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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inga Oct 26. 2022

고기국수

우리 부부는 결혼 즈음부터 매해 제주도를 찾았다. 여행을 반복하며 나름 제주도 여행의 패턴이 생겼는데, 제주에 도착하면, 차를 빌리고, 제주시의 올래국수에서 고기국수부터 먹는다. 그러면, 자 시작. 제주 여행의 스위치가 켜지는 셈이다.


그러던 올래국수는 매해 사람이 늘고 최근 몇년은 엄두를 내기 어려워졌다. 한결같이 고집스런 표정으로, 52분 식으로, 분 단위 정확한 대기 시간을 일러주는 인간지능 사장님 건강하실때 한번이라도 더 가보고 싶은데, 올해는 더구나 코로나로 제주에 가지도 못하고. 고기국수와 멀어진 아쉬움이 있다.


유튜브에서 이 영상을 본 것이 계기가 되었다. 그래 고기국수라고 직접 못해볼 건 없지. 사골 육수 내는게 좀 엄두가 안났는데, 영상에서는 그냥 시판 육수로 해결하고 있다. 


유튜브 영상을 따라서 시도를 해 봤으나, 1차 시도는 처참한 실패. 까다로우신 아들이야 물론이고, 어지간하면 참고 먹어주는 아내 조차 한 젓가락 밖에 먹지 않았다. 사실 난 국물까지 원샷했으니 못 먹을 맛은 아니었던거 같은데, 솔직히 맛있진 않았다. 뭐가 문제였을까 좀 고민을 해 봤는데.


여러 국수의 국물을 떠올리면, 대부분의 공통점은 감칠맛 + 단맛인거 같다. 쌀국수, 멸치국수, 짬뽕, 우동, 라멘, 라면, 밀면, 함냉, 완탕면, 막국수 등 어느 국수를 떠올려도 달지 않은 국물은 별로 없었다. 예외가 있다면 평냉 정도? 처음 평냉을 접한 사람들의 당혹감은, 단맛이 약함에 기인하지 않을까 싶기도 했다. 아닌가? 이 얘기들은 전혀 근거없는 뇌피셜. 아무튼 떠올려보니 대부분 국물은 달더라.


그래서 한번 더 시도를 해봤다. 절치부심 열심히 고민하여 몇 가지 변화를 주어봤는데. 2회차에 결국은 성공했다. 아내는 맛있다며 남김없이 먹었고. 아들은 "먹을 만은 하지?"라는 나의 애절한 질문에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튼 그럭저럭 다 먹었고. 이 정도면 대성공이다. 가족이 아닌 사람에게 내놓을 수 있는 정도는 되겠다. 올래국수 수준이라곤 절대 못하겠으나, 70 정도는 따라오지 않았나 배팅해본다. (만들고는 80 정도로 자부했는데, 이후 다시 올래국수 가서 먹어보고는 70으로 겸손해졌다.)


레시피도 써본다. 위 유튜브 영상을 기본으로 2회차에 주어본 변화를 설명하자면,


고기 삶기 & 육수 만들기 : 고기 삶은 육수가 맛있어야 한다. 물에 된장, 간장, 대파, 양파, 통후추 넣은 것은 지난번과 같은데, 여기에 마늘을 크게 한웅큼 (10개 남짓?) 넣고, 생강도 2톨 정도 넣었다. 또 된장을 미소로 바꿔보았다. 요 두가지가 가장 잘 먹힌거 같은데. 미소로 바꾸고 마늘을 넉넉히 넣으며 잡내가 훨씬 줄어들었다고 보인다. 무엇보다도 국물 전반에 은은하지만 꽤 확실한 단맛이 깔리게 되었다. 고기는 끓기 시작하고 2시간 정도를 삶았다. 수육으로 먹을땐 1시간 이내로 삶는걸 좋아하는데, 그 정도면 쫄깃한 식감이 살아 있다. 그런데 이번엔 육수 맛을 위해 2시간 정도로 삶았고. 이러니 마치 올래국수처럼 부들 부들한 고기가 되어 국수랑 함께 먹기 편해지기도 했고. 여기서 국물을 좀 먹어보고, 맛있지 않으면 국수는 포기, 그냥 수육을 먹는게 낫겠다고 생각한다. ㅎ


그리고 국수를 삶아서, 찬물에 잘 씻고.


마지막으로 : 이후 위 육수를 체에 거른 후, 사골 육수와 1:1로 섞고 소금간도 간간하게. 이렇게 국수 국물을 완성하고. 한편에서 그룻에 국수를 담고, 고기를 썰어 담고. 청량고추를 다져 올리고. 고추가루를 좀 얹고. 쪽파를 썰어 뿌리고. 깨소금 살살 뿌리면 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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