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토우치 트리에날레 025 가을] 퇴사 여행 Day1

하루 1만5천보 ~ 2만 9천보 극한 미술여행

by nkjh

막연히 이 가을 가볍게 가까운 일본을 갈까 하는 생각의 시발점.

우연히 미술업계 종사하는 분이 일본 여행 다녀온 얘기를 하였고 세토우치 미술 투어를 다녀왔다고 한다.

”와~ 좋았겠어요. 저는 나오시마 한번 가보고 싶더라구요“

“아.. 나오시마가 세토우치에 있는 섬이에요“ ”3년마다 미술 축제를 하는데 그게 올해 열렸고 오는 11월 첫주까지에요“

(오~ 그런 게 있었구나. 첫째주면 퇴사 후인데 다녀올까?)

몇 년 전부터 나오시마 미술여행 가면 좋겠다 생각했던지라 듣자마자 떠나고 싶어졌다. 하지만 촉박한 퇴사 일정으로 여행 준비할 틈이 없었다. 자연스럽게 포기가 되려던 찰나에 J가 세토우치 여행에 필요한 상세 정보를 풀어주셨다. 어느 공항으로 가야하는지, 숙소는 어디가 좋은지, 섬 이동 배편과 섬 안에서의 이동, 축제 티켓, 축제 전용 앱 활용법 등등 앱에서 톡 페이지를 스크롤해가며 읽어야 될 정도로 초간단 질문에 매우 장문의 답변을 쏟아내셔서 당장 출발해야 할 것만 같았다. 축제기간이 겨우 열흘 남짓 남은 상황에서 임박한 일정을 맞출 수 있는 친구도 없었고 아무런 준비가 안되어 있어서 갈 수 있을 거 같지 않았다. 아쉽지만 어쩌겠어. 다음 기회가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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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없을 거 같았다.

주말 저녁, 동생네 식구들과 함께 있다가 혼자 나와 항공권을 찾아보았다. 이틀 뒤 임박한 날짜임에도 추석연휴기간만큼 납득안되는 수준의 요금은 아니다. 호텔도 선택지가 많지는 않지만 두 곳으로 나눠 예약하면 예약 가능하다. 새벽녘에 부랴부랴 항공편을 결제하고 숙소를 예약했다. 그리고 공항버스도 예약했다. 인터넷은 어쩌지? 재직중이었더라면 로밍을 했을테다. 이제부터 통신비 지원 같은 건 없구나. 잠시 퇴사를 실감했다가 이성을 되찾고 남들처럼 e-Sim 을 산다. 또 뭐가 필요하지? 여행 앱에 있는 체크리스트를 열어본다. 당장 내일 출국인데 짐을 저녁에 챙기기 시작했다. 다음날 아침 비행기라 새벽에 집을 나섰다. 벌써 피곤이 몰려온다. 왜 나왔을까? 퇴사 직전까지 빡세게 일하고 정신없었는데 그냥 집에서 쉴걸…. 싸늘한 새벽공기를 마시며 버스를 타러 종종걸음을 하며 생각했다. 후회 막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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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인천공항 분위기에 젖어들며 설렘이 스멀스멀 찾아온다. 여행이구나. 오래도록 로망이었던 나오시마 미술여행. 좋아하는 미술전시를 5일 동안, 하루 종일 보러 가는 길이다.

기쁘게도 다카마쓰 직항이 있다. 일본의 작은 소도시 공항으로 가는 비행기는 만석이었고 공항 입국절차는 매우 오래걸렸다. 거의 한시간 걸려서 드디어 공항을 빠져나왔다.

첫날 숙소는 우노. 다카마쓰의 바다 건너편에 있지만 JR 기차를 타고 우노까지 빠르게 이동이 가능하다. 그리고 JR 기차역에서 세토우치 트리에날레 패스포트를 살수 있다고 한다.

공항에서 JR 기차역까지 가는 리무진 버스가 있다. 버스는 현금 결제. 운좋게 바로 버스를 타고 40분 정도 걸려서 목적지에 도착, 일단 트리에날레 안내소를 찾아서 패스를 구매한다. 안내를 보니 다카마쓰 항 근처에도 전시가 있다. 궁금해서 캐리어를 끌고 찾아가 보았다. 그닥 흥미롭지 않아 시큰둥해질 때쯤 르꼬르뷔지에 전시포스터가 눈에 들어왔다. 캐리어와 함께 찾아가 보았다. 입구에 놓여있는 르꼬르뷔지에가 디자인한 의자들이 반갑고 익숙한 것들을 보니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이 좋았다.

여행 첫 식사로 우동을 먹으러 갔다. JR 기차역 메리엔 멘야. 튀김을 고르고 우동 메뉴를 얘기하면 바로 만들어준다. 식판을 들고 가서 계산하면 된다. 여기 카드가 된다.

면발이 쫄깃하고 감자고로께가 겉바속촉으로 정말 맛있었다.

720엔

소박한 식당에서의 기분 좋은 한끼.

