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일까? 지금이 아닐까? (*사진출처: pixabay)
산타마을로 떠나는 부부의 불효막심한 크리스마스의 선물이 도착했습니다. 지금은 새벽 3시 50분. 집에 있던 온갖 책과 짐들은 주인들에게 버려져 양가 집으로 흩어지는 중입니다.
어쩌면 때란 이런 것입니다. 한 여름에 걸어놓는 크리스마스 리스처럼 늘 우리에게 전혀 아이러니한 시기에 인생의 선물이 찾아오곤 합니다.
돌도 안된 아기를 데리고 떠나야 했고, 개인적으론 가장 기량을 발휘할 비싼 연차일 때 일을 중단해야 했습니다. 어디 그뿐인가요. 저희는 처음부터 연애를 하기엔 최악의 시기에 만나기 시작했으니까요.
5년 전인가 봅니다. 여자친구를 앞에 두고 두시간째 코를 골며 카페 테이블에 엎드려 자는 남자가 있었습니다. 또 착해 빠진 여자친구는 카페에서 무릎담요까지 빌려 남자친구를 덮어줍니다. 아무튼 이 남자는 지금의 제 남편이 되었습니다.
군대는 이병 때, 의사는 인턴 때, 기자는 수습 때 가장 고강도의 시기를 보낸다는데 하필 저는 경찰서 마와리를 도는 갓 입사한 기자 남편을 만나, 수험생처럼 시간을 쪼개가며 연애한 끝에 결혼을 했습니다.
뭐 저도 당시에 광고회사를 다니고 있었으니 평범한 스케줄은 아니었습니다. 저는 매일 새벽 두세시는 되어야 일이 끝났고, 남편은 매일 새벽 다섯시에 경찰서로 나섰습니다. 남편과 3일간 눈을 마주치지도 못하는 주간도 있었습니다. 침대는 같이 쓰면서 말입니다.
그때부터였나봅니다. 새로운 삶을 위한 용기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습니다. 그날이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호시탐탐 새로운 꿈을 꾸며 조금씩 마음의 준비를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현실이라는 땅에 발을 붙이고 있는 한, 항상 고민도 많았습니다. 아이를 갖는 시점, 이직을 하는 시점 등 복잡한 인생의 변수들로 저희의 꿈이 저만치 달아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생각보다 저희의 꿈은 일찍 이루어졌습니다.
지나고보면 겉보기엔 '썩' 좋지 않은 시기에 인생의 중요한 이벤트를 맞이한 셈입니다.
지금일까? 지금이 아닐까?를 고민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어쩌면 가장 좋은 때란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저희에게는 '지금' 이 순간이 가장 좋은 '호우시절'입니다. 어느덧, 출국 3일 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