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 C.S.Lewis -

by 남성태 Apr 25. 2016

전세의 종말 (상)

부동산 2.0의 시대, 세계유일 전세시스템의 미래는?


무려 353주 연속 올랐다고 한다. 무슨 블루칩 주식얘기는 아니고 전세값 얘기다. 역대 정부 출범후 3년간 전셋값 상승률은 노무현 정부 1.6%, 이명박 정부 15%, 박근혜 정부 18%. KB국민은행 집계를 아래의 그래프에서 보면 꽤나 확연히 드러나는데, 이에 따르면 2009년 2억짜리 전세집은 단 6년만에 3억 5천이 됐다 (5억짜리 집이 가격이 그대로 유지된 경우 가정). 실제 통계를 찾아보니 같은기간 매년 물가는 2%, 임금은 4% 올랐는데 전세값이 7%정도가 상승했다. 주변에서 그동안 전세값이 몇천이 올랐다, 몇억이 올랐다며 쓴 술잔을 삼키는걸 봐오면서 전세값 상승에 대해 짐작은 했지만 통계로 살펴보니 꽤나 놀라웠다.


다락같이 오르는 전세값 마련에 전전긍긍하며 집주인 전화에 마음이 철렁, 가슴 졸이는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 전국민의 45%다. 자기 집이 없는 사람들이다. 꽤나 먹고살만한 OECD국가의 자랑스런 국민으로 허리사이즈는 1인치씩 늘어나지만 오히려 1인치씩 줄어드는 마음의 여유는 왜 일까? 직장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라는 핀잔을 들을수도 있겠지만, 월급은 제자리, 정년은 커녕 10년 근속하기도 힘든 고용여건이 앞에서 쪼여오고, 물가는 거침없이 뒤에서 압박해오는건 엄연한 오늘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른 물가와는 비교도 안될만큼 덩치는 크면서 3배나 빠른 속도로 쪼여오는 전세, 너는 대체 뭐냐?

 

창조경제의 아버지, 전세제도

전세제도는 지난 30~40년의 개발시기 동안 경제, 법률, 사회적 자본, 금융 시스템의 부족을 민간차원에서 해결한 한국인의 천재성이 돋보이는 발명품이었다. 남미의 어떤 동네에 비슷한 제도가 있다는 기사를 본적이 있긴 하지만, 전세계 세번째 크기 수도권에서 전국민이 믿고 따르는 KS마크 붙인 '전세'제도의 보편성과 규모에 비할 바는 안될테니, 전세는 전세계 유일무이한 임대형식이라고 해도 무방하리라 생각된다. 위키피디아에 보면 전세는 고려시대로 기원이 올라간다고도 한다.


한국이 오리지날인 세계적 발명품: 동서식품의 커피믹스, 아이팟의 원조 새한 MP3플레이어, 그리고 전세제도. 그외에 '재벌'도 Jaebol로 백과사전에 등재되어 있음


전세가 한국에만 있다는건... 좋은거야? 나쁜거야?

웃자고 하는 얘기지만, 우리는 태고부터 백의민족이었고 늘 쌍방울 하얀색 내의만 입었는데, 알고보니 전세계인들은 모두 빨간색 내의를 입는다는걸 알게됐다면 어떨까? 하얀색 내의가 얼마나 위생적이고 좋은데 물건너 미개한 사람들이 빨간색 내의를 입는다고 처음에는 펄쩍 뛰겠지만 이내 곧 적잖이 혼란스러울 것이다. 왜 우리만 쌍방울이지? 일단 우리의 하얀색 내의가 빨간색 내의보다 좋다는걸 무조건 우기기 보다는 우리가 왜 흰색 쌍방울을 입게 됐는지부터 생각 해보고 지금의 환경에서 하얀색과 빨간색 중 무엇이 맞는 선택인지를 생각해 보는것이 좋을 것 같다. 그럼 쌍방울에서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한국에만 있는 전세의 배경은 무엇일까? 필자는 다음과 같이 생각해봤다.


전세와의 만남은 우연이 아니었다~!!

