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프로덕트를 생산할 때 디자이너의 역할과 문제점 파악
미디엄 글을 브런치로 옮기는 중입니다. (미디엄 링크 첨부)
이 포스팅은 블록체인 기술에 관심을 갖게 된 디자이너로서 관련 프로젝트에 참여한 경험에 대한 글이다.
나는 De-labtory라는 블록체인 연구 팀에서 개발한 블록체인 네트워크인 ‘it-chain(잇체인)’ 프로젝트와 블록체인 앱 개발 환경인 ‘Koa-Playground(IDE)’에 공동 UX 디자이너로서 참여했다.
그 과정에서 디자이너로서 고민한 내용을 여러 포스팅에 걸쳐 공유하고자 한다.
모든 거래 기록의 복사본이 모든 노드에 쌓이고, 가득 찬 상자(노드)의 거래 내역이 암호화되어 정보를 수정할 수 없도록 다시 잠긴다. 이 과정에서 계속 노드가 추가되어 블록과 블록이 연결되는 구조가 블록체인이다.
그렇기 때문에 노드가 생성되고 유효성이 검사되고 나면 이미 일어난 거래를 더 이상 변경할 수 없다.
이렇게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한 프로덕트는
공유하며 유효성 검사가 일어남으로써 보안이 좋고(security),
불변하는 값을 지닐 수 있으며(immutability),
투명성이라는 장점을 갖추는(transparency) 분산형 애플리케이션 형태가 된다.
블록체인은 프로덕트를 구현하기 위해 필요한 다양한 기반 기술 중에 선택된 하나의 기술이라고 보면 되는데, 프로덕트의 외면에서는 블록체인이 잘 느껴지지 않을 수 있다.
이는 블록 체인 기술을 활용해서 생산할 수 있는 프로덕트의 기능적 가치(금융, 게임 등..)에 중점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블록 체인을 이용했다는 사실 자체보다 사용자의 핵심적인 니즈를 해결해줄 수 있는 프로덕트(블록체인 기술로 구현했을 때 더 가치 있는 그 프로덕트)를 제공하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안 그래도 어려운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표현을 어떻게 쉽게 바꿀 수 있을까?
블록체인에 대해 이해하고 있거나 관련 개발자가 봤을 때, ‘굳이 이렇게까지 자세하게 설명해야 할까?’라고 느낄 정도로 굉장히 친절하고, 또 친절해야 한다.
대규모 상용화라는, 블록체인이라는 기술과 거리가 멀어 보이는 이것을 해내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첫 번째 일은 블록체인에 대한 이해라는 높은 벽을 허무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어떤 사용자를 이해시킬지 구체화하는 과정이 필요했다.
우리의 TA(target audience)는 누가 될 수 있는지가 가장 처음 고민했던 일이다.
블록체인에서 디자이너들의 목표는 궁극적으로 기술 자체의 표현보다 블록체인 기술의 보급에 조금 더 우선순위가 맞추어져 있다.
우리의 과제는 타겟 범위를 단계적으로 넓혀가는 일이었다.
블록체인 개발자에서 블록체인에 대해 아직 잘 모르는 개발자로,
개발자에서 디자이너(또는 블록체인 프로덕트 기획자)로,
디자이너에서 디자이너가 아닌 사람으로.
UX 디자이너가 서비스를 구성할 때, 학습의 허들을 낮추기 위해 세우는 기준 중의 하나가 ‘부모님한테 설명할 수 있는가’라고 한다.
프로덕트에 굉장히 깊이 관여된 사람부터 멀리 떨어진 사람까지, 천천히 나아가야 하는 것이다.
참고로 앞서 잠깐 언급했던 De-labtory의 Playground(IDE)는 ‘개발 환경’이라는 특징이 있는 만큼, ‘블록체인에 대해 아직 잘 모르는 개발자’를 이해시키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처음엔 문제를 파악하고 정의하는 과정이 필요했다.
