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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국보다 낮술 Jan 25. 2021

한 번은, 보고타 #4

보고타 #4

<고속도로에 아무것도 없는데 택시 드라이버는 갑자기 브레이크를 잡으며 속도를 떨어뜨리기 시작했다.

‘아, 어쩐지 일이 잘 풀린다 했다. 내 이럴 줄 알았어’

불안이 100의 상태를 찍었다.
손목에 한번 감아 잡은 카메라 스트랩을 가방에서 꺼내 꽉 쥔 다음, 본능적으로 차 뒤를 돌아봤다.

‘역시 뒤에서 따라오던 차에서 일당들이 내려서... 아아악~’ >

한 번은, 보고타 #4

하지만 다행히 뒤에 따라와 멈추는 차는 없었다.

‘그냥 돈과 카메라만 뺏고 나를 이 어둠 속에 버릴 작정인가? 제발 착한 강도여라. 설마 몇 푼 뺏자고 사람을 해치지는 않겠지?’

차가 멈추자 조수석에 탔던 여자가 드라이버에게 인사를 하고는 차에서 내렸다.
뒷문이 드르륵 열리고 총을 들이대는 상상을 하며 여차하면 카메라를 휘두르기 일보직전인데, 여자는 조수석 문을 닫고는 비 포장된 갓길을 지나 숲으로 뛰어가기 시작했다. 여자가 뛰어가는 쪽을 보니 그제야 저 멀리 마을의 불빛이 눈에 들어왔다.
스트랩을 얼마나 꽉 쥐었던지 손에 쥐가 날 지경이었는데 택시 드라이버는 날 향해서 남미 특유의 어깻짓과 손짓으로 여자의 방향을 가리키며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의 미소를 지으며 뭐라고 이야기했다.

1시간 정도 지나서 호텔에 도착했고, 택시 드라이버는 알아듣지 못할 소리로 브로셔에 적힌 요금 스티커보다 두배를 요구했다. 나는 말없이 지불했다. 피곤했다.

‘살려줘서 고마울 뿐이다’

다음날 미팅에서 만난 현장 담당자가 어떻게 왔는지 물었고 어제 있었던 일을 이야기했더니 미쳤다고 했다.
브라질 거주 중이라는 카메라 감독은 얘네들은 총알이 비싸서 총을 들이대도 빈 총일 가능성이 90%라고 했다. 하지만 진짜 총알이 들었는지 누가 알겠냐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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