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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탁 진 Dec 31. 2020

음악과 삶에 관한 담백한 고찰

김창기의 <노래가 필요한 날> 서평


(하단에 애플뮤직 플레이리스트 공유)




  음악 같은 글들이 모여있다. 편안하고 간결하지만 오래 생각하게 만든다.


  필요할 때마다 꺼내 읽고 싶어질 책이다. 제목처럼 노래가 필요한 날, 목차를 열어 상황과 감정상태에 적절한 소제목을 고르고 해당하는 음악을 들으며 문장들을 곱씹으면 좋을 듯하다.


  책 속에서 소개되는 음악들은, 저마다 갖가지 삶과 심리에 대한 고찰의 세계로 이끄는 매개체 역할을 수행한다. Sting의 'Shape of my heart'가 이를 주제가로 삼은 영화 <레옹>을 거쳐 인간의 욕망 투사와 심리 문제에 대한 고찰로 연결되는 대목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이렇게 여러 음악과 함께 펼쳐지는 작가의 사유, 경험담, 위로들은 부담스럽지 않게, 또 편안하게 독자인 나의 내면에 자리 잡았다. 이야기를 읊조리는 듯한 문체와 글의 길이가 이에 한몫했다.


  하나의 음악과 연결된 하나의 글은, 읽는데 약 3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 (글에 해당하는 음악을 다 찾아 들으며 책을 읽었었다. 매번 글을 다 읽어도 노래가 재생되고 있었는데, 재생시간을 확인해보면 항상 2분 30초에서 3분을 향해갈 때였다) 음악에 해당하는 작가의 글들이 깊이를 충분히 확보한 사유의 흔적들임에도 불구하고, 간결하고 담백하게 종이 위에 놓여있는 것이다. 나는 작가가 독자들이 지닌 고민의 무게를 덜어주고 음악처럼 편안한 위로를 건네고자 이런 글의 모양새를 고안한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과거의 혼란했던 마음과 그로부터 비롯된 지금의 내 모습을 잘 정돈되고 편안한 문장들로 확인하고자 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책이다. 새로운 이치들을 발견해내진 못할지라도, 당연한 이야기인 듯 보일지라도, 이렇게 문면으로 마음을 확인하는 일은 충분히 유의미하다. 덮어둔 채 무시했던 마음들을 꺼내어 보살피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조금 다른 이야기인데, 한때 음악을 통해 미래를 꿈꾸며 음악 활동을 했던 사람으로서 책을 읽으며 마음 한편이 아리기도 했다. 음악과 함께했던 시절 나는, 지나치게 이성적인 탓에 음악의 참다운 경지로 침잠하지 못하는 것에 괴로워했었다. 그래서 결국 참 좋아하지만, 음악과 나는 성향이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어 포기하고 말았다. 이런 내게 책 속의 노래들은, 감성과 이성을 넘나들며 인간의 모든 모습을 포용할 수 있는 음악의 참된 면모를 보여주었다. 후회한대도 이제는 너무 먼 길이 되어 돌아갈 수 없지만, 지금에서라도 음악의 무한한 가치를 깨닫게 되었으니 다행이라 생각한다. 앞으로 걸어갈 학업의 길에서도 음악을 접목한 사유가 가능하리란 생각에 이젠 도리어 설레는 마음이다.



  끝으로 음악과 문장을 모두 음미하며 책을 읽을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하려 한다. (나는 이 방법대로 읽지 않았다. 그래서 조금 아쉬움이 있었다. 서평을 먼저 접한 후 책을 읽을 예비 독자들이 있다면, 이런 방법도 괜찮을 거라고 소개해주고 싶은 마음이다)


  앞서 언급했지만, 한 음악에 해당하는 글의 길이가 짧다. 또, 음악은 사유의 매개체로 역할 한다. 그러므로 음악과 글을 동시에 감상하는 걸 추천하지 않는다. 음악이 채 끝나기 전 글을 다 읽게 되어, 둘 다 제대로 음미하는 것이 어렵다. 그리하여 조금 번거로울지라도 내가 추천하고 싶은 것은, 우선 음악을 먼저 듣고 스스로 사유해보는 것이다. 가사를 중심으로 무엇이든 상상해보아도 좋고, 경험을 바탕으로 음악을 해석해보아도 좋다. 음악을 통해 스스로 생각하고 즐기는 행위를 활발하게 수행해보는 것이다. 그 후, 들릴 듯 말듯 음악을 틀어두고 작가의 이야기를 읽어보았으면 한다. 나는 책의 후반부에 다다를 때에서야 이 방법으로 읽어보았는데, 작가와 대화를 나누는 기분이 들었다. 조금 번거로워 독서 활동이 숙제처럼 다가올까 싶기도 하지만, 한 책을 오래 읽는 편이라면 도전해보아도 좋을 듯하다.


부디 책을 읽는 모두, 작가가 음악처럼 남긴 글을 통해 자신의 삶을 음미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길 바란다.




중학생 시절 미드 '글리'를 보며 한곡한곡 아이팟에 넣었던 기억을 되살려, 즐겁게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어보았다.

애플뮤직을 사용하고있고, <노래가 필요한 날>의 독자이거나 곧 독자가 될 분들을 위해 공유한다. :)

(아이유의 '가을 아침', 김동률의 '출발', 김민기 '강변에서'와 '아하 누가 그렇게', 클리프 리처드 버전의 'Daddy's home', 패스트볼의 'The way'는 애플뮤직에서 제공되지 않아 제외했다.)


   ▲ 누르면 애플뮤직으로 이동







(이 서평은 김영사 대학생 서포터즈 활동의 일환으로 김영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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