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1)

사진 : unsplash

by EON


1. 마르의 꿈



소녀 마르의 몸에 불이 일렁이고 있었어.

그 불은 뜨거우면서 따스한, 강인함과 온화함을 동시에 느끼게 해 주었어.


하지만 마르의 얼굴은 시무룩했어.

이 불을 지속시킬만한 기름이 없기 때문이었지.

그때 어디선가 활활 타오르는 소리가 들려왔어. 마르는 시선을 그곳으로 돌렸어.

세상이 온통 불로... 세상이 온통 화재로 불타고 있었.

잿빛 화염이 온 세상을 뒤덮고 있었어.
사람들의 비명소리와 울부짖는 소리... 마치 지옥 같은...

그런데 마르의 입은 도리어 한쪽 입꼬리가 올라갔어.


"그래. 기름이 없으면 저 불구덩이 속에 들어가면 되겠군.

비록 저 불이 내 불과 다른 종류의 불이라도,

어차피 내 불로 승화시키면 되아?."


마르는 미소를 머금은 채 불구덩이 속으로 천천히 다가갔어.

마르 본인의 꿈을 향해 이제 한 걸음 내딛기 시작한 거야.




2. 마르의 1분


마르는 휘파람을 불며

배불뚝이 몸에 불을 붙였어.

다리부터 서서히 타들어 가던
배불뚝이는 크크 거리며 마르를 조롱했어.


[00:00:01]

"크크... 넌 사실 날 의식하고 있었잖아?

날 꺾었을 때 은근히 쾌감을 느꼈잖아?

내가 사라지즐거움도 못 느낄 텐데?"


[00:00: 23]

"크... 은 나한테 인정받고 싶었던 거 아니야? 크크..."


마르는 대꾸 없이 그저 휘파람을 불뿐이었어.


[00:00: 34]

그의 두꺼운 몸이 불길에 의해 커멓게 타들아가며 점점 가늘고 얇아어.
(마치 새까맣게 그을린 흉측한 검은 뱀처럼 보였어.)

그는 고통 때문에 점차 표정이 일그러졌지만 여전히 조소적인 어투로 말했어.


"큭크... 결국 네겐 내가 필요하지...

지금 내가 사라져도 네 의식에... 네 마음엔 내가 필요하지"


[00:00: 42]

화염의 불길은 더욱 거세졌어.
검은 뱀 같은 그는 고통을 견디지 못해 좌우로 꿈틀대며 마구 몸부림쳤어.

그렇게 발작하며 들어 가던 그는 희미하게 웅얼거렸어.


"... 날... 태워도... 넌 정화되지 않아...

내가 사라져도... 넌 정화되지 않아"


[00:00: 57]
마르는 얼굴을 앞으로 살짝 내밀어, 잿더미 속에 올라오는 연기 냄새를 킁킁 맡았어.


"쳇... 더럽게 안태워지네... 거의 1분이나 걸렸잖아..."


마르는 인상을 찡그렸어.


"이거 냄새가 왜 이래?"


마르는 화재의 흔적,시체의 흔적을 보며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말했어.


"훗! 본인의 존재 여부에 대한 이유도
잘 모르는 것이...

내가 존재하니까 네놈이 존재할 수 있는 거지 흐흐"


그리고 마르는 이내 다시 휘파람을 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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