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숲으로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숲 May 19. 2024

뽀고리

고박사의 영상은 게시되자마자 빠른 속도로 조회수를 올렸다. 고박사의 영상에는 뽀구리가 무릎을 끓어안고 우는 모습이 크게 확대되어 있었다. 뽀구리가 무릎을 끌어안고 우는 모습이 SNS에서 100만 회나 공유되고 인기 유튜버들이 뽀구리 패러디 영상을 생산해냈다. 이제 명품숲은 전 세계적인 이슈가 되었다. 국제적인 반대 운동이 벌어졌다.


“뽀고리를 살려주세요”


온 세상이 뽀고리 이야기로 들썩였다. 전국 어린이 그림대회 주제로 “뽀고리”가 제시되고, 국회에서는 일명 ‘뽀고리법’이라고 하는 숲 보호법이 발의되었다.


그무렵이었다. 두 달을 내리 퍼부어대던 비가 그친 것이다. 눈부신 해를 다시 보게 되다니! 믿을 수가 없었다. 숲에 무지개가 걸렸다.


여론의 몰매를 맞은 시장은 계획을 전격 취소했고, 공사 장비들은 모두 철수됐다. 진흙탕이 되어버린 숲은 이전에 살던 숲이 아닌 것 같았다. 숲 친구들은 큰 슬픔에 잠겼지만, 큰 희망도 품을 수 있었다. 숲은 다시 살아날 것이다.


친구들은 다시 모였다. 일약 유명인사가 되어버린 뽀구리에게 친구들이 말했다.

“와, 뽀구리가 멸종 위기종이었어!”

“뽀구리가 숲을 살렸어!”

“세상에 하나뿐인 뽀구리!”

뽀구리 덕택에 숲을 지킬 수 있게 된 셈이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큰 비 02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