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법 교사를 위한 변명04

문학을 선호하여 문법을 기피하며 평가에 얽매이는 문법 수업

by zipnumsa

국어 교사들은 문법에 대한 관심도 적고, 문법 교육 경험도 적음을 알 수 있다. 이는 중학교와 고등학교가 비슷한 상황이다.

김지혜: 고등학교에 근무하면서 근무 경력이 인식에도 많은 영향을 미친 것 같은데. 실질적으로 문법이라고 하는 영역은 고등학교 국어 수업에서 큰 어, 입시와 연계를 했을 때 큰 의미를 의미, 이 의미는 이제 입시를 준비하는 그런 인문계 현실에서의 의미인데 큰 비중을 약간 차지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구요.


개인적으로만 그런 것이 아니라 주변의 국어 교사들도 비슷한 상황이라고 말한다.


강지영: 그리고 고등학교 계신 분들은 문법 단원 수업 얘기도 거의 별로 안 하시는 것 같아요.
연구자: 주로 얘길 하시던가요? 수업 얘기는?
강지영: 그니까 주로 수업, 국어시간에 하는 수업 영역을 보면 문학, 이게 제일 가장 많고 이번에 시 누구 것이 나왔다. 소설은 뭐 이런 식으로 문학 얘기가 많고, 어쨌든 저는 전공이 화법이었으니까 면접이나 토론 얘기가 있었고, 근데 이건 전공(대학원의 전공 영역)이니까 그런 것 같고, 문학, 문학 그, 지문 얘기랑 읽기는 이제 비문학 읽기는 어떻게 가르칠까 이런 정도지 고등학교에서 문법 수업을 뭐 어떻게 했다, 라는 얘기를 못 들어본 거 같아요.


문학을 선호하다보니 문법을 가르친 경험이 적다. 특히 고등학교 2학년부터는 선택 과목이 되므로 굳이 문법을 선택하지 않은 고등학교에서 2, 3학년을 오래 맡은 교사들은 문법을 가르칠 일이 없다.


김지혜: 그 전에는 별로 없는 거 같아요.
연구자: 10년 동안에 한 번.
김지혜: 흐흐흐. 그 단원 한 번. 아 진짜 그런가? 어어 그런 거 같아요. 비중으로 따지면 정말 영점 영영 뭐 몇 퍼센트 정도? 주로 다루는 게 교과목에 제 교과목의 정의나 명칭과 상관없이 그냥 동 학년 국어 선생님들이 나누어서 무슨 교재, 문학 또는 비문학 이런 형태로 전개가 늘 되어 와서 퍼센트로 따지면 거의 그런 거 같아요.


많은 국어 교사들은 문학 영역 수업을 선호한다. 그래서 문법은 선택하지 않더라도 문학은 반드시 선택하는 고등학교가 많다.


이지은: 지금 고등학교 수업의 중심은, 80프로는 문학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실질적으로는 수업에서 뭐 독서 2시간, 문학, 다 시수는 비슷하게 되어 있지만, 결국은 교사들은 수업은 문학을 하는 거죠.


선택 과목으로 문법이 편성되어 있는 경우에는 동 학년 교사 중에 누가 어떤 영역을 할 것인가가 문제가 된다. 이런 상황에서도 국어 교사들은 대체로 문학을 선호한다.


윤지현: 그 상황에서요? 우선은 제가 독·문(독서와 문법)을 할게요, 라고 말하는 선생님은 없었고, 제가 할게요, 만약 이게 매력 있는 거라면 말하는 사람이 나왔겠죠, 하하하, 하하하. 아 이거 제가 할게요, 라는 사람 없었고, 그 다음에 거의, 이거보다는 문학을 하고 싶어 하고, 그렇죠.


극단적인 경우에는 문법 수업을 설정하되, 최대한 줄이고 그 시간에 문학 수업을 하기도 한다.


정동현: 2학년은 개별과목 들어가서 <독서와 문법> 뭐 <화법과 작문> 그것도 다 어차피 빨리 빨리 하고 치워 버리고, 빨리 문학 하자 하니까.


중학교는 어떨까? 중학교에서도 학교 사정에 따라 학년별 시수와 국어과 교사의 수를 맞추다 보면 단원을 나누어서 가르치는 경우가 있다. 그럴 경우에 문법 단원을 맡지 않는 교사는 문법 교육 경험이 적어지게 된다.