첫째, 돈이 귀하던 시절, 은행의 문턱이 높아 줄댈 곳이 있던지 서슬퍼런 권력이 있어야 이용가능했던 제도권 금융 이용이 힘들자 자체적으로 사람들끼리 모여서 민간금융, 사금융으로 해결하여 높은 투자수익의 기회를 잡을수 있었던 것이 전세다. 개발시기에는 높은 경제성장율, 물가상승율 덕에 은행에서 돈을 빌릴수만 있다면 앉아서 돈 벌수 있는 껑충껑충 시대였다. 정부에서도 도로깔고 집짓고 하려니 늘 돈이 모자란 시기였고 시중에서도 돈에 대한 수요가 넘쳐났으니 돈값 (이자)역시 매우 비쌀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렇게라도 집이나 땅을 사놓으면 몇배씩 오르던 시기였으니 돈cash만있다면 돈profit벌기는 수월했던 시기였다. 따라서 전세를 통해 목돈을 확보하면 이점이 많았다. 왜냐하면 이때의 '목돈'은 순진하게 이자율과 수익율 몇퍼센트로는 다 설명할수 없는, 미래의 기회에 대한 승선티켓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서럽고 배고팠던 과거야 빠이빠이, 구겨진 인생을 빳빳하게 다림질하고 팔자고칠수 있는 기회, 두번다시 돌아오지 않는 투자기회에 참가하기 위해서는 종잣돈, 목돈이 필요했다.


둘째, 한국에는 강력한 등기시스템으로 보호되는 법률시스템이 있었기에 거액의? 자금을 집주인에게 맡길수 있었다. 신용사회의 기반이 되는 신용이라고 하는 사회적 자본이 발달하지 않은 상황에서는 '담보'의 중요성이 클수 밖에 없다. 은행에서 돈을 빌려줄 담보를 잡고 빌려주듯이, 세입자도 전세금을 맡길때는 '전세권설정 또는 확정일자'와 같은 보호장치가 필요한데, 한국에는 매우 저렴하고 신속하고 간단하게 담보설정을 가능케해주는 법무사 소장님과 등기시스템이 있었던 것이다. 또한, 집주인의 입장에서도 신용사회의 기반이 없는 상황에서, 무턱대고 집을 빌려주기 보다는 전세금을 받아놓고 있으면 적어도 임대료 떼이는 염려는 막을수가 있었다.


셋째, 세금이다. 이 부분은 민감한 사안이고 길게 쓰지 않지만, 보증금은 비과세, 월세는 과세라면 어느 누가 눈 뻔히 뜨고 세금 내는 길과 세금 안내는 길이 있는데 세금 내는 길로 가겠는가.


넷째, 모두가 전세를 쓰기 때문에 전세의 시스템은 견고히 유지될수 있었다. 모두가 카톡을 쓰고 있는데, 혼자만 라인을 쓰거나 카톡을 안쓰는 사람들이 있다. 스스로는 불필요한 연락 안받아서 편하고 좋겠지만 주변사람들은 그 사람만 따로 연락을 해야 해서 피곤해질수 밖에 없고 굳이 카카오에서 시키지 않더라도 끊임없는 갈굼?과 협박, 회유로 그 사람을 카톡의 세계에 앉혀 놓으려고 할것이다. 전세도 마찬가지로, 블록을 쌓듯이 세입자가 나가면 목돈을 다음 세입자에게서 받아서 줘야 하고 날짜까지 정확하게 맞아야 하는데, 이 대세의 흐름과 견고한 짜임새를 깨뜨리는 것은 쉽지가 않다. 원하는 때에 원하는 매물을 못찾거나 원하는 임차인을 못찾기 때문이다. 전국민 참여 시장인 주택시장에는 은행돈은 죽어도 안쓴다는 철칙을 가지고 무조건 전세만 놓으려는 사람, 행여나 정부 세금의 타겟이 될까를 두려워하는 임대인까지 다양한 사람이 있는데 이들이 묵묵히 기존 방식만 고수하고 이들이 수건돌리기 중간중간에 포함되어 있어서, 전세는 꽤나 오랜기간 유지될수 있었으리라.



전세와의 예고된 이별.

100미터 달리기의 속도로 마라톤을 뛸수는 없는 노릇, 껑충껑충 옴팡지게 무서운 속도로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의 반열에 들어서면서 한국도 상황이 많이 바뀌었다. 숟가락 놓기 전에 집값이 팔딱팔딱, 정부에서 집값을 억누르기 위해 손발을 꽁꽁 묶어놔도 헐크처럼 풀어 제끼고 기어코 부동산 불패신화를 이어오던 지난 시기동안 집주인, 세입자에게 모두 이득이 되는것이 전세였는데 이제는 경제적 현실도, 사회도, 사람들의 생각도 바뀌어 가고 있는 것이다.


첫째, 돈이 귀하질 않게 됐. 요즘 누가 시중 은행에 가서 집을 담보로 돈을 빌리고 싶다고 하면 곧바로 지점장실로 모셔가서는 따뜻한 커피와 온화한 미소의 지점장님이 직접 나와 '얼마나 필요하시냐'고 친절과 정성으로 대해주는 '빚 권하는 사회'가 됐다. 설령 담보가 없더라도 '돈이 좀 필요한데요'라고 하면 하루에도 10번씩 전화와 문자를 쏟아대며 애정을 과시하는 상냥한 목소리의 그녀 '신한파이낸스 김팀장'도 있고 어려울때 도와주는 진짜 친구, 캐쉬들고 러쉬뛰는 '무과장'도 있으니 말이다.


