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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건축가 이영재 Jul 27. 2018

일본건축기행 2-10

나오시마(Naoshima, 直島)_5

[ 3 일차 ] _  나오시마의 자전거 그리고 안도의 전동자전거


다시 한번 지도를 보자.

나오시마는 작은 섬이다. 자전거를 타고 섬 전체를 둘러보기에 좋다. 하지만 주의해야 할 구간이 있다. 지도에 표기된 빨간 구간이다. A구간이라 적어 놓은 저 구간은 산을 넘어야 한다. 우리는 혼무라(本村_Honmura area) 지역을 둘러보고 미야노우라(宮浦_Miyanoura area)지역까지 100엔 버스로 이동했다. 그곳에 있는 리틀 플럼(Little Plum)에서 전동 자전거를 대여해서 지추미술관(地中美術館)과 이우환 미술관(李禹煥美術館)을 둘러보았다.

여기까지는 좋았다. 전동자전거의 위력은 대단했다. 힘들여 밟지 않아도 잘 굴러다녔다. 잠깐의 언덕이 있었지만 수월하게 올랐다. 하지만 그 다음이 문제였다. 베네세하우스 뮤지엄(ベネッセハウス ミュ?ジアム)까지는 산을 넘어야 했다. 당신이 중년 이상이라면 그리고 체력에 무한 자신감이 없다면, 당신이 책상에 오래 앉아 있는 건축가라면 도전하지 마라. 숨이 한차례 깔딱거려야 도착한다. 그리고 다시 돌아올 그 먼길에 한없이 욕을 내뱉게 될 것이다. 차라리 혼무라에서 베네세하우스 뮤지엄으로 버스든 자전거든 타고와서 나머지 구간은 셔틀을 이용하는 편이 낫다.


A구간은 가파른 산이다. 전동자전거라 할지언정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중년의 자전거에는 낭만이라는 그 따위 것들은 싣지 않는 것이 좋다. 무겁다. 사실 같이 한 일행들 모두 힘들어 했지만 비만 중년인 내가 제일 힘들었다. 전동자전거가 아니었으면, 아마 아직도 저 산중턱에서 있지 않았을까. 제일 연배가 높으신 최소장님께서 먼저 나가신다. 아직도 몸이 가벼우시다. 탁월한 여행가다. 그래서 뒤쫓는 나로선 더 힘들 수 밖에 없다.


자전거를 대여했던 little plum 그리고 자전거에 몸을 맡긴 세 중년 | 다른 한중년은 사진 촬영 중 (석정민)


이토록 힘들게 도착한 지추미술관(地中美術館,2004년 개관)은 안도다다오(安藤忠雄)의 작업이다. 클로드 모네(Claude Monet,1840-1926))와 월터 드 마리아(Walter De Maria,1935-2013) 그리고 제임스 터렐(1943生)이 세 작가를 위해 지어진 미술관이다. 한 분은 이미 오래 전에 작고하셨고, 또 다른 한분은 최근 몇년 전 돌아가셨고, 한분은 생존해 있다. 지추 미술관을 설계할 때 이미 고인인 클로드 모네를 제외하고 월터 드 마리아와 제임스 터렐은 전시실을 함께 디자인했다.


EDIF 2013 제10회 EBS국제다큐영화제에 도시와 건축분야 중 '무에서 영원을 보다_안도다다오의 건축' 영상이 있다. 이 다큐 영상을 보면 안도다다오에 대해서 좀 더 깊이 이해 할 수 있다.


만약 이런식으로 바닷가에 건물을 짓는 다면 풍경을 망치게 된다 | EDIF 2013 제10회 EBS국제다큐영화제
전시실 사이의 연결부는 공공장소로 설계했다. | EDIF 2013 제10회 EBS국제다큐영화제


2013년 72세의 안도다다오, 그는 이 영상에서 사람들이 나의 작업에 붙여 놓은 미니멀리즘에 대해서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모르겠다라고 이야기 한다. 다만 일본의 전통적인 건물들은 자연 친화적이며, 무(無또는 空의 개념)의 관점도 아주 중요하게 여긴다. 일본에서는 무에서 우주를 창조하는 걸 배우고 있으며, 자신의 작업이 '극한으로 몰고 간 건축 공간을 인간의 손길로 완성되었다'라고 평가를 받길 원했다. 자신의 건축물들은 불완전하고 극단적이지만, 인간의 삶이나 자연, 빛, 계절과 같은 요소 덕분에 더 아름다우면서도 깊이가 더해진 것이다. 이러한 모든 충만함은 '미니멀리즘', 그 이상임을 자신이 해왔던 건축의 설명으로 덧붙였다.



