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다음 날부터 퇴원까지 + 한방 병원에서의 회복기
어른이 된 후 어떤 날, 보통의 사람들보다 기억력이 좋지 않다는 것을 잘 알게 되었다. 그날 이후 의식적으로 자주 기록을 하는데 주로 글과 그림으로 남기고 휴대폰으로는 캡처를 하거나 즐겨찾기 해두는 것이 습관화되었다. (물론 저장해 둔 그 내용을 다시 찾아보기까지도 꽤 시간이 걸리는데 어쩔 수가 없다.) 병원에서 틈틈이 적어둔 후기를 보며 여기에 다시 옮겨 적어본다.
수술 전 날, 그리고 수술 당일 날 후기는 아래 에피소드에 각각 적어두었다.
수술 당일날은 마취에서 깨지 않아 하루 종일 정신이 없었다. (지금은 더 기억이 없지만... 수술 다음 날도 전 날 기억이 거의 나지 않았다.) 무통주사가 나랑 맞지 않아 토를 한 것과 (먹은 것이 없어서 걸쭉한 침 같은 것만 뱉어냄) 허리가 아파 진통제를 3번 맞은 것은 기억난다. (소변줄을 낀 채로 생활하느라 움직일 일이 없었고 침대에 계속 누워있어 허리가 아프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게 가스통일 수 있었다는...) Tip: 무통이 잘 들지 않고 통증이 계속된다면 꼭 주사로 맞는 진통제라도 맞길 추천!
보호자는 1명만 있을 수 있어서 내내 엄마가 곁에 있었다. 병원이 친정 근처이기도 하고 아이들은 남편이 보는 것이 서로 더 편할 것 같아서... (약 2주간 남편은 재택근무) 수술 다음 날 동생이 보러 온다기에 극구 말렸지만 멀리서 안부를 묻는 것이 더 불편한 사람인 걸 누구보다 잘 알아서 오지 말라는 얘기는 더 하진 않았다. (역시나 오전에 부리나케 왔다.) 보호자 목걸이를 찬 동생이 병실에 들러 이야기를 좀 나누었다. 그러다 언제인지도 모르게 또 잠이 들었나 보다. 얼마나 잤을까...? 화장실에 가고 싶어 깼는데 병실에는 아무도 없었다. (수술 다음 날은 소변을 언제, 얼마큼 봤는지 소변통에 받아 기록을 해야 했는데 아무도 없어서 혼자 처리) 그리고 동생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여기 젊은 간병인 어디 갔어요~? 하니 껄껄 웃고 둘째 픽업을 해야 해서 돌아가려는데 아빠, 엄마가 커피를 사주셔서 셋이 카페에 앉아있다고. 엄마 금방 가라고 할게 하며 멋쩍은 웃음소리를 냈다. 병실로 돌아온 엄마가 혼자 둬서 미안하다는 말을 이런저런 얘기로 대신하는 것 같아 셋이 어떤 얘기했어~? 궁금해.라는 말로 나는 괜찮다고 전했다. (나를 가장 걱정하는 사람 셋이 모여 카페에서 커피를 마셨다는데 뭐 어때?)
3박 4일간 2인실에서 지내면서 2명의 환자를 만났다. 직접적으로 물어보진 않았지만 항암치료를 받는듯했다. 한 분은 이번이 4번째라고 하셨는데 통증이 너무 심해 새벽에도 고통스러운 신음 소리가 커튼 너머까지 들려왔다. 둘째 날에는 어린 아들과 영상통화 하는 걸 들었는데 해맑은 아이의 웃음소리가 커지는 만큼 환자분의 목소리는 작아졌다. (전화를 끊고는 조용히 우시는 것 같았다.) 나는 아이들도 조금 컸고 옆에 돌봐주는 엄마도 동생도 있고 수술 후 통증도 그렇게 심하지 않았고 이번 수술 한 번이면 끝난다고 생각하니 감사함이 물밀듯 밀려오는 수술날 저녁이었다.
내 성격을 아는 (아마 큰 수술 후에도 집에 가면 내 할 일을 할 것이라는 걸 아는) 주변 사람들이 병원에서 퇴원 후 잠깐이라도 다른 곳에서 회복시간을 갖는 게 어떻냐 물어주었다. 집 근처 호텔과 에어비앤비 등을 찾아보다 친한 언니의 동생분이 이용했다던 한방병원을 소개받았다. 신촌역과 가까워 접근성도 좋았고 (혹시 모를 면회와 퇴원 후 집까지의 거리가 짧음) 친절한 의료진, 식사, 전체적인 후기가 꽤 좋은 편이었다. 아래 다섯 가지는 내가 생각한 신촌 면력 한방병원을 선택한 이유.
1. 집에서 거리가 가깝다. (택시로 기본요금)
2. 식사가 잘 나온다. (조리원 저리 가라 급 신단 및 맛)
3. 보험 처리가 되어 추가적인 치료 및 회복에 힘쓸 수 있다.
4. 의사 및 간호사들이 친절하다.
5. 1인실을 사용했는데 조용하고 쾌적했다.
병원에 있는 동안 순환치료, 도수치료, 침 치료와 주사 처방 등으로 회복과 치료에 많은 도움이 되었는데 휴식을 취하고 치료를 받다 보면 하루가 어떻게 지나는지 모를 정도였다. 친정 엄마는 너는 거기서도 바쁘구나 하시며 쉴 수 있는 동안은 열심히 쉬라고 당부에 당부 말씀을 하셨다. 8층에서 치료를 받고 13층 방으로 돌아오는 길, 다른 방 환자들의 나이가 눈에 들어왔다. 놀랍게도 40대가 가장 많았는데 (우리 층만 해도 70% 이상) 치료사 선생님께 여쭤보니 여기 오는 환자 중 40대가 제일 많다고... 오히려 나이가 더 든 분들은 그리 많지 않은데 아마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나이가 들수록 병의 진행 속도가 느려지고 반대로 젊을수록 병이 빨리 커지는 것도 있을 거라 알려주셨다.
한방병원에 있는 동안은 조리원에서보다 더 잘 먹었던 것 같다. 심지어 이곳엔 돌봐야 할 아기도 없지 않은가. 정말 오롯이 내 몸만을 위한 휴식이라니. 2일 정도 지나니 와 이거 진짜 방학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른이 되어서 특히 아이를 낳은 후 일주일 넘도록 이런 시간이 있었던가? 주변에서 너를 위한 시간을 좀 가져, 너무 열심히 하지 말고 좀 쉬어야 해 이야기를 수없이 들었지만... 그럴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틈틈이 나는 쉬고 있으니까 괜찮아. 싶었던 것 같다. 아니 사실은 쉬고 싶지 않아. 에 가깝달까? 한번 시작한 일을 멈추는 것이 그 어떤 것 보다 어려운 나라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는 게 오히려 더 괴롭게 느껴졌다. 늘 시간을 정하고 할 일을 생각하며 산 세월이 오래인지라 그렇게 안 하는 방법을 몰랐던 것 같다. 이번 수술 후에도 어쩔 수 없이(?) 몸이 아프잖아, 지금은 꼭 쉬어야 해 스스로를 달래 가며 휴식해야 하는 이유를 끊임없이 설명하고 납득시키는 게 좀 슬프기도 했다. 그래도 덕분에 쉰다. 오히려 잘되었다. 오늘도 이 글만 쓰고 또 쉬려고 한다. 쉬니까 좋다. 역시 뭐든 몰라서, 안해봐서 못하는 거구나. 올해 푹 잘 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