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모른다 03
그날은 네 그림자마저 사랑하게 되어서
머리 위의 밤하늘을 네 모양 따라
손으로 오렸다.
그걸 뒤꿈치에 앓아누운
내 시커먼 것 위에 얹으려다
그러면 밤보다 더 짙어질까봐
마주 보듯 발끝에
손금으로 꿰었다.
걸음걸음마다 우리는
실에 매단 인형처럼 왈가닥달가닥
보는 사람 없는 시간에
부실한 몸짓
불쌍한 춤
팔을 저어 애써
틀어진 호흡을 여미는가
별빛에 손이 따끔해
간만에 들여다본 내 지문으로
사람은 이런 오밀조밀한 세월만큼
누구를 이해하지 못하리라
이해하고
지새우고 가는 거지.
21. 7.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