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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언이 Apr 07. 2017

지혜

삽화 : O.S.H , 사진 출처 : unsplash


한 도시의 명문 학교에, 많은 지식과 깨달음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중년의 선생이 살고 있었다.

그는 뛰어난 학식뿐만 아니라 가난한 사람을 돕는 인자한 행실까지 더불어 갖추어

도시의 주민들로부터 존경과 칭찬을 한 몸에 받고 있었다. 그를 따르는 제자들은 그 수가 점점 더해져 갔고 그의 높은 학식과 고상한 행실은 주변 사람들로부터 존경과 배움의 대상이 되어갔다.

하지만... 그 인자한 겉 행실과 달리 그의 속마음은 다른 얼굴을 하고 있었다.

겉으론 주변 사람들에게 자신을 낮추어 자애심으로 대하고 사람을 섬기는데도 열심이었지만, 정작 그 속마음은 본인의 지식에 대한 우월감으로 가득 차 있었던 것이었다.


그런 그에게 나이 많은 스승이 한 명 있었다.

스승은 그가 어릴 적에 지혜를 일깨워 주 아버지 같은 존재였다.

하지만 여전히 작은 시골에서 아이들과 노인들을 가르치며 소탈하게 지내고 있는 스승을


그는 마음속 깊이 업신여기고 있었다.

스승의 가르침은 깊이와 넓이가 부족해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지 못하는 ‘보잘것없는 학식'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 부족하고 미진해 보이는 스승의 모습이 싫어

그 곁을 떠나 도시로 올라와 공부에 매진했던 그였다.

그리고 자신은 이미 스승보다 더 높은 학식을 갖추고 있다고 자부하고 있었다.

결국 그는 결심했다. 스승의 그릇된 생각에 깨달음을 줘야겠다고.

그는 스승의 집을 직접 찾아갔다. 반갑게 맞이해주는 스승에게 최대한 예를 갖추어 문안인사를 올렸다.


[그동안 잘 지내셨는지요. 스승님! 항상 찾아뵙고 싶었는데 이제야 뵙게 되어 죄송하군요.]


[아이구~괜찮다네. 정말 오랜 만이네. 이렇게라도 찾아와 줘서 고맙네.]


둘은 식탁에 앉아 차를 마시며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대화가 한 참 무르익을 즈음, 그는 스승에게 넌지시 질문을 던졌다.


[존경하는 스승님, 한 가지 여쭈어 볼 게 있습니다.]


[그래, 무엇인가?]


[스승님이 생각하시는 지식이란 무엇입니까?]                             


스승은 인자한 얼굴로 대답했다.


[자네가 더 잘 알고 있지 않나?]


스승의 대답에 그는 속으로 미소 지었다. 그 대답은 ‘나보다 네의 깨달음이 더 높네'라는 소리로 들렸기 때문이었다. 그의 마음은 자부심과 우월감으로 가득 차게 되었다.



 하지만 그는 그런 본위를 손수 감추고 몸을 낮추어 공손한 말투로 대답하였다.


 [스승님, 어찌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전 아직도 공부하고 있는 중이고, 주변을 통해 배워가고 있는 중입니다. 저의 학식은 아직 얕고 보잘것없습니다.

저는 여전히 스승님께 가르침을 받아야 하는 입장입니다.]


스승은 안타까운 표정으로 말했다.


[그런데 자네의 지식은... 자네를 쓸쓸하게 만들어 준다네...]






교만이 오면 욕도 오거니와 겸손한 자에게는 지혜가 있느니라


-잠언 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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