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우개

지워버리고 싶은 기억, 모두 깨끗하게 없앨 수만 있다면...

by 짜이온

무한도전에서 방영했던 "나쁜 기억 지우개"는 시청 후 여운이 길게 남는다.

사람 간의 관계에서 또는 일에서 우리는 크고 작은 실수를 남긴다.

때론 웃으면서 넘기기도 하지만,

어떤 실수는 그 결과로 인한 중압감에 낙담하게 된다.

남에게는 가벼운 문제가, 자신에게는 큰 문제가 되기도 한다.


"나쁜 기억 지우개"가 있어서 나의 기억, 타인의 기억, 과거의 행동

모두 지우고 깨끗한 종이에서 다시 시작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지우개

이지영


삐뚤빼뚤 틀린 글씨

쓱쓱 지우고


울퉁불퉁 모난 그림

싹싹 지우죠


얼룩덜룩 뽀얀 때도

쓱쓱 지우고


뾰족뽀죡 엄마 화도

싹싹 지우죠




잘못 행동한 것을 지우고, 더러움 지우고, 타인과 나의 기억까지 모두 지운다면

모든 것이 바로 잡힐까?

아이들의 생각처럼 지우개로 모든 것을 싹싹 지운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다시 생각해본다.

인생의 지우개가 있다면, 모두 바르게 살아갈까?

우리는 실수를 통해 배우고, 성장한다.

쓰라린 아픔에서 삶을 배우고, 어려움을 겪었던 경험을 통해 더욱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다.

우리가 지워야 하는 것은 "실수"자체라기보다는

실수 때문에 앞으로 나가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

자신의 징크스, 발목을 잡고 있는 것 때문에 더 이상 전진할 수 없다면

주저앉을 수밖에 없다.

실수를 지운다고 모든 것이 바로 잡히지 않는다.


정말 지워야 하는 것은 자신의 생각.

더 나갈 수 없다는,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것은 불가능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런 것 때문에 난 할 수 없어.', '지금은 당연히 못하니까 어쩔 수 없는 거야"

'나만 모른 척 아니라고 잡아 때면 돼"


지우개로 딱 한 자 "불"자를 지우면 가능이 되고

지우개로 딱 두 자 "im"을 지우면 possible이 된다.


impossible-701686_1280.jpg


덮고, 지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그다음 단계이다.

실수를 인정하고 나 아기는 것.

지우개가 있다면 모든 것을 지우기 보다, 이젠 딱 한 두자만 지우고 싶다.

가능이란 단어만 남도록.
그리고 내일을 살아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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