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기오 맨숀 (Mansion)

그림이 있는 필리핀 문화 이야기

by 짜이온

바기오는 내게 언제나 특별한 계절을 품고 있다. 필리핀의 대부분 지역이 더위와 땀의 기억이라면, 바기오는 그 자체로 하나의 계절, 쌀쌀한 공기와 안개, 그리고 소나무 향기가 감도는 ‘작은 한국’이다. 그래서일까. 나는 매해 9월 경이 되면 지부모임으로 자연스럽게 바기오행을 계획하게 된다. 그 시기는 무더위가 누그러지고, 긴팔 셔츠가 어색하지 않은 날들이 시작되는 때다.

바기오를 찾으면 우리는 늘 '더 맨숀(The Mansion)' 앞에서 잠시 멈춘다. 언덕을 배경으로 위엄 있게 서 있는 그 건물은 단지 건축물 그 이상이다. 대통령의 여름 공식 관저로 사용되던 이곳은, 1908년 미국 식민지 시절 윌리엄 하워드 태프트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지어졌다고 한다. 처음엔 ‘여름 수도’라는 개념 아래, 고지대의 서늘한 기후를 활용해 정부 요인들이 머물 수 있도록 만든 행정 공간이었다. 백색의 고전주의 양식 건물은, 그 형태만으로도 근엄하고도 차분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정문 철창 너머로 보이는 맨숀의 모습은 단순한 휴식처가 아닌, 필리핀 근현대사의 일부임을 말해주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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