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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음 Feb 06. 2018

춤이라는 언어

다큐멘터리 피나 Pina, 2011 


내가 최근에 알게 된 한 남자는 무용수였다. 그는 피나 바우쉬의 열렬한 팬이었고 그녀를 동경하는 듯했다. 그는 가끔씩 춤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피나에 대해 언급했고, 그녀의 작품 중 일부를 보여주기도 했다. 그의 메신저 프로필에는 늘 그녀의 사진이 있었다. 나는 그가 그녀를 이토록 사랑하는 이유가 궁금해졌다. 어느 날엔가 잊고 있던 그녀의 이름을 인터넷으로 검색했다. '피나 바우쉬 (Pina Bausch)' 독일의 현대무용가 겸 안무가로 많은 위대한 작품을 남기고 2009년에 암으로 사망했다. '현대무용의 거장', '춤 하나로 전 세계를 사로잡은 안무의 혁명가', '장르의 경계를 넘어선 예술가' 등 수많은 찬사와 수식어들이 그녀를 대변하고 있었다. 


Pina Bausch


피나 바우쉬, 이토록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는 그녀는 누구인가. 다큐멘터리 피나(Pina)는 피나 바우쉬의 작품세계와 역사를 담아낸 빔 벤더스 감독의 작품이다. 또한 그녀와 오랜 시간 함께 해온 부퍼탈의 무용수들이 피나를 추억하며 전하는 메세지이기도 하다. 


피나 스틸 이미지


이 다큐멘터리에는 피나 바우쉬의 대표작 <봄의 제전>, <카페 뮐러>, <콘탁트호프>, <보름달> 총 4편이 교차 하는 형태로 등장한다. (온전한 형태의 작품을 볼 수는 없다.) 현대무용이라는 분야에 문외한인 나는 영상 초반까지만 해도 작품 속 등장하는 댄서들의 춤이 난해하기만했다. 예술작품을 대할 때면 늘 그렇듯, 무언가를 느껴야 한다는 강박과 이해해야 한다는 강박 때문이었다. 


도저히 말을 할 수 없는 그런 상황에 처할 때가 있습니다. 사실 말이라는 것도 뭔가를 떠올리게 하는 것 이상은 할 수 없어요. 그렇기 때문에 춤이 필요한거죠.

피나는 새로운 언어를 찾게 해줬어요. 말하는 방법을 몰랐던 저에게 제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어휘를 가르쳐 주셨죠. 지금도 그렇지만 처음에 전 무척 수줍음이 많았죠. 연습 기간을 몇 달 거친 후에 저를 부르더니 말씀 하셨어요. "더 미쳐야 해" 그녀와 함께 한 20년 세월 동안 받았던 유일한 조언이었죠.


피나 스틸 이미지 <카페 뮐러>


춤은 하나의 새로운 언어다. 그들은 춤이라는 언어로 끊임없이 나에게 말을 걸어오고 있었다. 4가지 작품 중 

<카페 뮐러>는 가장 인상 깊은 작품이다. 내가 그녀를 전혀 몰랐을 때 (처음에 언급했던)그가 <카페 뮐러>의 영상 한 부분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타인에 의해 끊임 없이 반복되는 그들의 동작은 아무리 발버둥 쳐도 벗어날 수 없는 일상의 악순환을 떠올리게 했다. 소통의 부재, 결여된 관계 속 그들의 고독함이 느껴졌다. 그리고 그것은 곧 나의 감정이 되었다. 


이 다큐멘터리 속에 등장하는 단원들은 직접 입을 열어 말하지 않는다. 그저 몸짓과 표정으로, 더빙 된 목소리로 이야기한다. 마치 그들에게 언어는 춤 하나 뿐이라는 듯이. 


피나 스틸 이미지


피나, 왜 이토록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으며 현재까지도 여전히 많은 이들이 당신을 추억할 수 밖에 없는지 알 것 같다. 그녀는 고독한 예술가이자, 많은 이들의 스승이었으며, 든든한 조력자였다.


Dance, dance, otherwise we are lost.
나는 춤춘다, 고로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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