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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 (1)
사진 : unsplash
by
EON
Jul 30. 2019
1. 마르의 꿈
소녀 마르의 몸에 불이 일렁이고 있었어.
그 불은 뜨거우면서 따스한, 강인함과 온화함을 동시에 느끼게 해 주었어.
하지만 마르의 얼굴은 시무룩했어.
이 불을 지속시킬만한 기름이 없기 때문이었지.
그때 어디선가 활활 타오르는 소리가 들려왔어. 마르는 시선을 그곳으로
돌렸어.
세상이 온통 불로... 세상이 온통 화재로
불타고
있었
어
.
잿빛 화염이 온 세상을 뒤덮고 있었어.
사람들의 비명소리와 울부짖는 소리... 마치 지옥 같은...
그런데 마르
의 입은
도리어
한쪽 입꼬리가 올라갔어
.
"그래. 기름이 없으면 저 불구덩이 속에 들어가면 되겠군.
비록 저 불이 내 불과 다른 종류의 불이라도,
어차피 내 불로 승화시키면 되
잖
아?."
마르는
미소를 머금은 채 불구덩이 속으로 천천히 다가갔어.
마르 본인의 꿈을 향해
이제 한 걸음 내딛기 시작한 거야.
2. 마르의 1분
마르는 휘파람을 불며
배불뚝이
의
몸에 불을 붙였어.
다리부터 서서히 타들어 가던
배불뚝이는 크크 거리며 마르를 조롱했어.
[00:00:01]
"크크... 넌
사실 날
의식하고 있었잖아?
날 꺾었을 때 은근히 쾌감을 느꼈잖아
?
내가
사라지
면
그
즐거움도
못 느낄 텐데?"
[00:00: 23]
"크...
실
은 나한테 인정받고 싶었던 거 아니야? 크크..."
마르는 대꾸 없이 그저 휘파람을 불뿐이었어.
[00:00: 34]
그의 두꺼운 몸이 불길에 의해
시
커멓게 타들아가며
점점 가늘
고 얇아
졌
어.
(마치 새까맣게 그을린 흉측한 검은 뱀처럼 보였어.)
그는 고통 때문에 점차 표정이 일그러졌지만 여전히
조소적인 어투로 말했어
.
"큭크... 결국
네겐 내가 필요하지...
지금 내가 사라져도 네 의식에... 네 마음엔 내가 필요하지"
[00:00: 42]
화염의 불길은 더욱 거세졌어.
검은 뱀 같은 그는 고통을 견디지 못해 좌우로 꿈틀대며 마구
몸부림쳤어.
그렇게 발작하며
타
들어 가던 그는 희미하게 웅얼거렸어.
"... 날... 태워도... 넌 정화되지 않아...
내가 사라져도... 넌 정화되지 않아"
[00:00: 57
]
마르는 얼굴을 앞으로 살짝 내밀어, 잿더미 속에 올라오는 연기 냄새를 킁킁 맡았어.
"쳇... 더럽게 안태워지네... 거의 1분이나 걸렸잖아..."
마르는 인상을 찡그렸어.
"이거 냄새가 왜 이래?"
마르는 화재의 흔적,시체의 흔적을 보며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말했어.
"훗! 본인의 존재 여부에 대한 이유도
잘 모르는 것이...
내가 존재하니까 네놈이 존재할 수 있는 거지 흐흐"
그리고 마르는 이내 다시 휘파람을 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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