달성해야 하는 기능 리스트나 요구되는 니즈들(job이라고 지칭하겠다.)을 지표로 구성한다. 이 많은 달성해야 할 job들을 정리하고, 군집화한다.
job들을 알기 위해서는 관찰 조사, 인터뷰나 설문조사, 대상자가 직접 참여해 연구에 도움을 주는 방법 등이 있는데, IDE 설계에서 디자이너들은 가까이에 있는 개발자들로부터 인사이트를 얻었고, mvp를 만들었다. mvp 개발은 2~3일 만에 빠르게 진행되었다.
앞으로 남은 일은 빠르게 테스트하고 반복하는 과정이 예상된다.
<문제1>
우리가 생산할 프로덕트를 사용할, 블록체인 기술에 전문적인 지식을 갖추지 않은 사용자는 블록체인의 구조, 원리, 특징에 대해 아무것도 알지 못한다. 그래서 아래와 같은 목표와 과제를 설정했다.
1.1. 블록체인 관련한 어떠한 전문적인 용어도 날 것으로 노출하면 이해의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 그러므로 어려운 용어를 최대한 직관적으로 풀어서 사용한다.
1.2. 사용자가 목표에 다다를 수 있게 잘 따라올 수 있는 가이드와 단계별로 피드백을 제공한다. IDE에서 사용자들이 가야 할 이벤트로 유도하는 것은 가장 중요한 과제가 되었다.
1.3. 익숙한 사용 플로우를 구성한다. 예를 들어 IDE를 구성할 때 파일 브라우저 방식, 에디터 영역의 글 작성 방식 등을 일반적인 IDE와 다르게 굳이 도전적으로 구성할 필요가 없다. 마이크로 인터렉션을 제공하는 것이 더 유의미하다.
1.4. 비슷한 상황에서 비슷한 레이아웃이나 컴포넌트가 사용되고, 컴포넌트 형태로 기능을 예측할 수 있으면 더 좋다. 고정된 디자인 시스템을 구축해 일관적으로 UI를 구성하면 사용자가 어떤 행동을 해야할 지에 대한 고민을 줄일 수 있다.
1.5. 실수했을 때 길을 잃는 것은 다른 애플리케이션에 비해 더 치명적이다. 그러므로 실수를 방지할 수 있는 지침과, 실수가 일어났을 때의 적극적인 피드백이 필요하다. 특히나 트렌젝션(거래)은 한번 일어나면 취소가 안되기 때문에 사용자는 이부분을 인지할 수 있어야 한다.
<문제 2>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해 생산한 프로덕트의 security, immutability, transparency라는 특징으로 인해 프로덕트가 얼마나 더 가치 있을 수 있는지 어필해야 한다. (인지시킬 것인가, 전혀 느끼지 못하게 할 것인가는 프로덕트의 목표마다 다르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이 기능적 가치가 중심인 확장 애플리케이션에서 그 가치를 눈에 보이게 잘 녹여서 드러내는 일은 쉽지 않다.
2.1.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만든 프로덕트는 다른 것들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에 대한 고민과 연결된다. 사용자가 ‘나의 데이터가 잘 보호되고 있구나.’를 잘 느껴야 한다.
2.2. 분산 네트워크에서 자신의 데이터, 특히 개인 정보가 잘 지켜지는지 예민할 수 있는데, 그 정보가 블록체인에 잘 저장되어 있고 그렇기 때문에 안전하다는 것을 보통의 사용자 대부분은 확인하기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 좀 더 체감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한다.
2.3. 예를 들어 중요한 이벤트가 일어났을 때, 또는 중요한 단계에서 강한 피드백을 주거나 적극적으로 정보를 푸시해줘서 그들이 좀 더 안심할 수 있도록 한다.
나는 De-labtory 팀에서 블록체인 네트워크(it-chain)의 컨셉 디자인과 현황판 디자인, koa라는 언어로 블록체인 개발을 할 수 있는 IDE 디자인, NFT 수집형 DApp게임 개발에 참여해왔다.
모든 상황에서 레퍼런스도 많지 않고 추상적이며 기술적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이 도전적인 과제가 되었다. 그 기술로 인해 복잡하고 어려워지는 사용자 경험을 유연하게 풀어주는 것이 디자이너로서의 역할이다.
author : ohjieun8018@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