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 켈리'? 아니 '조지 클루니'!

넷플릭스 영화 '제이 켈리' 가볍게 리뷰

by 임지원


배우 조지 클루니는 언제 봐도 날 웃게 한다. 그를 만난 적 당연히 없다! 안타깝게도 우리(?)에겐 모래알만 한 작은 에피소드도 존재하지 않지만 화면이나 지면에 담긴 그의 모습은 그 어느 것도 거부할 수 없다. 특히 그가 영화에 등장하면 자동 발화하는 나의 한 마디.


"음~ 조지 클루니는 못 참지!"


내가 영화 전문가는 아니어도 영화를 즐기며 살아온 긴 세월이 있으니 나름 그의 출연작은 거의 다 봤을 것이다. 오래된 의학 미드(ER) 속 그의 젊은 시절도 기억이 난다. 넷플릭스에 그의 신작이 나타났다는 소식에 틈을 내기 위해 기회를 엿봤지만 요즘 왜 이렇게 바쁘고 분주한 지... 그나마 지난 주말 결국 감기에 걸리면서 소파에서 게으름을 부릴 수 있게 돼, 드디어 그의 영화와 마주했다. 심지어 감독이 노아 바움벡이다. '결혼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이혼으로 가는 긴 여정을 너무나 리얼하게 보여준 그 영화. 남편이 벽을 치던 그 치열한 부부싸움에서 또 얼마나 공감을 했던가! 내가 이 영화에 대해 알고 있는 정보는 주인공이 조지 클루니이고, 감독은 노아 바움벡 단 두 가지뿐이었다. 바라기는 이것 말고는 아무것도 알고 싶지 않다. 이 상태에서 영화가 시작되면 가슴이 두근거린다. 캄캄한 어둠 속 작은 빛이 시작되어 점점 환하게 주변을 밝히다가 눈을 뜰 수 없을 만큼 강렬한 빛으로 전환된다. 내가 그 안으로 훅 빨려 들어가는 것 같은 느낌. 바로 이 느낌이 영화를 보는 즐거움의 시작이니까. (시작부터 중간까지 다 알려주는 영화 소개는 나에겐 재앙이다.)


이 영화의 제목은 '제이 켈리'지만 나에게 마치 '조지 클루니'같다. 여전히 인기스타인 노년에 가까운 남자배우가 배우로서 가장 명예로운 공로상 수상을 앞두고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는 이야기. 대중이 보는 그의 모습은 빛나고 있지만 사실은 많은 것을 잃어버리며 도달한 인생 후반부에서 공로상을 수상하며 읊조리는 그의 한 마디가 이 영화의 주제 의식을 드러낸다. 그 중요한 장면에서 난 이창동 감독의 영화 '박하사탕'하면 떠올랐다. 이젠 코미디에서 패러디를 해도 괜찮을 만큼 클래식이 된 바로 그 장면이 떠올랐다는 게 내 나이를 말해주는 거 같다. " 나 돌아갈래~ " 하지만 솔직히 '결혼 이야기' 정도의 임팩트는 없었던 건... 살짝 연예인 걱정하는 느낌이 없지 않고, 성공한 중년의 남자들이 그렇게 인생 후반부에 정신을 차리고 후회를 하고 착해지기보다는 새로운 트로피 와이프와 행복해지는 경우가 더 눈에 띄는 터라... 흠흠


" 이 영화에 대한 평이 대부분 엄청 좋던데?"


영화가 중반부에 이르렀는데 딸이 소파로 와 앉으며 한 마디를 한다. 그 바람에 난 이 영화를 앉은자리에서 두 번이나 보게 된다. 그땐 조지 클루니에 대한 기대가 활활 불타고 있던 터라 더욱 눈을 반짝이며 영화에 몰입했다. 2회 차로 보니 이 영화는 디테일이 정말 대단하다. 다큐를 보는 듯한 대사들, 처음 볼 땐 따라가기 힘들 만큼 정신이 없었는데 다시 보니 그냥 대충 쓴 대사는 아니었다. 그리고 곳곳에 마치 연극과 같은 장치로 이야기가 진행되는 것은 낯설지만 왠지 문학적이고, 무엇보다 등장하는 인물 거의 모두가 크든 작든 어쨌든 서사를 갖고 있다는 것이 좋았다. 이런 게 이야기의 깊이를 만들어 낸다. 이 지구상 어딘가에 이 영화 속 인물들이 살고 있는 것 같은 생생함. 평론가들은 벌써 다 알아서 이 영화에 대한 평이 좋은 모양이다. 나도 지금 '(가제) 나나의 비밀일기'라는 동화를 쓰고 있기에 (감히 비교할 수 없지만!!!) 감독 노아 바움벡이 어떻게 생각했을까? 왜 그렇게 썼을까?를 더 열심히 따라가게 되는 거 같다. 빵집에서 파는 치즈 케이크는 그냥 치즈 케이크에 불과하지만 영화 속에서 어떻게 등장하고 어떤 역할을 하는지, 그게 얼마나 이야기를 풍성하게 하는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 영화, 노아 바움벡의 '제이 켈리'!


하지만 솔직히 남성의 서사는 여성 서사를 따라잡기 어려운 거 같다. 부와 명예를 얻은 남성이 가족의 사랑을 놓쳤다고 후회를 한다? 물론 후회... 할 수도 있겠지만, 그들은 어쩌면 생각보다 잘 살고 있는 거 같아 살짝 불편한 느낌 없지 않다. 그래도 조지 클루니! 였으니까 다 용서가 된다. 제이 켈리? 아니, 조지 클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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