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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성태 Jan 27. 2016

5. 집,집,집 (1탄)

집의 가치와 집의 가격이 다를수 밖에 없는 집값 방정식

온라인 시인 이환천의 '월요일'


대형 서점의 한 코너를 들어서면 '경매로 몇억벌기', '무슨 부자들', '35세 200채' 등등의 자극적인 제목의 책들이 마치 낚시터에 드리워진 낚시대같이 재테크에 관심있는 사람들의 시선을 기다리고 있다가 순식간에 낚아채우는 광경을 보게된다. 길거리에는 '아파트 담보대출' '주택담보대출 조건'의 굵은 제목의 전단지가 전봇대마다 나풀나풀 붙어있고, 우편함을 열면 '아파트담보대출금리 최저 2.5%', '무슨아파트 몇평형 한도 몇억까지' 등등 나를 위해 은행이 미리 돈을 쌓아둔것 같은 광고물들이 빼꼼히 얼굴을 내밀면서 떡밥을 던진다. 다락같이 올라가는 전세금에 빡친 세입자들은 매년 '집을 그냥 확~ 사버려? 말아?' 하지만 뒤늦은 후회를 하기도 하고 돈은 없고 집은 사고 싶은 마음에 저축은행, 보험회사 담보대출 웹사이트를 기웃거리며 '주담대 LTV 95%까지 (주택 담보로 95%까지 대출)', '개인사업자대출 문의 환영'등의 배너를 밤새 이리 클릭 저리 클릭하면서 빚을 많이 내서라도 집을 이번엔 사는게 맞는거 아닌가 하면서 시름이 깊어진다. 있는 사람은 있는 사람대로 없는 사람은 없는 사람대로 대한민국의 집에 얽힌 시름은 endless story로 멈출줄을 모른다.




집값은 어떻게 결정되나..

(주거와 상업시설에서의 가격) 부동산 시장은 크게 주거와 상업시설로 나뉘어 지는데 그 차이점은 부동산의 목적과 수익유무 income generating에 있다 하겠다. 주거는 상업시설이 아니지만 외국의 경우, 대형 임대용 주거시설은 대표적인 상업시설로 많은 기관투자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한국에서는 상가주택같이 애매한 형태가 있어 칼로 자르듯 명확한 구분은 어려울수 있지만 일단 분양하는 아파트는 다 주거로 봐야할듯 하다. 굳이 이렇게 상업시설과 주거시설을 나누어 살피는 이유는 상업시설은 임대수익을 수익율로 나누면 가격을 산정할수 있지만, 주택은 뚜렷한 가격산정의 잣대logic가 없이 전적으로 파는 사람과 사는 사람의 호가에 의해 거래를 통해서 가격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즉, 상업시설을 매입할때는 계산기에 의존하지만, 집을 살때는 주관적인 느낌과 판단에 의존한다고 볼수 있겠다. 그런데 집을 사는 사람이 계산기에 의존하는 경우에는? 아마 적절한 타이밍과 기회를 놓치기가 쉬울것이고 상업용 건물을 사는데 대지의 기운?과 손끝에 느껴지는 촉gut feeling에 의존하는 사람은 낭패를 보는 경우가 많았던것 같다.ㅎㅎ


(보이지 않는 손의 가출) 이러한 주거시장의 큰 특징중의 하나는 모든 국민이 주택 시장에 직접적으로 참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전국민 참여 시장에서는 째로, 우리 모두가 이해관계 당사자이고, 각 가정의 부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전재산이 걸려 있는 문제 앞에서 합리와 이성으로 무장하여 칼같은 날카로움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옆동의 집값이 우리집 집값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수 있고, 우리 모두는 어떻게 보면 같은 목표를 가진 공동 운명체이기 때문에 얽히고 섥힌 이해관계때문에 우리는 믿고 싶은 대로 믿게 되는 맹신이 생기기도 한다. 둘째로, 주식이나 채권시장이야 공부도 많이 하고 나름 시장 전문가란 사람들이 참여하는 시장이고 객관적인 데이터를 이용하는 나름 이성적인 시장이지만, 부동산 시장은 70대 할머니부터 20대 사회초년생까지 비 전문가들이 대거 참여하는데다가 그들이 판단에 사용하는 정보는 여런몰이식의 '카더라'같은 진위가 불명확한 정보 또는 왜곡된 정보도 많기 때문에 아담스미스옹의 '보이지 않는 손(경제의 자연스런 조정)'이 제대로 작동하기 힘들수도 있다는 것이다. 시장 참여자들의 비합리성이 커질수록 시장의 효율이 떨어져 공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시장 왜곡이 나타날수 있다.

