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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 (2)
삽화 : O.S.H , 주원아빠
by
EON
Jul 30. 2019
1. 무관심
고등학생 준석은 석유통을 들고 , 비틀 거리며 경찰서 앞으로 다가갔다.
준석은 경찰서 문을 힘없이
열고
무표정한 표정으로 말
했다.
“저기 지금요... 제가 그다지 기분이 좋지 않아서 그런데요...
여기에 불 좀 질러도 될까요? “
하지만 그들은 각자의 업무에 충실히 할
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오직 한 경찰관 만이 무덤덤한 말투로 대답했다.
"
뭐 알아서 하렴. 그런데 문 옆에 달린 전신 거울,
네 모습을 비춰주는 그 전신
거울, 그건 태우지
마"
순간
준석
의 시선은 대답해준 경찰관만이
유일하게
보여졌다.
준석은
그
경찰관을 향해 물었다.
“왜요?”
그는 준석을 향해 진지한 목소리로 대답
했다.
“그건 아무리 불태워도 소용없거든”
준석은 아무 말 없이 전신 거울을 응시하다가...
석유통을 문 앞에 내려놓고
밖으로 나갔다.
2. 북극곰
(1)
북극곰들이 사는 남극. 그곳에 난로를 가진 북극곰 반트가 있었다.
이 반트의 곁에는 작은 ‘노인 북극곰’이 있었는데, 그는 말없이 반트의 뒤를 지켜보며 그와 항상 동행하곤 하였다.
그런데 다른 북극곰들은 북극에 무슨 난로가 필요하냐고, 모두들 반트를 무시하며 약을 올렸다.
화가 난 반트는 결심했다.
“좋아... 내가 반드시 알게 해 주겠다... 이 난로가 너희들에게 얼마나 필요한 지를.”
(2)
반트에겐 목표가 생겼다. 그것은 바로 난로가 가지고 있는 '따뜻함'을 모두에게 느끼게 하여, 자신을 인정하게 하는 것이었다.
반트는 그렇게 난로를 통해 자신의 존재가치를 입증하고 싶어 하였다.
반트는 계획을 짰다. 그 계획의 첫 번째는 바로 저녁마다 난로를 들고 북극곰들을 찾아가는 것이었다.
처음에 시큰둥하던 북극곰들은- 난로에서 풍기는 향과 열기에 취해가며-자신도 모르게 점점 빠져 들어갔다. 그리고... 난로 곁에서 서서히 잠들어갔다.
이 소문은 금세 퍼져 난로 주위에 북극곰들이 점점 모이기 시작하였다. 많은 북극곰들이 난로의 열기에 취해가며 잠들어 갔다.
반트는 난로를 통해 잠들어가는 그들의 모습을 보며, 입가에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훗! 이제 알겠지?... 이 난로가 얼
마나
필요한지 말이야.'
난로 덕에 반트는 북극의 왕이 되어갔다. 북극곰들은 그에게 왕관을 씌워줬다.
그러나 북극곰 '라디'는 반트에게 의문을 갖기 시작하였다.
그 의문은 반트가 난로를 밝은 낮이 아닌 유독 어두운 저녁에만 권하는 것이었다.
(3)
모든 북극곰들의
시선이 일제히 손을 든
북극여우 라디
에게 향했다.
라디는
반트를 향해 따지는 어투로 말했다.
“반트, 육지에 사는 두더지들은 야간에만 가끔
땅 위에 나타나고 대부분의 생활을 깊은 지하에서 보내곤 하죠. 내가 뜬금없이 이 이야기를 왜 하냐면요
. 당신이 마치 그 두더지 같아서요.
당신은 왜 낮
이 아닌
깜깜한 저녁에만
난로를 권하는 거죠? 그 난로의 열기가 밝은 낮에는 효력이 없는 건가요? 그런 거죠?
반트는 라디의 추
긍어린 질문에
북극곰들에게 다음날 낮에
모
두 모이라고 지시하였다.
(4)
난로의 열기
가 점점 더해갔다.
북극곰들은 그 거센 열기에 취해가며 쉴틈 없이 빠져들어갔다.
어떤 북극곰은 이렇게 낮에 쬐는 게 저녁보다 더 황홀하다고 할 정도였다.
반트는
그렇게
자신의 두 번째 계획이 완성됨을 보고
입가에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역시... 계속 저녁
에만
찾아가면 왜 낮에는 안 오냐고
의문을 가질 줄
알
았어
...
그럴 때 한 곳에 몰려있는 그 의문점을 풀어주면
신뢰
는
더
욱
더 극대화가 되지.'
(5)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반트는 회의감이 들게 되었다. 난로의 열기를 북극곰들에게 높이면 높일수록, 본인 내부의 외로움과 차가움도 더해만 갔다.
결국 그는 알게 되었다. 북극곰들이 자신이 그토록 주고 싶었던 따뜻함이 아닌, 단지 그 열기에 취해가고 있었다는 걸... 모두들 자신을 따르는 것이 아닌 단지 ‘난로’를 좋아하는 것뿐 이였다고
.
..
그러나 뒤늦게 후회하기에는 난로의 영향력이 너무나 커진 상태였다.
북극곰들은 반트에게 더 강한 난로의 열기를 달라고 재촉하였고, 반트의 마음은 촉박해져 갔다.
난로의 기름이 점점 바닥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6)
시간이 지나
결국 기름이 떨어진 반트는 쫓기는 신세가 되어 버렸다. 그를 추대하고 따르던 북극곰들은 이제 동경과 선망의 눈빛이 아닌, 그를 독촉하는 눈빛으로 변해 그 뒤를 쫓아오고 있었다.
결국 반트는 쫓기는 삶을 견디다 못해 홀로 탈출을 결심하게 되었다.
그는 아무 말 없이 자신과 동행해오던 노인 북극곰에게 작별의 인사를 건넸다.
“이제 난 떠나겠소. 당신에게는 정말 미안하오. 부디 날 잊어주시오.”
그런데.. 갑자기 그 말이 없던 노인 북극곰이 반트에게 손을 내밀었다. 반트는 예상치 못한 노인 북극곰의 행동에 놀랄 겨를도 없이 무심코 그 손을 잡게 되었다.
그 손을 잡는 순간... 반트는 느낄 수 있었다. 자신이 그토록 소망하고 찾았던 진실하고 따뜻한 마음의 온기를..
아무 말이 없던 노인 북극곰은 처음으로 반트에게 입을 열었다.
"이제 그 난로를 버리고 나를 따라오거라."
그 작은 노인 북극곰은 눈부신 빛을 풍기며 어느샌가 너무나 큰 존재로 반트 앞에 서있었다.
반트는 무언가 압도당하는 느낌에 자신도 모르게 난로를 버리게 되었다.
그리고
반트의 왕관은 그 강렬한 빛에 의해 불태워 없어지며...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있었다.
(7)
반트와 노인 북극곰은 미지의 곳을 향해 항구에 배를 출항하였다. 지금 그에게는 어떤 것도 공포의 대상이 될 수 없었다.
난로가 아닌 노인 북극곰이 반트 앞을 인도하여 주었기 때문이었다.
그 존재와 반트의 여행이 이제 시작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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