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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돌터졌다 Feb 12. 2024

다시 수학이 좋아졌다.

"수학이 건네는 위로"

"3번, 13번, 23번, 33번. 나와서 풀어"

요즘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내가 학교 다닐 적만 해도 수학시간은 짜릿한 스릴이 넘치곤 했다. 그날이 며칠인지에 따라 그날 배울 단원이 얼마나 어려운지에 따라 아이들은 수학 잘하는 친구에게 몰려가서 "야 이거 어떻게 풀어? 풀이 좀 교과서에 써봐 봐" 하기도 했다.


거의 울상으로 칠판 앞에 나가서 문제를 풀다 못 풀면 매일 보는 반 친구들인데도 부끄러워하던 아이들도 있었다. 우리에게 수학은... 내가 얼마나 공부력이 있는가를 깨닫게 하는 정확한 저울과도 같았다. 

내가 수학을 잘하지 않는 한 수학이 이뻐 보일리 없고 대학 입학과 함께 전공에 따라 수학책을 발끝으로도 건드리지 않는 삶을 살 수도 있다. 



이런 생각을 많이 깨는 계기가 된 것이 배재윤 작가님의 "수학이 건네는 위로"였다

수학 때문에 학창 시절 몇 년이 우울했는데 "감히" 수학이 나를 위로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보다 어쩌면 내가 "수학"을 오해하고 있었음을 알고 둘 사이 원만한 화해와 조정을 권하는 책이었다. 

그렇다고 수학 이론이 가득한 책은 결코 아니다. 가볍게 들고 다니기 딱 적당한 크기와 무게도 좋지만 그 속에 담긴 내용은 우리가 흔히 접한 수학 개념이 어떻게 우리 일상과 생각 속에 적용될 수 있는지 잘 드러나 있었다. 어쩌면 수학 속에서 많은 글쓰기 소재 발굴이 가능하겠다는 환상의 깨달음도 플러스였다. 

휘리릭 순식간에 읽기보다 차분히 책 속의 수학 개념을 음미하듯 보면 어쩌면 수학이 그렇게 "웬수"는 아니었을 수도 있겠다는 아쉬움도 생긴다. 나에겐 이 책이 그랬다. 도도하고 까칠해 보여 말도 못 붙여보았던 상대가 사실은 나도 너 싫지 않았어라고 속삭이는 듯한 느낌. 

수학을 잘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수학적 사고"가  문제해결에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을 이제라도 알게 되어 기뻤다. 



---학교에서 수학을 가르치다 보면 가끔씩 학생들이 무표정하게 칠판을 응시하는 모습을 발견한다. 그럴 때면 식은땀이 줄줄 흐르곤 한다. 직감적으로 학생들이 내 수업에 집중하지 못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때마다 난 '내가 수업을 너무 어렵게 진행하나?' 혹은 '내 수업이 재미가 없나?' 하는 생각에 사로잡혀 겁이 났다. ---

---몬티 홀 문제에서 내 직감이 사실과 매우 달랐듯이 직감은 현재 일어난 상황을 완벽히 오해하도록 이끄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 대목에서 나는 자연스레 '관계사고'를 떠올렸다. 인간관계의 어려움은 이 '관계사고'를 덜어내는 것만으로도 훨씬 쉽게 가벼워질 것이라고 봤다. 책에서 --내 직감은 사실과 다를 수 있다--라는 소제목으로  몬티 홀 딜레마에 대해 다루고 있다. 생각이 많고 예민한 나에게 유용한 대목이었다. 나 혼자 지레 겁먹고 상처받고 되새기며 스트레스받았던 상황이 의외로 쉽게 풀리는 경우는 분명히 적지 않았다. 





"왜 나만 빼고 모두가 행복해 보이는 걸까?" 이 막연하고 분하기 그지없는 질문에 책은 "표본의 편향"으로 답하고 있다. 편향이 발생하는 이유까지 알기 쉽게 쓰여있다. 


---우린 편향으로 인해 세상을 오해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내가 원하는 정보만 믿고 편향된 생각을 하는 건 아니었을지 말이다. 때론 우리는 SNS를 통해 편향적인 정보만 수용해 세상을 더욱 오해한다.(중략)..........

이처럼 SNS공간을 내 취향대로 꾸밀 수 있는 만큼 나를 드러내는 중요한 수단이 되었을지는 몰라도 말로 표현하기 복잡한 삶이 그저 2차원, 단 한 장의 사진으로 표현된다는 사실이 슬프다. 삶은 간단해질수록 비교가 더욱 쉬워지기에.---


의외로 딱 부러질 거라고 생각한 수학이 유연하게 삶을 이야기할 수도 있다니, 나에게 큰 수확이었다. 어쩌면 내가 수학을 오해한 세월만큼 다채롭지만 우유부단하게 힘든 삶을 살아온 것이 아닌가 하는 아찔함마저 느껴진다. 수학이 사랑스럽다. 거추장스럽지 않은 단정한 자세로 매몰차보였던 수학은 사실 갈팡질팡하는 내 마음을 잘 헤아려주고 있었다. 수학이 재미있어졌다. 


야. 너두 풀 수 있어. 

"수학이 건네는 위로"다. 







*이 글은 "수학이 건네는 위로" 저자이며 브런치 작가이신 배재윤 님의 도서 제공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배재윤의 브런치스토리 (brun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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