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명품을 살 준비가 되어있을까?
일정이 잘 맞지 않아서 머리를 해야 하는 시기를 놓쳤다. 자주 가던 미용실이 두 군데가 있는데, 한 곳은 사무실 근처이고 한 곳은 집 근처에 있었다. 그런데 아쉽게도 집 근처에 있는 미용실이 한 달 전에 문을 닫았다. 문 닫기 전에 마지막으로 머리를 하고 머리를 못 하고 있었다. 출근하면 바쁜 업무로 인해서 예약을 해야 하는 사무실 근처에 있는 미용실은 영 시간을 맞추기가 어려웠다. 갑자기 주말이 지나기 전에 꼭 머리카락을 자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지인에게 추천을 받아서 근처 미용실에 연락을 했는데, 주말이고 예약이 이미 다 차서 갈 수가 없었다. 포기하고 있었는데 평소에 지나면서 자주 보던 미용실이 생각이 났다. 사람이 많이 기다리고 있는 것을 자주 보았던 터라 그나마 기본은 할 것 같은 믿음이 있어서 그냥 가기로 했다.
운이 좋게도 내가 들어갔을 때는 기다리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서 바로 커트를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자리에 앉자마자 바로 후회를 하기 시작했다. 다른 미용실에서 볼 수 없었던 미용가운을 1개만 달랑 입히더니 현란한 가위질을 하기 시작했다. 마치 가위손이 가위질을 하는 것처럼 뭉터기로 머리카락을 날려버리기 시작했다. 덥수룩해 보이지 않게 정리만 해달라고 분명히 이야기를 했는데… 뭉터기로 가위질을 순식간에 하더니 바로 바리깡(?)을 들고 나머지 과정을 수행하기 시작했다. 평소와 다르게 그 바리깡의 모터 소리가 어찌나 듣기 싫던지 처음에 당황한 마음은 어느새 모든 걸 내려놓은 편안한 상태가 되었다. 잠시 동안 계속되던 기계 소리가 멈추고 나자 자른 머리카락을 헤어드라이어로 날려주고 목과 얼굴에 붙은 머리카락도 털어 주었다. 그게 끝이었다. 사장님(?)이 샴푸를 하고 싶으면 저쪽에서 할 수 있다고 이야기를 했다. 보통은 ‘수고하셨습니다. 이쪽에서 샴푸 하실게요.’라는 말과 함께 헤어디자이너 썜이 머리를 감겨주러 데리고 가는데…. 사장님이 가리킨 곳에는 셀프로 머리를 감을 수 있는 세면대가 설치되어 있었다. 아뿔싸 머리카락만 잘라주고 샴푸는 셀프로 하는 시스템인 미용실이었던 것이었다. 머리를 감겨달라고 이야기를 했더니 추가 금액이 발생한다고 한다. 그래서 추가요금 지불하기로 하고 샴푸를 했다.
원래 이런 곳인 줄 알고 왔다면 기꺼이 이런 서비스에 만족을 했을 텐데, 모르고 방문을 해서 황당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물론 이런 미용실의 서비스를 비난하거나 불만을 이야기하려는 것은 아니다. 내가 돈을 지불하고 구매하거나 경험하는 서비스의 가치와 품질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는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 것이다.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각각의 상품은 어떤 소비자에서 만족을 줄 것인지 제품을 만들 때부터 충분히 생각을 하고 만든다. 같은 제품이라도 고객에게 주는 만족과 품질이 다르다. 판매가 이루어지는 곳이 어디인지에 따라서도 상품의 품질은 차이가 있다. 기본적인 품질이 같다고 해도 패키지 등 제품 이외의 다른 요소에 의해 제품의 가격과 가치가 달라진다.
백화점에서 판매하는 상품과 할인점에서 판매하는 제품은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명확하게 차이를 고지하거나 설명하지 않을 수 있지만, 우리는 이 두 곳에서 판매하는 상품은 분명 다르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 가격도 품질도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머리카락을 자르는 서비스의 경우 대부분의 미용실이 같은 기본적인 헤어커트 서비스를 제공한다. 그렇지만 섬세하게 가위로 머리카락을 자르는 곳과 기계를 사용해서 머리카락을 자르는 것은 분명 차이가 있다. 사용하는 도구의 차이도 있을 수 있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의 차이도 있을 수 있다. 그리고 머리카락을 자른 후에 머리를 감겨주는 서비스의 차이도 있고 사용하는 재료의 차이도 있을 수 있다. 그 이외의 서비스도 각각의 미용실의 차이가 있는 것이다.
우리가 입는 옷도 마찬가지이다. 기본적인 의류의 기능인 사람의 신체를 보호하는 기능은 어느 의류도 제공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어떤 옷은 입으면 아주 자연스럽고 부드러운 느낌을 가질 수 있는 반면 어떤 옷은 입고 나서 미묘하게 불편함을 느끼는 경우도 있다. 사용하는 소재나 디자인도 우리가 느낄 수 있는 만족도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을 할 수 있다. 같은 옷을 입어도 잘 어울리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입으면 어색한 사람도 있다.
이와 같이 내가 소비하는 어떤 것의 가치는 내가 기꺼이 지불하는 대가와 동일하다. 비싼 돈을 지불하더라도 내가 만족하고 기쁘게 소비를 할 수 있으면 진정한 가치소비를 하는 것이다. 내가 원하는 서비스의 수준이 비싼 돈을 지불할 정도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면, 다소 저렴하지만 목적에 부합하는 서비스를 선택하면 된다. 내가 만족할 수 있는 수준의 서비스를 선택하고 비용을 지불하면 되는 것이다.
각자의 취향에 따라서 선호하는 서비스가 다르기 때문에 지불하는 돈도 차이가 있는 것이다. 무조건 비싼 것이 더 만족감을 주는 것이 아닌 것처럼 싸다고 해서 만족을 느낄 수 없는 것은 아니다. 개인의 원하는 서비스의 수준이 다른 것뿐이다.
다만 값비싼 서비스를 경험하고도 그 가치를 알 수 없다면 그런 서비스를 소비하는 것이 합리적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명품을 소비하고도 그 가치를 느끼고 경험할 수 없다면. 비싼 서비스를 경험할 준비가 안 되어 있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은 나도 명품의 가치를 잘 모른다. 그래서 내가 소비하는 것이 합리적이지 않다는 생각을 가끔 한다. 명품뿐만 아니라 그 어떤 제품이라도 가치를 알 수 있는 사람이 소비를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을 한다.
내가 원하는 수준의 서비스의 가치를 알고 기꺼이 비용을 지불하고 그 제품을 경험하는 기쁨을 누리는 것이 진정한 가치 소비의 모습이 아닌가 한다.
명품을 소비하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내가 원하는 가치를 알고 소비하는 것이 바로 내게는 명품을 소비하는 것과 같은 만족감을 주는 가치 소비라는 것이다.
자 이제 명품을 소비할 준비를 해 보는 것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