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순간
크리스마스이다. 다양한 사람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그 의미를 생각하는 날이다. 나는 특별한 종교를 가지고 있지 않다. 여느 평범한 사람들처럼 가족들과 평안하고 즐거운 휴일을 보내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아침에 충분하게 늦잠을 자고 일어나서 아점으로 외식을 하고 가까운 카페에 가서 맛있는 차 한잔 마시고 오려고 했다. 아니 다른 계획도 생각을 하기는 했다. 평소에 여러 가지 핑계를 대면서 자주 운동을 못했기 때문에 가까운 산에 가서 건강한 체력 단련을 하고 맛있는 점심을 먹을 생각도 있었다.
그런데 아침에 일어나니 너무 날이 추웠다. 바람도 많이 불고 야외 활동은 가족들도 반대를 하고 나섰다. 어쩔 수 없이 가까운 곳에서 점심을 먹고 카페에 들러 차를 마시기로 했다. 차를 타고 계획했던 식당으로 가는 도중에 몸도 제법 따듯해지고 날도 좋고 하니 갑자기 절에 가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대부분의 절은 산에 있느니 소프트한 등산도 할 수 있고 크리스마스에는 절에 사람도 많지 않을 것이고 원래 계획했던 일정들을 얼추 다 소화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크리스마스에 절에 가는 경험을 자주 하지는 않은 것 같지만 그냥 이유를 알 수 없는 반항(?) 같은 생각도 들고 아무튼 그냥 그렇게 하기로 했다. 개인적인 의미를 부여하자면 특정한 생각과 사상을 고집하지 않고 다양한 정보와 지식을 바탕으로 새로운 것을 창조할 수도 있을 것 같은 생각도 들었다.
결과는 아주 대만족이었다. 절에 도착해서 대웅전에서 간단한 바람을 전하기도 했고, 뒷산에 있는 마애관음보살좌상을 보기 위해 가벼운 등산도 했다. 날이 매우 추웠지만 내려올 때 그 상쾌한 기분은 정말 좋았다. 올라갈 때와 내려올 때는 기분은 정말 극과 극이었다.
사실 원래는 산에 오르고 나서 맛난 점심을 먹을 생각이었지만 밥을 안 먹고 산에 오르면 배가 고파서 못 올라갈 것만 같은 느낌이 있어 절에 가기 전에 이미 밥은 먹은 상태였다. 밥심으로 산에 올라가서 불상을 보고 여러 가지 소원을 빌었다. 가족들의 건강과 안녕 그리고 사업 번창 등 속으로 엄청 많은 조건들을 이야기하고 왔다. 평소에는 공짜로 소원만 빌고 왔지만 오늘은 그 효과를 더 잘 보기 위해서 정성(?)도 쬐끔 쓰기도 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고즈넉한 산사에서 편안한 마음으로 다양한 디자인 아이디어도 얻을 수 있었고 생각지도 않게 복잡했던 머릿속도 살짝 정리가 되는 효과도 있었다. 최근에 여러 가지 이슈들로 인해서 생각하고 결정해야 할 일들 때문에 일을 해도 효율도 안 나고 마음만 급했었다.
아주 거창한 소원을 빌고 산을 내려와서 차를 타고 오다가 그냥 바닷가 언덕 위에 느낌 있는 카페가 보여서 무작정 들어갔다. 그리 크지 않은 카페였고 바다뷰가 정말 좋은 카페였다. 사람도 많지 않아서 아주 좋았다. 따듯하고 조용하고 편안한 그런 카페였다. 예전에 학교 다닐 때 학교 근처 자주 가던 ‘코지’라는 카페가 있었는데 그 카페도 아주 편안한 분위기가 좋았다. 오늘의 갔던 그 모르는 바닷가의 카페도 코지한 느낌을 주는 그런 카페였다. 관광지에서 보기 쉬운 분위기는 아니었다.
카페가 너무 편안하고 아늑한 분위기라서 낮잠도 한숨 자면서 편안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중국거래처에서 메시지가 왔다. 중국은 크리스마스가 휴일이 아니라 오늘도 일을 하고 있다고 했다. 업무 관련 소통을 하고 나서 참 세상은 넓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어릴 적부터 크리스마스를 떠올리면 하얀 눈이 내리는 겨울에 케이크를 먹으며 가족들과 선물을 주고받는 그런 장면이 떠오른다. 그런데 나와 업무적으로 관련이 있는 다른 나라의 누군가는 눈도 내리지 않는 따듯한 날씨에 평소와 다름없는 평범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 그러면서도 나에게 ‘메리 크리스마스’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무언가 알 수는 없지만 평소라면 전혀 생각해 보지 않았을 일을 생각하게 되는 그런 시간이었다. 잠시 동안 멍한 느낌이 있었다.
딱히 어떤 신박한 아이디어가 떠오른 것은 아니지만 새로운 것이 생각날 것만 같은 그런 느낌이 들었다. 마음이 몽글몽글하고 뭔가 새로운 일이 생길 것만 같은 그런 느낌이었다. 지금 어떤 업무를 시작하면 열심히 집중해서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 것 같은 마음이다. 뭐 그렇다는 이야기이다.
처음에 카페에 들어올 때는 잘 몰랐는데, 나중에 나올 때 보니 자리가 없어서 사람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내가 운 좋게 시간을 잘 맞춰서 한가한 시간에 온 것이고 원래는 이 카페가 사람이 많이 오는 그런 카페라고 한다. 오늘 뜻깊은 휴일에 아주 좋은 일들이 연속으로 생겼다.
오늘 하루 참 운이 좋은 하루를 보낸 것 같다. 최근에 보낸 하루 중에 가장 편안한 마음으로 보낸 하루였다.
오늘처럼 일반적이지 않은, 평소와는 다른 어떤 상황을 맞이하게 된다면 생각이나 행동의 방식이 다른 방향으로 흐르게 되고 그렇게 되면 기대하지 않았던 의외의 것을 맛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평소와 다른 상황을 만들어서 그 속으로 헤엄쳐 들어가 보라. 좋은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