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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틴틴문 Feb 02. 2021

멜 튀김에 눈알이 있는 경우

꽃멸치 튀김, 제주 토속 음식

제주에선 예부터 서민 음식으로 멜이란 걸 먹었다. 선조들에 의하면 멜이란 크기가 큰 멸치란 뜻이라 하는데. 사전에 찾아보면 청어의 일종이기도 하고 멸치의 일종이기도 한 '꽃멸치'. 이 녀석들은 담백하고 고소한 맛으로 제주에서 즐겨 먹는다.


젓갈을 담가 먹기도 하고(돼지고기 구워 먹을 때 찍어 먹으면 맛있다), 국을 끓여 먹기도 하고(매운 고추 썰어 놓고 우거지로 끓이면 속이 풀리는 게 아주 시원하다), 튀겨 먹기도 하는 제주도민의 음식이다. 그중 멜을 튀겨 먹으면 비 오는 날 막걸리와 찰떡의 궁합을 보이는데.


아버지께서 멜을 사다가 어머니께서 튀겨주셨다. 어쩔 때는 머리 통째로 튀기기도 하고, 머리를 잘라내고 몸만 튀기기도 한다. 아버지는 버릴 것 없다는 (해병대 전우 정신) 자세로 머리를 떼어내 버리는 걸 용납하지 않으셨다. 하지만 멸치는 큰 눈을 달고 물속을 헤엄쳐 다니셨는데, 밀가루 반죽 튀김 속에 여전히 멸치께서 머리와 눈알을 가지고 계신다. 작은 멸치 볶음이야 좁쌀처럼 보이는 눈이 그다지 걱정되지 않지만, 튀기기 전 모습을 본 나로서는 꽃멸치의 큰 눈이 내 이빨에 짓이겨 터지는 모습이 상상되는 것이었다.


맛은 있지만 멜 튀김이 머리를 달고 계신 멜로 만들어진 경우엔 도저히 가벼운 마음으로 먹지를 못하겠다. 인간이든 피조물이든 다른 생명체를 먹어치우는 것이 숙명일지라도 눈알을 먹는 건 왠지 죄악처럼 느껴진다. 눈을 보면 그렇지 않은가? 머리를 참수해 떼어내는 것도 사실 못할 짓이긴 하다. 이것저것 생각해보면 내가 바보 같이 느껴지니까 그냥 감사하고 잡아먹는 게 옳은 것 같다. 그렇지만 멜 튀김은 정말 맛있다. 그대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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