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무엇을 하려 하는가?
대한민국의 문법 교육은 어떤 모습이며, 대체 어디로 향해 나아가고 있는가?
일본의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언더그라운드>라는 책을 낸 적이 있다. <언더그라운드>는 옴진리교의 도쿄 지하철 사린 사건1으로 피해를 입은 사람들을 인터뷰해서 엮은 책이다. 이름만 가명으로 바꾸고 사람들의 말을 일체의 논평없이 그대로 실었다. 피해자1이 자기 이야기를 하고, 다음 페이지에서는 피해자2가 자기 이야기를 하고 다음 페이지에서는 피해자3이.. 이런 식으로 끝까지 이어진다.
하루키는 자신의 의도를 이렇게 표현했다.
"일본이라는 '장의 존재 양태'에 관해 더 깊이 알고 싶었고, 일본인이라는 '의식의 존재 양태'에 관해서도 알고 싶었던 것이다. 우리는 도대체 무엇이고, 지금 대체 어디로 향해 나아가고 있는가?"
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하루키는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전략을 선택했다. 프로 작가로서 이미 완성된 세계관과 필력이 있음에도, 르포 작가로서의 시선과 해석을 모두 감추고, '있는 그대로'를 나열하는 데에 그쳤다. 피해자의 말'들'이 모순되기도 하고 일치하기도 하고 다른 피해자의 말을 보충하기도 하고 중복되기도 하면서 드러내는 것은 바로 일본이라는 장의 존재 양태와 일본인이라는 의식의 존재 양태이다.
질적 연구자 Irving Seidman은 Schutz를 인용하여 이렇게 말했다. "Schutz는 이에 대해 숲 속을 걸어가면서 나무를 베고 있는 사람을 보는 것을 예로 들었다. 여기에서 관찰자는 나무꾼의 행동을 지켜볼 수 있고, 나무꾼에 대한 '관찰자적 이해'를 가질 수 있다. 그러나 관찰자가 관찰을 통하여 이해한 것은 나무꾼이 자신의 행동을 보는 관점과 전혀 다를 수 있다. 나무꾼의 행동을 이해하기 위해 관찰자는 나무꾼의 '주관적 이해'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즉, 나무꾼이 나무를 베는 자신의 행동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지를 알아야 한다."
문법 교육은 하나의 현상이다. 현상은, 있는 대로 보이는 것이 아니라 보는 대로 있다2. 중등교사들은 문법 교육을 어떻게 보고 있는가? 학교에서 문법 교육을 하는것이 국어 교사에게 어떤 의미인지, 국어 교사들은 실제로 무엇을 경험하는지, 국어 교사들이 그 경험으로부터 만들어 내는 의미는 무엇인가?
Irving Seidman은 이렇게 말했다. "인터뷰는 인간 행동의 맥락에 접근할 수 있게 해 주며, 그 행동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는 길을 제공해 준다. 인터뷰는 우리가 그들의 행동을 그 행동이 일어난 맥락 안에 놓아 볼 수 있도록 돕고, 그들의 행동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나는 문법 교사 혹은 문법을 가르치는 국어 교사를 이해하기 위해 부산 지역의 국어 교사 15명과 인터뷰를 했다. 인터뷰는 인터뷰이의 기억 속에 있던 어떤 사실을 끄집어내는 것이 아니다. 인터뷰이의 기억과 경험은 인터뷰어와의 인터뷰 속에서 재구성될 때 비로소 그 의미가 만들어진다3. 이 과정이 후설의 '본질직관' 즉, '자기를 인식한다는 것'이다. 자기에 대한 인식들이 모이면 눈으로 관찰 가능한 '문법 교육이라는 현상'이 만들어진다. 국어 교사들의 인식을 탐구하다 보면 자연스레 '문법을 가르치는 국어 교사'의 존재 양태와, 그들이 만들어 내는 '문법 교육의 존재 양태'가 드러날 것이다.
그 답은 "대한민국의 문법 교육은 어떤 모습이며, 대체 어디로 향해 나아가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전이성과 통찰력을 제공한다.
인터뷰이의 경력은 진짜이며(2014년 6월 현재) 이름은 가명이다.
박수진: 경력 1년차인 미혼 여교사이다. 성적에 맞춰 사범대를 선택하였고 영어보다 국어가 자신이 있어서 국어교육과에 입학한 뒤 임용시험에 합격하여 공립 인문계 고등학교에 발령을 받았다. 학부 때 관심 영역은 화법이었지만 문법도 좋아하고 매우 관심이 많다.
장보람: 처음으로 학생들을 가르치는 미혼 여교사이다(경력 3개월 미만). 부모님의 강력한 권유로 사범대를 선택하였고 영어보다 국어가 재미있어서 국어교육과에 입학하였다. 졸업 후 국어교육과 대학원에 진학하였고 공립 중학교에서 계약직으로 근무하고 있다. 학부 때는 관심 영역이 딱히 없었으나 대학원 전공은 문법이고, 중국인들을 대상으로 1년 간 한국어를 가르친 경험이 있다.
강지영: 경력 2년차인 미혼 여교사이다. 안정된 직업으로서 사범대를 선택하였고 국어에 대한 흥미와 발령 정원이라는 현실에 타협한 결과 국어교육과에 입학하였다. 졸업 후 국어교육과 대학원에 진학하였고 사립 중학교에서 계약직으로 근무하고 있다. 학부 때 관심 영역은 화법이었으며 대학원에서 화법을 전공하였다.
