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법 교사를 위한 변명 01

문법 교사는 존재하는가?

by zipnumsa

문법 공부는 재미없다고 한다. 국어 문법은 영어 문법보다도 어렵다고 한다. 한국어를 잘하는데 국어 문법을 뭐하러 배우느냐고 한다. 문법을 배워도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고 한다. 문법은 암기식 주입식이라 싫다고 한다. 국어 문법은 예외가 많아서 까다롭다고 한다. 맞춤법과 띄어쓰기는 재미로 어기고, 몰라서 틀리고, 어문 규범을 지키자고 주장하면 고리타분하다는 반응이 돌아온다. 텔레비전의 예능 프로그램과 인터넷 매체에는 맞춤법 오류는 물론이고 어법에 맞지 않는 문장들이 걸러지지 않고 대중에게 노출된다.


어른들이 문법을 모르는 것은 학교 다닐 때 문법 교육을 제대로 안 받아서이다. 과거의 문법 교사들은 문법을 제대로 안 가르치고 뭐했나? 그리고 현재의 문법 교사들은 지금 아이들이 문법에 맞지 않는 말과 글을 쓰는 것을 지도하여 교정하지 않고 무엇을 하고 있나?


대한민국에서는 중고등학교를 묶어서 중등교육기관이라고 부른다. 법적으로 고등교육기관은 대학이다. 중등교육기관의 교사가 중등교사이고, 흔히 말하는 선생님 시험 즉, '임용고사'는 '중등교사임용시험1'이다.


'문법'이라는 과목은 초등학교, 중학교와 고등학교1학년에서는 '국어'라는 과목에 포함된 하나의 영역일 뿐 과목명은 아니다. 고등학교2학년, 3학년에서는 '화법', '독서', '작문', '문학'과 함께 독립된 '문법'이라는 과목으로 존재한다. 단, 2012년부터는 화법 교과서, 독서 교과서, 작문 교과서, 문학 교과서, 문법 교과서가 사라지고 '화법과 작문', '독서와 문법', '문학'이라는 교과서가 나타나, 두 과목이 한 교과서를 쓰게 된다.


중등학교에 '문법 교사'는 존재하는가?


중학교에서는 과목명으로 보건데 국어 교사는 있어도 문법 교사는 없는 것 같다. 그렇지만 한 학년에 두 국어 교사가 들어 갈 때, 예를 들어 최 교사와 박 교사가 중학교 2학년을 나누어 맡을 경우, 앞 반과 뒷 반으로 맡지 않고, 최 교사가 문법 단원을 맡고 박 교사가 나머지 단원을 맡는다면, 최 교사는 문법 교사라 부를 수 있을지도 모른다.


고등학교에서는 문법 과목은 있는데, 교과서가 '독서와 문법'이라 애매하다. 독서 교사와 문법 교사가 교과서를 절반씩 가르치게 된다면 문법 부분을 가르치는 교사는 문법 교사라 부를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교사 한 명이 '독서와 문법'을 다 가르치게 되면 그는 아마 독서 교사, 문법 교사가 아니라 '독·문 교사'라고 불릴 것이다.


2015개정 교육과정 시대에 고등학교 문법은 '독서와 문법'에서 떨어져 나와 '언어와 매체'로 바뀌었다. 이제 문법 교사는 사라지고 '언매쌤'만 존재할 것이다. 아니면 '언어 교사'가 존재하든지.



1. 초등교사임용시험은 중등교사임용시험만큼 치열하지는 않아서 좀 덜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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