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새 디자인하는 게 쉬운 줄 아니

창작의 고통, 유행은 돌고 돈다.

by 디자인라운지

새해부터 엄청 춥다. 지난해 많은 일이 있었던 탓인지도 모르지만 올해는 새로운 해를 맞이하는 설렘이 별로 없었던 것 같다. 매일매일 클리어해야 하는 미션들을 해결하느라 소소한 즐거움을 잊고 있어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새해를 맞이하는 계획을 세우는 시간도 가지지 못하고 얼떨결에 새해를 맞이했다. 그야말로 전례 없이 어수선하게 시작한 한 해인 것 같다.


요즘은 시장에 진입하는 새로운 브랜드는 별로 없고 아쉽지만 사업을 종료하는 업체들이 많다. 론칭부터 열정을 다해서 디자인을 하고 제품을 만들어서 판매를 했던 브랜드인데, 사정상 더 이상 브랜드 운영을 종료한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마음이 좋지 않다. 오랜 시간 같이했던 업체들의 디자인을 더 이상 진행하지 않는다는 생각에 허전한 마음이 크기도 했다.


대부분의 브랜드는 고유의 컨셉과 디자인을 가지고 있다. 브랜드 시작 초기에 브랜드의 감성을 담아서 디자인을 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을 한다. 계속 연구하고 시행착오도 겪으면서 제품의 완성도를 조금씩 높여간다. 고객들이 브랜드를 이해하고 공감하기 시작하면 브랜드가 비로소 성장을 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이런 결과는 단시간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오랜 시간이 지나서 쌓이고 쌓여야 그 빛을 볼 수 있다.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평범한 브랜드보다는 컨셉이 확실하거나 명확한 용도가 있는 제품을 주로 컨설팅하다 보니 내 클라이언트는 유행을 타기보다 꾸준하게 자리를 지켜 나가는 브랜드가 많다. 조금 더 쉽게 표현을 한다면 꼭 필요해서 만든 제품이 주를 이루는 브랜드라고 할 수 있다. 예전에 쓴 글의 주제처럼 ‘내가 불편하고 필요해서 만든 브랜드’이다. 필요가 명확한 제품이다 보니 같은 니즈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는 아주 명확한 시장이기도 하다. 기존에 없는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야 하는 위험이나 노력을 하지 않아도 이미 구매해 줄 고객이 존재하는 아주 확실한 컨셉과 시장을 가지고 있다. 다만 장정이자 단점도 존재한다. 브랜드가 디렉터와 동일한 느낌을 벗어나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또한 분명한 필요에 의해서 디자인하고 만들어진 브랜드이지만 그와 같은 필요를 가진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지 않을 수 있다는 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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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 용어 중에 ‘롱테일법칙’이라는 것이 있는데, 롱테일법칙에 의하면 중간에 고객이 많은 시장보다 중간을 벗어난 양쪽 측면에 위치한 시장에 위치하는 브랜드가 주로 이 부류에 속하는 경우가 많다. 특수한 니즈를 가진 고객을 가지고 있어서 소비는 확실하지만 그 시장의 확대는 어려운 시장이다.


이런 확실한 니즈가 있는 브랜드의 디자인을 할 때 조심해야 할 점이 있는데 필요에 의해서 만드는 제품이다 보니 디자인보다 기능에 중점을 두고 제품을 만드는 경우가 있다. 기능을 충족시키기 위해 디자인을 마음껏 적용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래서 고객들이 처음 해당 브랜드의 제품을 접하면 쉽게 구매를 할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익숙한 디자인에 고객들이 지쳐간다는 점이다. 새로운 고객을 끊임없이 유입시켜서 매출을 일으켜야 하지만 기능과 목적이 확실한 제품일수록 신규 고객의 확보가 어렵다. 기존 고객들이 익숙한 디자인에 싫증이 나기 전에 새로운 디자인이 반영된 제품을 출시해야 한다. 고객들이 이탈하기 전에 말이다. 그런데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꾸준하게 새로운 디자인의 제품을 출시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특히 기능에 특화된 제품의 경우에는 더욱 그런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새로운 디자인을 출시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특정 브랜드나 제품에만 적용되는 이야기는 아니다. 컨셉이나 연령대 복종을 떠나서 모든 브랜드가 새로운 디자인을 꾸준하게 출시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일은 의류 패션 분야뿐 아니라 어느 분야에서도 쉬운 일이 아니다. 이러 이유로 제품이나 디자인의 카피가 자주 일어나기도 한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것은 한계가 있어서 디자인을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어느 순간 더 이상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는 때가 있다. 자신의 아이디어를 카피하던 남의 아이디어를 카피하던 자신도 인지하지 못하는 순간 기존의 아이디어를 카피하는 순간이 오는 경우가 흔하다. 패션제품들 중에 특히 비슷한 디자인이 많이 보이는 이유도 이와 다르지 않다. 물론 의도적으로 잘 팔리는 디자인을 카피해서 만드는 경우도 있다. 새로운 것을 창작하는 사람들은 항상 이런 고민을 하는 상황을 맞이할 수도 있다. 새로운 아이디어가 무한정 떠오르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고객은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원하고 새로운 것은 계속 만들어 내는 것은 어렵다면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 고민이 늘어날 뿐이다. 그런데 이런 문제에 대한 해결책 중의 하나가 바로 패션을 이야기할 때 자주 쓰는 ‘복고’가 아닐까 한다. 흔히 ‘레트로’라고 하기도 하는 과거로 돌아가려는 태도나 유행을 의미한다. ‘유행은 돌고 돈다’라는 말도 있듯이 세상에 없었던 새로운 것을 만들기보다는 과거에 있었던 디자인에 현대적인 요소를 반영해서 새롭게 재해석하는 방법이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 아닐까 한다.


이런 말들은 전혀 새로운 개념은 아니고 지금도 많은 브랜드나 디자이너들이 실천하고 있다. 그런데 굳이 지금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 이유는 바로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현재 나의 상황에 아주 잘 맞는 말인 것 같기 때문이다.


거기에다가 새로운 디자인을 기획할 때 중요하게 생각을 할 것은 바로 겉과 속이 다른 레트로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겉 보기에는 같은 디자인이지만 소재를 다르게 하거나 기능을 추가하는 방법을 사용하면 과거의 유행에서 영감을 얻어서 새로운 디자인을 만들어 내기에 아주 적절한 방법일 것이다.







요즘 들어 드는 생각 중의 하나가 바로 ‘세상에 더 이상 새로운 것은 없다’라는 것이다. 지금까지 있었던 것들의 새로운 시도가 있을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개인적인 생각이다.


주말에 또다시 새로운 창조물을 만들기 위해 시간을 보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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