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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MA May 26. 2023

흘러갈래

20대 표류기

흐르듯 사는 삶을 바랐다. 이것저것에 메이고 싶지 않은 욕망. 뭔가 떠오르면 그걸 실행하며 사는 삶. 그렇다고 목적 없이 살아간다는 게 아니라, 그저 내 삶의 지향점이 머물러있지 않은 어느 곳에 있을 뿐인 삶. 사실 그건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다고 스스로 세뇌하는 그런 삶. 모든 일의 이유가 내 마음에만 달려있는 그런 삶. 성취하고 만들어내는 삶.


때로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감정에 휩싸인다. 행복하다. 행복한데 깊고 어두운 기저에 불안이 찰랑거린다. 그런데 이 불안이 마냥 불편한 감정은 아니다. 때로는 원동력이 된다. 물컵에 물이 가득 차있을 때, 바들바들 떨면서 드는 것이나 그냥 한 번에 드나 흘리는 것 똑같다. 어차피 젖는다면 일단 실행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 다 흘렸다면, 다시 물을 뜨면 되지. 손이 다 젖었다면 말리면 되지! 그래, 하자. 해보자. 


일단 브런치를 대하는 태도도 바뀌어보려고 한다. 매번 하얀색 빈 화면을 바라보고 한참을 고민하다가 창을 닫곤 했다. 그 이유를 생각해 봤는데, 두 가지다. 하나는 잘 써야 한다는 부담감이었고 하나는 못 쓸 것 같다는 자신감 부족이랄까. 몇 번이고 썼다 지우고 썼다 지웠다. 한동안 보지도 않았다. 그렇다고 평생 쓰지 않을 것도 아니면서. 글을 쓰는 건 나를 기록하는 행위이자, 나의 힐링이자, 일종의 탈출구라는 사실을 계속 생각하기로 했다. 일단 쓰고, 짧더라도 쓴다. 생각이든 경험이든 뭐든, 일단! 정처 없이 표류하다 어딘가 잠시 닻을 내리는 기분으로 여길 들리려 한다. 그래, 하자. 해보자. 


흘러가다 보면 만나는 것들과 인사하고, 기억하고, 마음을 나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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