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궁 적출 수술 후 한 달이 지나...
10월 말 수술 후 한 달이 지났다. 이번 주에는 수술했다는 사실조차 까먹고 지내다 (물론 기억력이 좋은 편은 아니다.) 병원 진료 예약 알람을 보고 수술했던 때를 떠올렸다. 까마득한 옛날처럼 기억은 흐리지만 그럴 때마다 옷을 올려보면 배에 난 수술 자국이 까꿍. (꿰맨 모양이 나누기랑 비슷해서 나는 응 이라고 부른다. 옷을 올리며 응? 응! 하곤 하는데 가끔 애들이 보면 엄마 또 뭐 하냐고 웃으며 지나간다.)
12월 첫 주. 보라매병원. 1시 30분 진료라 30분 정도 일찍 갔는데 (일찍 가면 덜 기다릴 거라 생각해서) 오전 진료가 없으시고 오후 진료가 1시 30분에 시작이었다. 반강제로 진료실 앞에서 엄마와 이런저런 이야기 나누며 이름이 불리기를 기다렸다. (엄마는 앞으로도 내 모든 진료 때마다 동행할 예정으로 보인다. 심지어 항상 나보다 병원에 먼저 와서 나를 기다리신다.) 김유경 님. 들어오세요.
▷ 상담실 입장
의사 선생님 : 김유경 님. 한 달 지나셨네요. 몸은 좀 어떠세요?
김유경 님 : 불편한 곳이나 통증은 전혀 없고요. 빨리 피곤해진다? 정도요.
의사 선생님 : 그래요? 음, 우선 수술 부위 확인 한번 해볼게요. 옷 갈아입으시고 나오세요.
▷ 옷 갈아입기 > 간호사님의 본인 확인 > 굴욕자세 > 진료
의사 선생님 : 녹는 실 이기는 한데 깨끗한 게 한번 더 정리해 드릴게요.
▷ 다시 옷 갈아입기 > 상담실
의사 선생님 : 수술은 잘 되었고 수술 부위도 괜찮습니다. 이제 한 달 넘었죠? 원래 하시던 대로 일상생활 하시면 됩니다. 운동이요? 무슨 운동하셨는데요? 음... 러닝. 뭐 괜찮습니다.
진료실을 나오자마자 엄마는 뭐라셔? 괜찮다 하시지? 괜찮지 뭐. 꼭 그 말을 바라는 것처럼 얘기를 시작하셨다. 이제야 엄마를 좀 알 것 같은 40대 딸은 그래, 이럴 때 듣고 싶은 말은 해줘야지. 하며 응 다 괜찮대. 수술도 잘 되었다고. 그전처럼 일상생활 하면서 운동도 해도 된대. 최대한 밝은 목소리로 이야기했는데 역시나 우려와 걱정이 가득한 답이 돌아온다. 아니 아직 운동은 하지 마라. 한 3개월은 쉬어야 해. 무리하면 큰일 나. 알겠지? 2년 전만 해도 엄마, 의사 선생님이 하라는데 왜...?라고 퉁명스럽게 답했을 거다. 하지만 이제는 엄마가 그 말을 하는 이유를 안다. 내 몸을, 이번 수술을 나보다 더 걱정한 사람의 끝나지 않는 걱정. 그 마음을 알아 알겠어. 운동은 봄부터 할게요~ 하게 되었다. 이런 게 철이 든다는 걸까? 자궁이 가면서 큰 선물을 주고 갔다. 고마워 자궁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