙해진 자신을 정상적인 근무 시간에 적응시키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웠다. 그렇지만 내가 처음에 생각했던 업무 처리 총량을 재택근무 이전과 동등하게 가져가려는 생각이 아닌, 우선적으로 업무에 대한 집중도를 같게 하기 위해서 여러 방면으로 노력했다.


불필요한 소품들과 웹페이지 북마크를 모두 삭제하고 (개인 데스크탑으로 일하다 보니, 잡다한 것들이 너무 많았다.) 최대한 모든 근무 조건들을 사무실과 같게 만드려 노력했다. 이전에 24/7이었던 커뮤니케이션 가능 시간과 점심시간을 고정된 시간대로 설정하고 매일 정해진 시간에 Slack 접속하는 것으로 출근을 대신했다.


또한, 개별 업무의 진행도를 상세하게 기록하여 각각의 단계에서 커뮤니케이션이나 코멘트를 받을 수 있도록 기록하는데 집중했으며 한 주의 마지막에는 전체 업무 수행 진행도와 마무리하지 못한 업무에 대해 리스케쥴링(Re-Scheduling)을 하고 미처 기록하지 못한 하위 업무를 추가해가며, 스스로 업무에 트랙킹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이로 인해 업무 시간이 조금 늘어나긴 했지만, 재택근무로 인해 얻게 되는 몸의 편안함과 커피와 교통비 절약 등의 이점을 생각해봤을 때 결코 밑지는 장사는 아니었다.


비로소 재택근무에 적합한 환경과 올바른 자세를 갖췄다고 생각했을 , 완수를 목표로 하는 전체 업무 양을 늘려나가며 기존의 업무량 이상의 수치를 얻을  있었다.   정도의 시간이 지난 후에야 정상 범주로 돌아왔다고 스스로 평가할  있었다. 이러한 모든 것들이 갖춰지고 나니, 이전에 생각해왔던 '재택근무의 장점' 진정으로 영위할  었다.



Asana에 기록된 현시점의 업무 표 - '단계별 상세 업무로 빼곡한'


내가 체득한 방법이 모두에게 해당하는 방법은 아니겠지만,  생산성 관리 툴을 세세하게 작성하고 업무 진행도를 상세하게 공유하는 법을 통해, 커뮤니케이션의 부족으로 인한 어려움을 해소하고 필연적으로 따르는 보고 업무의 양을 줄여 전체 업무에 보다 더 집중할  있었다.


초기의 나와 마찬가지로 우리 대부분은 갑자기 찾아온 간헐적 재택근무에 제대로 적응하기 어려울 수 있다. 자칫 잘못된 재택근무를 방치하다 보면 다시 사무실로 돌아갔을  밀린 업무 때문에 야근을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고 있을지 모른다


단언하자면, "업무를 세세하게 기록하고 스스로 관리하라." 문장으로 나만의 재택근무 팁을 공유하고 제안할 생각은 없으며 이것이 모두에게 유일한 답이라고 생각하고 단정 지을 생각은 없.


다만, 재택근무 기간 동안에 완수를 목표로 하는 업무 총량과 업무별 데드라인 엄수가 아닌 '사무실과 동일한 업무 처리 과정과 업무 집중도' 최우선 미션으로 설정한다면 나태함과 타협하지 않고 (업무 진행도와 성과에 어떠한 문제도 발생시키지 않은 채) 우리가 생각했던 재택근무의 모든 장점을 완벽하게 누릴  있을 것이다.


+)

기본적으로 '출근'이라는 것에 회의감을 갖고 있는 사람으로서,

언젠가는 대부분의 기업에서 재택근무 or 원격근무를 도입하고 많은 사람들이 원격으로 일하지 않을까?

언젠가는 Co-Working Space처럼 Remote-Working Space가 생기 날이 오지 않을까?

내가 겪은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재택근무와 원격근무에 맞는 솔루션이나 업무 프로세스가 발전하지 않을까?
글을 쓰기 전 여러 생각들을 염두에 두고 글을 썼지만, 무엇보다 '마인드 세팅'이 우선시 돼야한다고 생각한다.






글을 마치며,
"재택근무에 대해서 내가 감히 글을 쓸 자격이 있을까?" 많은 고민을 했지만,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 이전에 계획적이고 장기적인 재택근무를 경험하면서 깨달은 바가 많았기에 나름의 해법을 기록할 가치는 있다고 생각했다.


말한 바와 같이, 재택근무 초기의 나는 업무 시간을 일괄적으로 유지하지 못했고 업무 효율의 저하를 뼈저리게 느꼈던 경험이 있다. 그로 인해 놓쳐버린 많은 기회와 시간들이 있었기에 지금도 그때 당시를 생각하면 후회와 아쉬움이 남는다.


앞으로 원격근무나 재택근무가 빈번해질 것이라 생각하는 만큼, 부디 다음번에는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빠르게 적응하고 올바른 업무 태도를 갖출 수 있도록 다짐의 글을 작성하게 되었다.


다음에 찾아올 재택근무의 기회는 '코로나 바이러스'와 같은 이유가 아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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