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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혜 Oct 13. 2020

내년엔 안 그럴 거 같지?

인생사 새옹지마라고 했다

책장에 꽂혀있는 책들 사이에서
나이 ‘마흔’이 눈에 들어왔다.


엄마는 언제 제일 힘들었어? 라는 질문에
엄마는 살면서 사십대를 보낼 때 제일 힘들었다고 했다.


나이를 계산해보면,
동생은 초등학교를 다니고 있었을 때고
나와 언니는 중 고등학교를 다닐 때였으니.

한 명을 졸업시키고 나면
또 다른 한 명이 대기하고 있었다.
이건 뭐 줄줄이 비엔나 소시지도 아닌 것이
걱정은 계속해서 생겨나고
모아둔 돈은 쌓이지 않고 줄줄이 빠져나갔을 거다.

아플 수도 없는 마흔이다
여자 나이 마흔으로 간다는 것은
마흔 세살에 다시 시작한다
나는 죽을 때까지 재밌게 살고 싶다


나이 마흔이 들어간 책들을 골라 
책장 앞에 쌓아두고,
책 제목을 소리내 읽었다.

생각해보면 
엄마의 책장에 손을 가까이 할 때는 
늘 마음이 조급했던 것 같다.

나만 멈춰선 것 같았고
지나친 곳에 다시 돌아온 기분이 들었다.
열심히 단추를 끝까지 꿰었는데 
내려다보니깐 첫단추부터 어긋난 채로 잠궜던 것 같고.
마치 아홉수 같은 26살을 보내고 있는 것 같았다.

생각해보면 

쉬웠던 날은 한번도 없었다.
23살에 휴학을 했을 때에도
그 당시엔 내가 제일 힘든 것 같았고
25살 가을에 퇴사를 했을 때도
깊은 동굴 속으로 빨려들어가는 듯한 기분이 들었으니깐.

눈 앞에 보이는
숫자 40이 조용히 말을 건낸다.

“내년엔 안 그럴 거 같지?”

맞다. 분명 내년에도 난 또 다시 일어서고 무너지기를 반복할 거다. 이 사실을 알고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인생사 새옹지마라고; 오늘 기쁘다고 해서 이 기쁨이 지속되는 것도 아니고, 오늘 이 우울한 감정이 연장되는 것도 아니다. 그러니 오늘도 묵묵히 살아나는 수밖에


인생의 시련도, 황금기도 하루하루 살아내다 보면 결국 다 지나간다. 그러니 너무 좋아하지도, 너무 슬픔에 잠기지도 말고 내 자신만 미워하지 말고 살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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