정유회사들이 기름값을 담합했다고 하면 정의의 분노가 치솟지만, 담합이라는건 사실 그리 멀지 않은곳에서 발견되고 그럴수도 있다고 믿게 된다.... 우리아파트인 경우에는.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

(누군들 알겠소 ) 집값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는 것은 이처럼 집의 가격 형성과정 자체가 주관적인 판단에 의존하고 있는데다가 그 시장 자체가 불확실의 속성을 다분히 갖추고 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그날그 뉴스에 따라서도 변덕스럽게 움직이는 주택 시장을 앞으로 어떻게 될지알아 맞춘다는건 아장아장 걸어가는 아기가 엄마한테 갈지 아빠한테 가는지를 미리 맞추는것처럼 쉬운일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뿌연 안개속에 집값 결정의 속성을 잘게 쪼개어 나누어 손으로 더듬어 살펴간다면 적어도 우리는 그 방향과 중장기적인 예측은 가능할 것이라 생각된다. 이전 글에서 서울과 강남의 도시발전에 대한 이야기(real asset market)를 장황하게 나누고 집값과 관련한 자본시장(capital market)쪽 얘기를 굳이 이렇게 나눈 이유도 그런 것이다.


(콘크리트와 변덕스런 시장) 압구정 현대아파트는1970년대에 세워진 이후 콘크리트 덩어리는 조금도 움직인적이 없다. 그런데 사람들의 마음은 롤러코스터처럼 왔다갔다 변덕을? 부려왔다. 똑같은 집을 두고 예전에는 평당 1000만원에 집을 사려던 사람이 IMF직후에는 500만원도 비싸다고 그러고 지금은 3000만원도 싸다고 하는 것이다. (물가의 영향도 있겠지만집값에 비하면 마이너한 부분일 것이다.) 왜... 그럴까? 나는 가치와 가격이 같지 않은 것이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타워팰리스나 삼성동 아이파크 같은 인기단지도 처음에는 미분양으로 고전을 면치 못했는데, 어떤 아파트는 짓기도 전에 P (Premium)가 붙었다가 완공후엔 분양가 이하로 팔린다

가치는 Value

지난 30년간 압구정 아파트의 가치는 크게 바뀐것이 없다. 아파트단지에 게르마늄 온천수라도 하나 터져줬으면 몰라도 압구정역 지하철 3호선도, 현대백화점도, 그 앞의 꽉 막힌 도로도, 성수대교도 (새로 교체되긴 했지만) 바뀐게 없다. 일단 주관적 가치(부모님 댁근처에 살아야 한다 또는 점쟁이가 물옆에 살라고 했다 등)는 차치하고 보면, 한강변에 위치한 압구정 현대아파트는 입지도 좋지만 한강이 쫘악 펼쳐진 뷰를 가진 집이 있다. 개중에는 30년 전 분양당시의 모습 그대로 누런 벽지와 알미늄샷시의 원형을 보존하고 있는 빈티지 스타일의 집도 있지만 어반urban 라이프스타일의 쉬크한 절제미가 돋보이는 21세기형 미니멀리즘의 끝판왕, 집에 들어서면  클래식 음악이 잔잔히 흐르고 이영애나 장동건이 샴페인 잔을 들고 나타나 나를 맞아줄것만 같은 꿈같은 집도 있다. 이들 집들의 가치는 모두 다 다르다.  입지에 따른 가치는 비슷하더라도 개별 집의 뷰와 시설에 따라 그 가치가 다르고  실제 격도 다르다.


가격은 Price

하지만 가치와 가격이 같은건 아니. '가치'라는 단어는 실물시장에서, '가격'이라는 단어는 자본시장에서 적절한 평가수단이 되겠다. 앞에서 서울과 강남의 물리적 환경이 그동안 얼마나 빨리 변해왔고 얼마나 많은 새로운 가치가 창출되었는지 보았는데 이제 콘크리트 도시가 완성되고  어느정도 자리를 잡고나면 가치는 크게 변하지 않고 같은 물건을 두고 사람들이 지불하는 교환 가격만 상이해 지게 된다. IMF당시에도 압구정 현대아파트는 가치가 높은 아파트였고 지금도 그렇지만 그때와 지금의 가격은 7~8배 차이가 나는것처럼 말이다. (타워팰리스처럼 자리를 잡으면서 고급 커뮤니티로서 가치가 올라가 내재가치가 상승한 경우도 있긴하다.)


그렇다면 그 교환가격은 어떻게 정해지게 되나?


