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on Square
비단 Republic 때문만은 아니더라도, Union Square를 떠올리면 젊음과 건강의 이미지가 넘쳐난다.
대학가 근처여서 학생들이 많이 모이기도 하고, 일주일에 3번씩 유기농 식재료를 파는 그린 마켓이 열리기도 한다. 나지막이 음악을 연주하는 친구들과, 어쩌다 카메라를 들이대면 몇 달러를 요구하는 비주얼 찌든(쪄는 아님) 친구들까지. 도시에 남겨진 히피 정신의 흔적이라고 생각하면 이마저도 유쾌한 만남이다.
자유로운 광장의 모습 외에도 주변에는 정신건강을 살찌워줄 볼거리들이 많아서 설렁설렁 걸어 다니기만 해도 시간 가는 줄 모른다.
크리스틴 존스(Kristin Jones)와 앤드루 긴젤(Andrew Ginzel)이 1999년에 만든 메트로놈(Metronome).
뉴욕과 지구의 역동적인 생동감을 표현하고, 현재의 시간 개념을 보여주는 숫자가 바쁘게 돌아간다고 했다.
하지만 오선생의 지식은 거기까지. 시간을 어떻게 봐야 하는지 모른다고 했다. 한때 열심히 공부했던 뉴요커라고 으스대더니...
따로 알아보니, 앞 여섯 숫자는 지금 18시 24분 25초, 끝으로부터 자정까지 05시간 35분 34초 376 남은 거라고.
이따금 흰 연기를 뿜어내는 Metronome과 바쁘게 돌아가는 숫자를 멍하게 바라보고 있으면 둘씩 어깨를 맞대고 있는 커플들의 이미지와 겹쳐 몽롱해지는 느낌이다. 왠지 슬로비디오로 움직이는 사람과 시간들. 나도 모르게 빠져든다.
책 보는 것(읽는 것 아님, 단지 보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반스 앤 노블을 한 바퀴 쓱 돌아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진다.
맨해튼에 있는 반스 앤 노블 중 최고로 핫하고 물 좋다고 소문이 나있다고는 하는데.
왠지 너무 세련된 진열이 부자연스러운 느낌.
좋긴 한데, 무난하게 유행하는 걸 고를 것만 같은.
그래픽 노블, 코믹북, 피규어가 가득한 포비든 플래닛.
금지된 행성이라니, 덕후들의 얕은 감성을 자극하고도 남을 만큼 낭만적인 이름이다.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어느 한 사람 못 본 체 지나치는 법이 없다.
출입문 손잡이는 또 어떠한가.
입구에는 각종 장난감과 피규어들이 즐비하고, 안쪽으로는 코믹북과 액세서리들이 발길을 떨어지지 못하게 막는다. 벽 쪽 상단에는 캐릭터가 프린트된 티셔츠가 진열돼있다. 판매대에 숫자를 이야기하면 원하는 사이즈를 꺼내 준다.
스몰 사이즈를 세장 샀지만, 하나라도 입어볼 걸 그랬다. 쫄티 스타일에다가 결정적으로 작다.
멋진 프린트 티셔츠를 입기 위해서는 지옥의 다이어트를 하는 수밖에.
그리 큰 매장은 아니지만, 한 바퀴 돌고, 두 바퀴 돌고, 마주치는 동지들의 모습들.
나만 이상한 게 아니었어.
만화 속에 영원히 머물고 싶은 감정이 교류하는 순간이다.
아직은 어른이 되기 싫은 어른이들의 천국.
사고 싶은 캐릭터들이 많았지만, 매번 지나치는 유니언 스퀘어니까 일단은 참아보자.
백팩 없이 쇼핑백을 주렁주렁 손에 들고 다니는 건 아무래도 어울리지 않아.
반스&노블 맞은편에 위치한 유기농 마켓 Whole Foods Market.
뉴요커들에게 인기 있는 샐러드바.
저녁 약속만 없다면 샐러드 한가득 배를 채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먹음직스러워 보인다.
뉴요커도 다르지 않다. 시식으로 배 채울 기세.
뉴요커들이 유기농에 집착하는 이유 Vs 우리가 맥주에 집착하는 이유
그다지 상관없어 보이지만.
반스&노블이 매력적인 서점이긴 하지만 그렇게 오래 머무르지 않는 이유가 있다면,
그것은 아마도 Strand Bookstore가 있기 때문이다.
1층은 가볍게 지나치고,
2층의 그림책 코너로.
2층에는 디자인 서적과 사진집 같이 우리가 보기(읽기 말고, 단지 보기) 원하는 책들이 빼곡하다.
심지어 가격도 저렴해서 무한한 소유욕이 일어난다.
하지만 보기 좋은 것들도 단점이 있다. 무게가 꽤 나간다는 것.
MoMA에서 기획전으로 열리던 Nan Goldin의 The Ballad Of Sexual Dependency가 눈에 들어왔다.
그 외에도 아라키, 리 프리더랜더, 기타등등 기타등등
백팩을 가지고 다시 한번 들르기로 하고, 일단은 후퇴.
leica m9, leica m-monochrom, summilux 35mm, summilux 50mm, ricoh gr lens 28m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