둘째, 돈이 흔해지니 돈이 돈을 벌어주질 못하게 되었다. 지금의 초저금리 시대에는 1억 은행 넣어놓으면 한달에 손에 쥐는 이자는 10만원밖에 안된다고 한다. 3억 전세금 받아서 은행에 넣으면 한달에 30만원 손에 쥐는데. 이 돈 받아서는 집한채 임대주고 대학생 아들 학교 앞 고시원에 보내더라도 창문있는 방은 비싸서 들어가지도 못하고 창없는 방에나 겨우 들어가는 웃긴 상황이 연출된다. 그래서 반전세(보증부월세)가 나왔다. 3억 전세를 쪼개 1억은 보증금으로 받고 2억은 전세환산율*을 적용해 월세로 매달 따박따박 현금으로 받는거다.

전세환산율 (전월세전환율)

보증금 1억을 월세 얼마로 바꿔주는지의 일종의 환율이다. 그런데 집의 크기와 동네마다 이 비율이 주먹구구식으로 달라서 어느 동네 큰 평수는 5%인데, 다른 동네 작은 평수는 7%로 고무줄처럼 늘었다 줄었다 한다. 예전에는 월세를 대부분 1부 (연 12%)로 환산했다고 하는데, 지금은 저금리 시대로 넘어오면서부터 각자가 과하다 싶으면 좀 줄이고 적다 싶으면 좀 더 붙이는 식으로 각자의 처지에 비추어 상황을 받아들이고 있다. 국토부에서 각 지역별, 평형별 환산율을 공표하고 있지만 어쨋든 은행이자보다는 적어도 2배이상 높으니, 임대주는 월세를 선호할수 밖에 없다.


셋째, 정부에서 주택임대에 대해 월세든 전세든 세금을 걷을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동안 집이라고 하는 재화는 사고 팔때의 시세차익(양도소득)이 너무 커서 양도소득에만 세금을 제대로 물려도 정부에서는 섭섭치 않았고, 괜히 국민님들의 소중한 표를 깎아먹을지도 모르는 임대소득은 건드려봐야 실익이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집값이 껑충껑충 뛰지 않아 양도소득이 줄어들면 세금도 줄게 되는데 나라 곳간을 채우기 위해서는 임대소득이라도 탈탈 털 않으면 안될 것이다. 이미 3주택 이상에서는 세금을 물리고 있고 2주택에 대해서도 전세 수입에 대해 과세를 시도하고 있다. 월세는 이미 과세중이다. 나중에 정히 세금 걷을데가 없어지면 1주택의 임대수익에도 세금을 매기려고 할수도 있겠지만, 마지막 남은 속옷한장을 지키려는 납세자들의 거센 조세저항을 뚫을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넷째, 우리사회는 신용사회의 근간이 되는 '신용'이라는 사회적 자본을 활용할수 있는 OECD의 꽤나 번듯한 국가가 됐고 과도기적인 반전세로의 국면 전환이 급격히 이뤄졌다는 것이다. 이미 전체 임대시장의 절반이상이 보증부 월세이며, 그중 18%는 순수 월세다. 종국에는 한국도 글로벌 스탠다드인 순수월세로 한걸음씩 바뀔수 밖에 없을 것이다. 물론, 당장은 쉽지 않다. 현재 한국에도 강남권 오피스텔에서는 '풀옵션'이라고 해서 가구를 갖춰놓고 한달치 보증금만 받고 한달씩 계약하는 집들이 있는데, 임차인들이 월세를 안내서 애를 먹는 경우가 있어 이러한 임대형식에 건물주들은 부정적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들 단기주택들은 기천만원의 보증금 마련이 어려운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앞으로 과도기를 넘어서면서 우리 사회가 점차 신용사회로 갈수록 보증금은 다른 모든 나라들 수준(몇달치 월세)으로 점점 줄어들지 않을까 생각된다.


평생 널 행복하게 책임질게...? 속는줄 알면서..

전세가 점차 서울시 역사박물관의 한 귀퉁이에 '옛날엔 요로코롬 살았어요~' 전시 부스에 박제가 돼서 전시될 운명이란건데... 그럼 지금의 전세는 왜 이렇게 올랐을까? 그리고 전세가 없어지면 세입자들은 훨씬 비싼 월세를 내야 하는데.. 그러면 결국 세입자들만 손해 보는게 아닌가? 라는 질문이 나올것 같다. 하지만 개인적 의견으로 그건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고 다음글에서 이 부분에 대해 살펴봤으면 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5. 집,집,집 (2탄)

매거진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

브런치 로그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