르꼬르뷔지에의 회화작품, 그리고 건축 모형
다카마스에서 우노로 가는 기차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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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노까지 가는 방법은 다카마쓰 항에서 페리를 타고 나오시마를 거쳐서 가는 방법과 JR 기차를 타고 가는 방법이 있다. 페리에 비해 기차기 비싸지만 자주 있고 더 빠르다.

중간에 한번 갈아타는데 같은 역사에서 플랫폼만 다르기 때문에 크게 불편하지 않았다.

우노.

우노 기차역사에 트리에날레 봉사자들이 행사 지도와 동네 맛집, 버스 시간표가 들어있는 인쇄물을 나눠준다.

짐을 내려놓기 위해 숙소에 체크인 먼저. 매우 임박해서 예약하는 바람에 도미토리밖에 선택할 수 있는 방이 없었다. 트리에날레가 목적인 혼여자에게 추천할만한 숙소.

우노 항선착장까지 5분 컷, 정말 침대밖에 없고 캐리어를 열어놓기도 빠듯한 공간이지만 더블사이즈 침대는 깔끔하고 누워자는데 부족함이 없다. 공용 샤워실을 사용해야 하지만 온천 쿠폰을 주기 때문에 5분 정도 걸어나가서 매일 온천을 이용할 수 있다. 온천은 의외로 크고 좋았다. 신발장에 신발을 넣고 키를 빼서 프론트에 건내주면 라커키와 수건을 준다. 배 스무디가 일품, 온천 식당에서 작은 이슈가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좋은 이미지로 남았다. 무슨일이 있었는지는 이튿날 이야기에서…

야외 온천이 있어서 온천물에 몸을 담그고 별을 헤아릴 수 있다. 뉴질랜드, 스코틀랜드, 스위스 등 먼곳에서 여행온 친구들 이야기 듣는 재미는 덤.

먼저 여행중인 친구들에게 가장 좋았던 곳을 물었더니 안도타다오가 최근 지은 지추미술관이란다. 근데 예약이 필요하고 자기들은 몇 달 전에 예약했다고 한다. 급조해서 떠난 나는 취소자리를 노려보는 수 밖에…

우노호텔 레스토랑에서의 늦은 저녁식사

잠들기 전 침대에서 수없이 예약사이트를 리프레시 해서 테시마무지엄 예약에 성공했다. 그리고 테시마 일정은 뮤지엄 예약한 날로 고정하고 다른 섬 일정을 조정하기로 했다.

나오시마에서 지추미술관은 결국 예약하지 못하고 관람 시간이 짧은 제임스터렐관만 예약이 가능했다. 이렇게 나오시마 일정도 "주어졌다".

전시가 10개 이상의 섬과 항만지역에서 열리는데 배로 이동을 해야하므로 목적지를 정해야 한다. 나머지 섬 중에 어디를 갈까나.. 세토우치 패스포트앱에서 작품리스트를 살펴보았다. 가장 작품수가 많은 곳이 쇼도시마였다. 내일은 쇼도시마를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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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땐 몰랐다. 쇼토시마가 얼마나 큰 섬인지…



세토우치 트리에날레

교토의 히로시마 중간쯤에 위치한 세토나이카이지역에서 2010년부터 3년마다 열리는 미술 축제.

고령화와 산업환경변화로 항만인근 도시규모가 축소되고 섬인구도 급격히 줄어들어 황폐화되어갔다. 베네세 재단에서 1980년대부터 나오시마섬에 안도타다오 설계의 미술관과 호텔리조트를 지으면서 쇠락한 섬을 년간 50만명이 찾는 예술의 성지로 변모시켰다. 나오시마 섬을 중심으로 지역의 활기를 되찾고자 기획된 국제 예술제가 세토우치 트리에날레이다. 다까마스항 또는 우노항에 숙소를 잡으면 섬으로 이동이 편리해서 가장 효율적으로 여행할 수 있음.

- 항공편: 다까마스 공항 (다까마스항과 가까움) 또는 오카야마 공항 (우노항과 가까움)

- 티켓: 세토우치 트리에날레 패스는 미니 책자로 된 실물티켓이나 앱내에서 구매할 수 있음. 200여개 전시 중 유료 전시 입장권을 별도로 구매하지 않고 이용할 수 있는 패키지 입장권 (4,500엔). 일부 전시는 별도 예약이 필요하며 티켓을 추가 구매해야 함. 행사는 봄, 여름, 가을 시즌으로 나뉘어져 있어서 패스는 각 시즌기간 내에 자유롭게 이용 가능.

- 페리: 세토우치 앱에서 페리 3일권을 구매할 수 있으나 페리 운행시간과 구간이 한정되어서 사전에 잘 계획하지 않으면 개별 구매하는 편이 낫다. 페리는 300엔~600엔으로 저렴한 편이지만 쾌속선이 운행을 자주하고 이동소요시간도 빠른 경우가 있다.

- 시내교통: 시내버스나 행사기간동안 운행하는 셔틀버스를 타거나 자전거를 빌려서 이동할 수 있음. 쇼도시마는 전체를 돌아보려면 렌트를 하는 편이 좋음

- 쇼핑/맛집: 쇼도시마는 올리브가 특산물, 다카마쓰는 우동의 도시, 드럭스토어에서 파는 교토 말차가 공항보다 저렴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