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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소 Jan 27. 2021

엄마가 자라고 있다.

_ 시간과 날들이 차곡히 쌓여


늘 에너지가 넘치는 큰 아이,

아직 어려 손이 많이 가는 둘째 아이.

가정 보육에 하루 세끼 먹이고 치우고. 온 집안에 가득한 열정적인 놀이의 흔적들과 그와 별개로 매일매일 차곡차곡 정립되어 산을 이루는 집안일.

이 모든 게 감당이 안 되는 마음이 넓지 못한 저질체력의 엄마는 안타깝게도 점심때 즈음이면 이미 진이 빠진다.


문 열어 달라 창문을 두드리는 아이 둘을 거실에 두고 베란다로 나왔다. 세탁이 끝난 빨래를 널며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듣는다. 너덜 해진 체력과 마음의 숨구멍을 찾아보려는 노력이다. 빨래를 다 널었지만 거실로 바로 들어가지는 않는다. 아이들은 한참 문을 두드리다 이내 마음을 돌려 각자 놀이를 하고 있다. 빨래 널 때 가지고 나왔던 남은 아이스 라떼를 마시면서 세탁기에 기대 베란다 밖을 둘러본다.


좋은 계절이다. 세계 온 나라를 흔들고 있는 코로나 난리 속에도 하늘은 청명하고 구름은 풍요롭다. 햇살은 따스하고 바람은 상쾌하다. 좋은 계절이라 이렇게 빨래를 널다가도 창 밖을 보며 환기할 수 있으니 감사한 일이다.


아이를 키우는 일은 분명 인생에서 처음 느껴보는 선명한 기쁨이 있는 일이다. 그것도 살면서 허락된 시간 동안에만 할 수 있는 귀한 일이다. 그런데 쉽지 않은 일이다. 흔히 희로애락으로 사람의 인생을 표현하곤 하는데 육아는 그 인생 희로애락을 압축해서 경험하는 응집된 시간 같다. 어찌 이리 달고 쓰며 아름답고 고단할까.


아이를 사랑하지만 육아를 고민하는 시간들. 스스로 엄마의 그릇과 자격을 저울질하며 눈물도 흘리는 날들. 그 시간과 날들이 차곡히 쌓이며 부족한 엄마가 자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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