안도다다오는 금세기 최고가는 건축가 중에 한명 임은 분명하다. 콘크리트로 세상을 놀라게 했다. 그리고 둘러본 지추 미술관도 거장의 면모를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그의 설명처럼 불완전함과 극단을 자연적인 요소를 적절히 배합함으로 완성하였다는 설명에도 공감한다.


하지만 스케일의 문제였을까, 안도다다오의 건축물은 그 부피가 점점 커져가면서 본색은 점점 흐려져 가고 있다. 더 이상 흐름이 없는 정체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많은 건축가들이 공감하는 부분이다. 이제는 매끈한 저 콘크리트 덩어리도, 의도적인 긴동선도, 쏟아지는 저 빛도 식상하다고 한다. 다만 월터 드 마리아, 제임스 터렐과 같이 한 전시장 부분은 신선했다. 그리고 지추미술관과 비슷한 시기 그리고 근거리인 혼무라에 남겨놓은 안도뮤지엄(ANDO MUSEUM)과 南寺(minamidera)는 안도가 말하는 극단을 치닫는 훌륭한 작업이다. 마치 빛의 교회를 다시 보는 듯한 감동이다.


지추미술관의 콘크리트는 이제는 식상한 느낌마저 든다.




안도는 예전 자신을 빗대어 자전거를 타고 있는 사람에 비유를 했었다. 대학에서 건축을 전문적으로 공부한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에 끊임없이 페달을 밟아 주어야 쓰러지지 않는다라고 하였다. 안도를 처음 알게 되었을때 들었던 그의 말은 그에 대해 경외감을 느끼게 해주었다. 지금도 마찬가지로 예전 안도의 작업은 압도될 만큼이지만 혹시 이제는 더 이상 페달을 밟지 않고 있는 것은 아닌가. 아니면 좀 편한 전동자전거로 옮겨 타고 수월하게 오르막과 내리막을 거침없이 달리고 있는 것은 아닌가.




그런 고민은 이우환 미술관(李禹煥美術館, 2010년 개관)을 접하면 더욱 짙어진다. 하늘을 날지 않고서는 볼 수 없는, 구글맵의 도움을 받지 않고서는 알 수 없는 시점에서 내려다 봐야 컨셉을 이해 할 수 있다.


이우환 미술관의 외부와 내부 | 사진 : 석정민


두 미술관 모두 외부로 노출된 부분이 극히 적다.

이우환 미술관 또한 지추미술관과 같은 단순한 기하학적 형태를 하고 있다. 좀 더 단순화 하였고 그만큼 좀 더 극적인 접근이다. 마당의 높은 기둥 뒤편 넓은 벽은 뒤를 완전히 가려 가늠이 어렵다. 짐진적으로 공간을 파고 들면 삼각형 마당이 있다. 하늘을 담고 높은 콘크리트로 둘러쳐진 외부 마당은 지추미술관의 돌마당과 유사하지만 다르다. 지추미술관은 제법 큰 화강석이 깔려 걷기 보다는 관망만 허용하는 비워진 마당이라면, 이우환 미술관의 삼각형 마당은 작은 알갱이를 억지스럽게 붙여 놓았으나, 걷고 작품을 감상하고 내부로 진입하기 위한 전위적 공간이다.


구글 맵_좌측이 지추미술관 우측이 이우환 미술관


하지만 공간의 형태를 인지 하겠다는 의지가 없었다면 관심이 없다면 그것이 세모인지 아니면 네모인지 알 수 없다. 꼭 그 형태를 눈치 채고 있다고 한들 큰 의미가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렇게 두 공간을 비교해 보자면 그 의미는 달라진다.


좌_지추미술관 | 우_이우환 미술관


지추미술관, 그리고 이우환 미술관 모두 배경을 거스러지 않기 위해서 많은 부분 지중으로 숨겨 놓었다. 단순 기하학적 형태지만 전시공간도 공용공간도 의도적으로 그 형태를 파악하기 어렵게 만들어 놓았다. 이곳 저곳 찾아 헤매어도 전체를 한눈에 파악하기 어렵게 해놓은 의도가 있을 것이다.

지추 미술관은 카페 외부로 나가면 잠깐 카페의 외부 형태만 볼 수 있다. 그리고 카페의 앞마당에서 세토내해와 멀리 세토대교를 볼 수 있다. 하지만 마당에서 바라보는 카페의 입면은 사실 좀 넌센스다.


지추미술관의 카페 외부 모습은 어색하다. 전혀 안도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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