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궁 이형성증부터 자궁 적출 수술 그 마지막 이야기
수술 후 두 달이 다되어가는 날 쓰는
<그동안 고마웠어. 수고 많았어> 브런치 북의 마지막 글
수술 한 달이 조금 지나 한 자궁경부암 검사 결과는 정상이었다. 꽤나 오래전부터(약 10년 전부터) 자궁경부암 검사 결과 문자에는 늘 이형성증, 고위험군, 추적관찰 요망, 재검사, 산부인과 방문 등의 단어로 채워져 있었는데 정상이라는 단어를 보다니. 알 수 없는 안도감이 밀려왔다. 물론 언제고 재발할 수 있을 테고 눈에 보이지 않아 나는 모를 테고 증상이 없으니 아는데 한참이 걸릴 것이다. 하지만 나는 현재 상태를 온전히 누리려고 한다.
누군가에게는 큰일이 아닐지도 (결과적으로 위험한 단계는 아니었고 수술도 잘 끝난 상태라) 또 누군가에게는 꽤나 큰 일처럼 느껴질 이번 상황으로 나는 몇 가지가 크게 바뀌었다. 잠을 훨씬 더 많이 자게 되었고 그동안은 관심두지 않았던 몸에 좋은 것들 (식단, 스트레칭, 건강 보조 식품 등)에 대해 알아가고 있다. 그리고 오랜만에 본 친구들에게는 자궁경부암 검사 (건강검진) 하고 있니? 꼭 해. 경각심을 일깨워주기도 한다.
그리고 수술 후 한약을 지어주겠다는 부모님께서는 잘 안 먹을 것 같다는 나의 말이 분명 그럴 것이란 걸 알아서였을까 대신 비타민과 콜라겐을 잔뜩 보내주셨다. 예전 같으면 그것도 안 먹겠다고 했을 텐데... 이제는 몸을 조금 더 생각하기도, 부모님의 걱정을 좀 줄여주기도 하려고 열심히 먹고 있다. (먹기 쉽고 달콤하기도 해서 더 잘 먹는지도...)
내 나이 42. 곧 43.
너무 어리지도 그렇다고 너무 늙지도 않은 나이에 맞이한 이번 상황을 나름대로 유연하게 받아들였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제 다음을 준비하려고 한다. 우선 주변에서 나를 위해 해주었던 말들을 잘 새겨듣기로 했다. 잠을 많이 자고 쉴 때는 쉬어. 잘 챙겨 먹고. 하나같이 어려운 것이 아닌데 나는 왜 하지 않고 있던 걸까? 아마 오랜 시간에 걸쳐 몸에 배어버린 뭐든 잘하려고 하던 욕심 아니었을까? 제대로 쉬는 법을 모르던 나는 이제야 쉬는 법을 조금씩 배우고 있다. 쉬는걸 누가 배우기까지 해? 할 수 있겠지만 나는 정말 몰랐더라. 내년부터 시작해 장기적으로 나를 위해 해볼 것들을 적어보았다.
/ 잠 많이 자기 (7시간 이상, 너무 늦게 잠들지 않기)
/ 물 많이 마시기 (하루 5잔 이상 마시기)
/ 몸 상태에 맞춰 운동하기 (운동 양은 천천히 늘려가기)
/ 쉴 때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기
/ 너무 많은 계획 세우지 않기
/ 온전히 나만을 위한 시간 쓰기 (약속을 나가고 친구를 만나는 것도 쉰다고 생각한 나...)
/ 초가공식품 너무 먹지 않기 (줄여나가기)
이렇게 써보니 나는 뭘 더하기보다 덜 해야 하는 게 많아 좀 웃기다. 무엇이든 한 번에 하기는 어려우니 차근차근해봐야지. 그동안 매주 읽어주시고 응원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전하며 <그동안 고마웠어. 수고 많았어> 연재를 마칩니다. 모두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