(수요와 공급의 법칙)

허생은 만 냥을 입수하자, 다시 자기 집에 들르지도 않고 바로 안성(安城)으로 내려갔다. 안성은 경기도, 충청도 사람들이 마주치는 곳이요, 삼남(三南)의 길목이기 때문이다. 거기서 대추·밤·감·배며, 석류·귤·유자 등속의 과일을 모조리 두 배의 값으로 사들였다. 허생이 과일을 몽땅 쓸었기 때문에 온 나라가 잔치나 제사를 못지낼 형편에 이르렀다. 얼마 안가서, 허생에게 두 배의 값으로 과일을 팔았던 상인들이 도리어 열 배의 값을 주고 사 가게 되었다.허생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만 냥으로 온갖 과일의 값을 좌우했으니,우리 나라의 형편을 알 만하구나."

박지원의 허생전은 17세기 조선의 몰락한 양반 허생이 돈은 안벌고 글만 읽다가 마눌님의 바가지공격을 견디다 못해 가출하여 돈 많은 변부자를 찾아가 만냥을 꾸어 시장에 가서 사람들의 필수품을 매점매석하여 큰 거부가 된다는 이야기다. 예법을 중시하는 사대부들에게 목숨만큼 중요한 제사 음식과 망건(갓머리를 트는데 필요)은 가격이 얼마가 되더라도 반드시 사야하는 것인데, 이러한 가격 비탄력성을 정확히 간파하고 이를 시장경제의 맹점에 대입해 뒤통수를 날리는 날카로움이란.. 지금봐도 놀랍다. 하지만 허생전 이야기의 시점은 현대 경제학의 아버지 아담스미스옹이 ‘보이지 않는 손’ 국부론을 발표한 1776년 보다도 20년전의 이야기라니 그 혜안에 실로 놀라지 않을 수가 없다. 250년 전의 연암 선생께서도 정통하셨던 수요와 공급이 거래를 통해 만나 가격을 형성한다는 이론은 누구나 아는 얘기이지만 아래의 도식과 같이 정리해볼 수 있을듯 하다.


가격의 형성

(앞으로 자세히 설명할 도식인데 흐린부분은 앞으로 하나씩 설명할 것이니 눈 찡그리면서 안에 뭐를 숨겨놨나 보지 않으셔도 됩니다.)


(상업용) 앞서 잠깐 언급한 것처럼 상업용 부동산의 가격은 y=ax+b라는 간단한 1차방정식을 이용해 임대수익과 수익율, 그리고 약간의 흥정값만 알면 수도권 중학교 2학년 전교 350등 안에 드는 또식이 정도면 대략적인 가격을 충분히 도출할수 있다.

(주거용) 하지만, 주거용 부동산 가격은 순전히 사려는 사람과 팔려는 사람의 호가에 의한 거래에 따라 이뤄지기 때문에, 그 가격 산정이 매우 주관적이다. 파는 사람에게 왜 이 집이 4억이냐고 물어보면 대답을 할수가 없고 3.8억에 사려고 흥정하는 사람에게 그 근거를 대라고 하면 애당초 대답을 할수가 없다. 그냥 둘다 시세가 그렇다고 얘기할 것다. 이들이 백만스물한번 고민을 하고 기싸움을 하며 엎치락 뒤치락 10원 단위까지 가격을 흥정한 다음에 도장에 인주를 묻히기를 몇번 반복하면서 심호흡을 가다듬고 동그라미 수가 혹여나 틀리지는 않을까 손가락으로 다시한번 세어보면서 확인한 후 매매계약서에 도장을 쾅~ 찍는 순간 그 금액이 실제 거래 '가격'이 되는 것이다. 그 전까지는 그냥 양쪽의 호가(부르는 가격)에 불과하다.





형님 먼저 아우먼저 (실수요와 가수요)


집 문제는 너무나 많은 변수와 이해관계자들이 얽혀있어서  전문가라고 해도 각자 다른 얘기를 하고, 어떤 관점에서 어떤식으로 얘기하냐에 따라서 매우 다양한 견해가 있을수 있다고 생각다. 하지만 그 작동원리를 알면 각자의 논리 정리 수  있다고 생각되었고, 나는 그 중에 한가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앞으로 위의 도표를 각 부분별로 하나씩 부여잡고 부족하나마 이런저런 얘기를 나눌까 하는데 이번에 실수요와 가수요까지 쓰면 가뜩이나 무거운 경제 글이 너무 길어질거 같아 일단 중간에서 끊고 다음번에 다른 부분까지 살펴보면 좋을것 같다.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리고 다들 추운데 건강 조심하시길... 기원합니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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