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시작하면 어떻게든 되더라고
2022년 1월, 뉴스레터를 발행해 볼까? 하는 생각을 했다. 대략적인 아이디어와 기획을 짰다.
2022년 2월, 친구 한 명을 섭외했다. 함께 본격적인 준비를 시작했다.
2022년 3월, 친구 한 명을 더 섭외한 후 1일 첫 발행을 시작으로 일 년 동안 운영했다.
그리고 이제 2023년 4월, 새로운 발행을 앞두고 있다.
현재 '메리캘린더'라는 뉴스레터를 운영하고 있다.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이력서에 쓸 수 있지 않을까, 재밌을 것 같은데 하는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첫 발행을 한 후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생각보다 시간도 노력도 정성도 많이 들어갔다. 사이드 프로젝트가 그렇듯 현생에 밀리기도 했다. 과제를 해결하듯 마감에 쫓겨 발행을 했던 날도 있었다. 그럼에도 했던 이유는 아주 많지만 짧게 요약하면 '재밌어서'이다. 사실 1년 반짝 단기 프로젝트로 끝내려 했던 생각과 다르게 올해까지 하기로 결심하게 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꽤 재밌다. 그리고 일정 부분 나를 살게 했다. 여러 가지 소회를 풀기 전에 우리 뉴스레터 먼저 설명해 드리겠다.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는 우리를 위한 캘린더
발행일 : 매달 격주 금요일 오전 8시
주제 : 크리스마스
콘텐츠 : 디데이, 크리스마스 정신을 담았거나 겨울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 추천, 캐럴 추천, 에세이
링크 : https://maily.so/merrycalendar
구독하기 : https://maily.so/merrycalendar/embed?src=BRUNCH
IG : https://www.instagram.com/merry_calendar/
0. 시작할 결심
취준은 모든 자존감을 무너뜨리고 다시 세우는 일의 반복이다. 아 그냥 내가 사장하고 싶다... 하는 생각도 여러 번. 그러니까 내가 주체가 되어서 내가 하고 싶은 것 마음껏 하는 무언가가 필요했다. 카페에 앉아 뭘 하면 좋을까? 온갖 생각을 했다. 내가 좋아하는 걸 정리해 봤다. 크리스마스, 영화.... 이걸 뉴스레터로 만들어볼까? 그때의 내가 애니메이션 속 캐릭터였다면 머리 위에 전구가 켜졌을 것이 분명하다. 뭔가 눈앞이 좀 환해진 것 같기도 했다. 그렇게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는 뉴스레터라는 노션 페이지를 만들었고 기획을 시작했다.
1. 왜 크리스마스인가
뭔가 프로젝트를 하겠다고 결심했다면 제일 중요한 게 내가 즐겁게 좋아하면서 할 수 있는 일인가? 하는 기준이었다. 야심 차게 시작한 프로젝트가 재미없거나 일이나 과제처럼 느껴진다면 회사에서도 힘들고 집에서도 힘들 것이다. 그러면 애초에 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사실 오래 하기 위해서는 제일 중요한 것이 재미인 것 같다. 재밌어서 시작된 프로젝트가 세상을 뒤바꾸기도 한다.(생각보다 그런 일이 많더라고) 나는 크리스마스를 정말 좋아한다. 이유는 수 없이 많지만, 굳이 말해보자면 최애 계절인 겨울에 있는 날인 데다가 따뜻함, 즐거움, 행복 같은 감정이 어우러져있다. 외국영화를 보면 느낄 수 있는 특유의 명절 분위기가 너무 좋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겠다. 그러니 당연히 크리스마스를 주제로 할 수밖에.
2. 그럼 왜 뉴스레터인가
일단 영상을 만들자니 솔직히 재미없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종종 어떤 영상을 만들 때면 나라면 이 영상을 끝까지 볼 것인가?를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크리스마스만 이야기하는 영상이 유튜브에서 사랑받기는 힘들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러면 어떤 매체를 선택할 것인가. 나는 매년 12월 26일이 되면 그다음 해의 크리스마스까지 디데이를 설정한다. 줄어드는 숫자에 반비례하는 설렘의 크기가 좋다. 아, 이거다! 뉴스레터가 한창 주목받기 시작할 때였기도 했다. 구독자가 선택하는 구조인 만큼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을 위해 함께 디데이를 세야겠다고 생각했다. 거기에 디데이를 기다리며 보고 듣기 좋은 영화랑 캐럴 추천도 더해서 말이다. 처음엔 솔직히 이게 될까? 싶기도 했다. 아니 뭐, 나야 좋아하지만 그런 사람이 많겠냐고. 하지만 늘어가는 구독자와 피드백을 보며 아, 있구나 싶었다. <메리캘린더>를 선택한 구독자에게 구독자 이상의 동지애를 느끼는 이유이기도 하다.
3. 함께하는 사람의 중요성
처음에는 혼자 하려고 했다. 그래서 이것저것 틀도 잡아보고 기획도 하고 만들었다. 하지만, 누구보다 나를 잘 아는 사람은 나다. 지금은 열정이 불타오르지만 곧 식어버릴 것이라는 건 분명했다. 계속 서로 옮겨 붙을 장작이 필요했다.(이 글을 쓰다 알게 됐는데 친구를 뜻하는 벗은 불을 피울 때 불씨에서 불이 옮겨 붙는 장작이나 숯을 뜻하기도 한단다.) 그래서 제일 친한 친구에게 넌지시 제안했다. 만약 이걸 하면 귀찮을지도 모르고, 나는 이걸 1년 정도 하고 싶은데 그 사이에 그만 두면 안되고... 구구절절하는 나에게 흔쾌히 같이 하자고 했다. 그리고 더 신나게 참여해 줬다. 함께하니 추진력이 생겼다. 이름도 로고도 사이트도 일사천리로 정하고 일정도 구성도 막힘이 없었다. 그리고 이걸 정리하고 퇴고하며 홍보채널을 전담으로 담당해 줄 친구 한 명을 더 섭외하여 어벤저스 부럽지 않은 팀을 만들었다. 다행히 아직까지 싸우지도 않았다. 물론 몇 번의 의견 불일치는 있었지만, 해결방법을 찾아가고 제안하고 만들어가면서 잘 유지하고 있다. 그리고 오히려 더 즐거워하면서 올해도, 내년에도 하자고 제안해 주었다. 치열한 현생을 견디면서도 함께 즐거워해준 친구들에게 심심한 감사를 표한다.
5. 그리고 앞으로
우리는 이제 다음 목표를 세웠다. 작년의 목표는 놀랍게도 구독자 100명이었단 사실! 그리고 올해는 10배 늘려서 구독자 1000명을 목표로 한다. 이렇게 된 이유는 두 개가 있는데 하나는 애초에 시작 목표가 꽤 적었다는 데 있고 나머지 하나는 이제 남모를 자신감이 붙었다는 데 있다. 뭐 이제 원고 쓰는 감도 어느 정도 익혔고 준비는 그 어느 때보다 되어있다. 시행착오는 작년에도 겪었고 그에 따른 매뉴얼도 완벽하진 않지만 준비됐다. 하면 되는 지금 뭐가 무서울까! 그러니 그저 무사히 해내기만을 바랄 뿐이다.
다시 시작될 메리캘린더, 나와 친구들이 함께하는 뉴스레터가 어디로 어떻게 흘러갈지 몰라 일단 열심히 하고 있다. 부디, 새로 넘겨질 달력이 마침내 좋은 날로 데려가 주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