정은지: 경력 8년차인 미혼 여교사이다. 교직에 대한 흥미와 높은 성적에 맞춰 사범대를 선택하였고 영어보다는 국어가 자신 있어서 국어교육과에 입학한 뒤 임용시험에 합격하여 공립 중학교에 발령을 받아 계속해서 공립 중학교에 근무하고 있다. 학부 때 관심 영역은 문학과 교과교육학(독서, 작문, 화법)이었으며 지금도 그러하다.
윤지현: 경력 8년차인 미혼 여교사이다. 안정된 직장이라는 부모님의 권유로 사범대를 선택하였고 영어보다는 국어가 재미있어서 국어교육과에 입학한 뒤 임용시험에 합격하여 공립 중학교에 발령 받았다. 두 군데의 중학교를 거쳐 공립 인문계 고등학교로 옮겨 근무 중이다. 학부 때 관심 영역은 고전 문학과 문법이었으며 대학원에서 고전 소설을 전공하였다.
강준영: 경력 9년차인 기혼 남교사이다. 본인의 흥미와 적성을 고려하여 사범대를 선택하였고 영어보다 국어가 도움이 되리라는 판단에 국어교육과에 입학하였다. 졸업 후 사립 전문계 고등학교에 들어가서 정규직 교사가 된 후 같은 재단의 사립 인문계 고등학교로 옮겨 근무 중이다. 학부 때 관심 영역은 고전 문학이었으며 대학원에서 고전 소설을 전공하였다.
김지혜: 경력 11년차인 기혼 여교사이다. 문학을 좋아하여 국어국문과와 국어교육과 중에 고민하다 성적에 맞춰(높은 성적) 국어교육과에 입학하였다. 졸업 후 사립 인문계 고등학교에 들어가서 정규직 교사가 된 후 계속 같은 학교에서 근무하고 있다. 학부 때 주 관심 영역은 현대 문학이었으며 대학원에서도 현대 문학을 전공하였다.
이지은: 경력 12년차인 미혼 여교사이다. 부모님의 권유와 성적에 맞춰 사범대를 선택하였고 영어보다 국어가 자신 있어서 국어교육과에 입학한 뒤 임용시험에 합격하여 공립 전문계 고등학교에 발령 받았다. 현재는 공립 인문계 고등학교에 근무한다. 학부 때 관심 영역은 따로 없었다.
정동현: 경력 12년차인 기혼의 남교사이다. 교직에 대한 흥미와 안정된 직업으로서 사범대를 선택하였고 영어보다는 국어가 자신 있어서 국어교육과에 입학한 뒤 임용시험에 합격하여 공립 중학교에 발령 받았다. 두 군데의 중학교를 거쳐 공립 인문계 고등학교로 옮겨 근무 중이다. 학부 때 관심 영역은 고전 문법이었으며 대학원에서는 한국어 교육을 전공하였다.
박현우: 경력 15년차인 기혼 남교사이다. 본인의 흥미와 적성에 맞춰 국어교육과를 선택하여 입학하였다. 임용시험에 합격하여 공립 중학교에 발령 받았고 계속 공립 중학교에 근무 중이다. 학부 때 관심 영역은 문법이었다.
이성민: 경력 15년차인 기혼 남교사이다. 공과대학을 다니다가 흥미와 적성을 고려하여 국어교육과를 선택 후 대학을 옮겼다. 임용시험에 합격하여 공립 고등학교에 발령 받았다. 두 군데의 고등학교를 거친 후 중학교로 옮겨 현재 공립 중학교에 근무 중이다. 학부 때 관심 영역은 따로 없었다.
최정훈: 경력 21년차인 기혼 남교사이다. 본인의 흥미와 적성을 고려하여 사범대를 선택하였고, 국어 성적이 더 높아서 국어교육과에 입학하였다. 졸업 후 공립 인문계 고등학교에 발령 받았고 계속해서 공립 인문계 고등학교에서 근무하고 있다. 학부 때 관심 영역은 고전 시가였으며 대학원에서 문법을 전공하였다.
김지훈: 경력 23년차인 기혼 남교사이다. 본인의 흥미와 적성에 맞춰 국어교육과를 선택하여 입학하였다. 졸업 후 공립 중학교에 발령 받았고 세 군데의 중학교와 한 군데의 전문계 고등학교를 거쳐 현재는 공립 인문계 고등학교에서 근무하고 있다. 학부 때 관심 영역은 교과교육학(화법, 독서, 작문)이었으며 대학원에서 고전 문학을 전공하였다.
최혜진: 경력 23년차인 기혼 여교사이다. 본인의 흥미와 적성에 맞춰 국어교육과를 선택하여 입학하였다. 졸업 후 공립 중학교에 발령 받았고 계속해서 공립 중학교에 근무하고 있다. 학부 때 관심 영역은 교과교육학과 고전 소설이었으며 대학원에서 고전 소설을 전공하였다.
조아름: 경력 25년차인 기혼 여교사이다. 부모님의 권유와 성적에 맞춰 사범대와 국어교육과를 선택하여 입학하였다. 졸업 후 공립 중학교에 발령 받았으며 여섯 군데의 중학교를 거쳐 현재는 공립 전문계 고등학교에 근무하고 있다. 학부 때 관심 영역은 문법이었으며 대학원에서는 작문 교육을 전공하였다.
1. 1995년 3월 20일 오전 8시경, 도쿄 도 내의 ... 지하철 차내에서 화학무기로서 사용되는 신경 가스 사린이 살포되어 승객과 역무원 등 12명이 사망, 5,510명이 중경상을 입었다.(출처)
2. 쇼펜하우어
3. 인터뷰는 면담으로 번역되나 인터뷰어와 인터뷰이는 번역하기 까다롭다. 질적 연구에서는 인터뷰어를 연구자, 인터뷰이를 연구참여자라고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