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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incstory Aug 14. 2016

4화. 8월에 산타를 만났습니다.

"Santa is here!" 산타가 여기에 있어요!

한국은 폭염으로 힘든 계절을 나고 있다는데, 핀란드는 벌써 겨울입니다. 핀란드에 먼저 살고 있던 지인이 "한국에서 가져온 여름옷은 쓸모가 없었다"고 말한 이유를 이제야 알 것 같습니다.

먼저, 로바니에미로 떠나기 전날 밤에 올랐던 헬싱키의 숨은 타워, Torni(또르니)를 소개하고 싶습니다. 헬싱키 대성당이나, rock church 같은 헬싱키 명소는 많이 소개된 바 있지만 이곳은 잘 모르는 분들이 많을 것 같아서요. 드넓은 바다와 반듯반듯하게 지어진 건물 그리고 헬싱키대성당까지, 모두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입니다. 도심 속 호텔 건물이지만엘레베이터를 타고 꼭대기 층에 올라가면, Bar에서 술을 마실 수도 있고 야경을 구경할 수도 있습니다.


참, 이곳에 오른 분들은 꼭 원형 계단을 타고 아래층 화장실에 들러보시길 바랍니다. 이곳의 가장 좋은 뷰포인트는 바로 화장실입니다. 변기에 앉아 보시면 제말이 무슨 뜻인지 아실 수 있습니다(!).

로마니에미 공항 수화물 찾는 곳 위에 산타 썰매가 매달려 있다.

여행 기분을 낸 것도 잠시. 헬싱키에서 비행기를 타고 1시간 반 정도 걸리는 로바니에미에 드디어 도착했습니다.


로바니에미 공항에 들어서자, 루돌프와 산타썰매가 우리를 반깁니다. 추운 겨울, 빨간 엽서 속에 그려져 있던 루돌프와 산타를 8월에 만나게 된 것입니다.


저는 이곳에서 도착한 이후, 매일 루돌프 고기를 먹고 있습니다. 사실, 루돌프의 실제 주인공은 바로 순록(reindeer, 핀란드어로는 poro)입니다. "루돌프 사슴코는~"이라는 가사보다는, "루돌프 순록코는~"이라고 노래 불러도 좋을 것 같습니다.

로바니에미에 도착한 첫날 밤, 레스토랑에서 이곳 전통 방식의 순록요리를 시켜보았습니다. 순록은 회로도 먹고, 소시지로도 먹고, 부속부위를 익혀 먹기도 합니다. 전통적인 방식의 순록요리는 매쉬드 포테이토와 소불고기처럼 간을 해서 볶은 고기 그리고 상큼한 크랜베리를 함께 먹는 방식으로 조리됩니다. 맛은 흡사 질긴 소불고기를 먹는 느낌이었습니다.

로바니에미 골프장에 있는 캐디마스터 식당의 순록샌드위치

어쩌다 별미로 먹는 고기일줄 알았는데, 이곳에서는많은 음식에 흔히 순록을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로바니에미 골프장 식당에서 만난 순록샌드위치는 고기를 갈아 넣어, 먹기에 쉽고 맛도 좋았습니다.


초장부터 맛집 블로그처럼 순록 찬양만 하다보니, 오늘 산타할아버지를 만나고 온 엄청난 이야기는 자꾸만 뒤로 미뤄지고 있습니다.

제가 이곳에 도착해 열심히 먹었던 루돌프의 진짜 주인, 산타를 만나러 도착한 '산타클로스 빌리지'. 가는 길 곳곳에 'Santa is here'라는 말이 붙어있었습니다.


산타빌리지 안에는 우체국, 핀란드 유명 브랜드인 마리메꼬와 이딸라 샵, 기념품 샵 등이 있지만 산타를 만나기 위해서는 산타클로스 오피스에 들어가야합니다. 어둡고 신비스런 통로로 따라 들어가는 길엔 올 겨울 전 세계 어린이들에게 나눠줄 선물들이 한켠에 쌓여있었습니다.


산타를 만난다면 저는 무슨 말을 해야할까요? 저는 일곱살 때 받은 크리스마스 선물이 너무 실망스럽다고 말하고 싶었습니다. 미미인형이 갖고 싶었는데 제 산타는 향기나는 연필 세트를 주셨거든요.

산타할아버지가 계신 방 앞에서 대기하는 중

"두근두근." 이거 참, 산타를 만나러 가는 길이 무슨 하나님을 만나러 가는 기분입니다. 건물 2층에 있는 대기석에 앉아 인도에서 온 가족을 보내고 난 후에야, 산타를 알현(?)할 수 있었습니다.

어린아이를 가장 예뻐하는 산타할아버지

덥수룩한 흰 수염과 약간 내려 쓴 안경 그리고 풍만한 체형까지 우리가 상상했던 그 산타 맞습니다. 이곳에 있는 산타는 그냥 알바생이 아닙니다. 핀란드에서 엄격한 선발 기준을 거쳐 임명한 공식 산타로, 나름 임기가 있다고 합니다. 웬만한 세계 언어들은 구사하는 것은 기본입니다.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도 해줍니다. 그리고 역시나 어린 아이를 가장 예뻐해주셨습니다.


산타할아버지를 만난 후, 빌리지 안에 있는 우체국에 들렀습니다. 전세계 어린이들이 보낸 카드와 엽서들이 나라별로 분류되어 있었습니다. 한 겨울에는  나라별로 요정들이 답장을 써준다고 하니, 직접 카드를 부쳐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A~Z까지 나라별로 분류되어 있는 편지함
"한빈, 찬영, 안석, 윤준 어린이! 산타마을에 편지 잘 도착했다!
엽서 한통을 사서 사랑하는 사람에게 편지를 부칠 수도 있습니다.

제 아이가 자라서 "엄마, 산타가 있어요?"고 묻는다면 이젠 이렇게 대답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너가 산타를 마음에 믿는 그날까지, 1년 중 가장 따뜻하고 감사한 날 밤, 매년 너를 찾아올 것이라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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