박현우: 아.. 근데.. 줄 새가 없었어요. 흐흐. 작년에는 문법 단원을 딴 분이 하셨고, 그러니까 으 고민을 이제는 고민을 하겠죠. 올해는 이제 전 단원을 다하니까.


자의로든 타의로든 문법을 가르치는 상황이 되었을 때 교사들은 어떤 모습을 보이는가? 연구참여자들이 가장 많이 지적한 것은 평가에 얽매여 있는 교사들의 모습이었다.


김지훈: 그러니까 고등학교에서 어떤 문법을 통해서 뭔가를 추구한다 이거는 좀 무리인 것 같고요. 현실적으로 시험을 대비해서 어떤 것을 제공할 것이냐 이게 사실은 제일 뭐 쩝, 제일 눈앞에 닥친 현실이기 때문에 거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시험'이란 교내 평가와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아우르는 말이다. 평가에 얽매이는 모습은 중학교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박현우: 기준은 시험 시험. 이번 시험에 저 샘들이 이번 시험에 문제를 이렇게 낼 거니까 애들한테 피해 안 되게 요 정도는 가르쳐야 되겠다. 그리고 깊이 있는 음운 개념 수업은 좀 무리인 거 같다.


관심은 적고 평가를 위해 수업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국어 교사들은 책에 있으니까, 시험을 쳐야 되니까 가르친다는 기분으로 문법 교육을 대하고, 그러다보니 충분한 시간을 들이지 않거나 수업 설계를 하지 않게 된다.

이 점에 대해서는 학교 현장에 처음 나간 교사가 현장 문법 교육의 실태를 보고 어떤 느낌이 들었는지를 보면 쉽게 와 닿는다. 아래 장보람 교사는 처음으로 학교에서 국어 교육을 맡게 되었다. 발령을 받은 것은 아니고 임시로 맡은 자리인데, 그만큼 학교의 경력 교사들이 신경 써서 수업 관련 안내를 해 주었을 것이다. 장보람 교사는 본인도 '문학 수업'을 하고 싶었으나 학교에서 '문법 단원'을 맡겼다고 한다. 그러면서 다음과 같이 안내를 받았다.


장보람: 그 문법 한 단원을 6시간 만에 다 하라는 거예요. 시험 범위가 2단원까지니까 다 하세요. 그래서 아무 생각 없이 그 자리에서 네 하고 집에 왔어요. 집에 와서 책을 봤는데 문법 시수가 12시간인가 15시간인가 그렇게 잡혀 있는 거예요. 책에. 근데 이걸 6시간 만에 하라니까 황당한 거예요. 너무 뭐 어짜라는 거야 이런 생각이 드는 거예요. 그래서 자기네들은 할 수 있다는 건지, 아니면은 원래 그렇게 해 왔는, 건지 여러 가지로 이해가 안 가는 거예요. 특히나 저는 처음이니까. (중략) 지금 수석 선생님이 수업을 제가 한 번도 안 해 봤다 하니까 걱정이 되셨나 봐요. 그래서 수업 방식을 얘기를 해 주시는 거예요. 요새는 책이 잘 나와 있고 시디가 정말 잘 되어 있고. 시디를 넣어주시더라고요. 제 노트북에. 그래서 이걸 들고 가서, 켠 다음에 애들이랑 읽고, 다음에 옆에 날개 부분 있잖아요. 그거 클릭을 하면 답이 나온대요. 그거 보여주고 애들이 활동할 때도 타이머 돌려 가지고 애들보고 풀어 보라하고, 타이머가 끝나면 이렇게 물음표를 탁탁 이렇게 클릭을 하면 그 빈칸에 답이 딱딱 채워진대요. 그렇게 수업을 하면 된대요. 근데 진짜 그렇게 하면 수업을 6차시 만에 끝낼 거 같긴 해요. 흐흐
연구자: 그 말 듣고 어땠어요?
장보람: 흐흐흐. 왜 이거를 왜 이거를 노하우랍시고 가르쳐주는 거지?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경력이 많으나 적으나 문법 수업보다는 문학 영역을 선호하는 학교 현장의 모습을 알 수 있다. 그리고 문법 교육을 위해 정성 들여 수업 연구를 하지 않는 모습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