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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짱 Apr 10. 2022

봄이 되면 화야산에

매년 이맘 때가 되면 분주해지는 사람이 집에 있다. 바로 아버지. 아버지는 산길 걷는 것과 야생화를 좋아한다. 제일 좋아하는 것은 야생화 찾으면서 산길 걷는 것. 전국 곳곳에 퍼져 있는 야생화 마니아들은 봄이 되면 정말 바쁘다. 철 따라 귀하다는 야생화 자생지를 찾아다니느라 말이다. 그 중에서도 서울에서 정말 가깝고, 산이라고 말하기도 민망할 정도로 코스가 수월한 화야산에는 야생화 러버들이 대포같은 카메라를 들고 모여든다.

화야산은 자연 보호가 잘 되어 있어 야생화들이 많이 핀다. 특히 '얼레지'라고 하는 꽃이 군락으로 피는데 그 모습이 정말 장관이다. 그러니 다들 무거운 카메라를 이고 지고 이곳으로 모인다. 얼레지가 주 목표긴 하지만, 노루귀, 꿩의바람(개인적으로 최애 꽃)을 비롯한 바람꽃 종류를 만날 수 있어서 야생화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정말 참을 수 없는 것이다!!


화야산은 정말정말 작은 산이다. 입구도 작다. 주차장도 작고, 화장실은 꿈도 못꾼다. 잠깐 산책 간다고 생각하고 가야 한다. 사실 오르막도 많지 않고 코스가 험하지 않아 정말 산책이라고 봐도 무리는 없다. 꽃을 얼마나 오래 보냐에 달려 있겠지만 30분~1시간이면 충분할 것 같다.

물이 흐르는 화야산을 거르며 구석구석, 바위 아래, 시야에서 먼 곳까지 샅샅히 훑는다. 야생화는 어디서 만날지 모르게 때문에 꼼꼼히 보는 게 중요하다. 근데 사실 대포 사진기를 든 등산객이 멈춰선 곳에 따라 멈추는 것이 야생화를 찾는 키포인트다.

사람들이 가장 웅성웅성하게 몰려 있는 곳에서 만난 노루귀. 대표적인 봄을 알리는 야생화다. 노루귀는 줄기에 솜털이 자잘하게 나 있어서 알아보기 쉽다. 화야산에 온 목적은 얼레지이기 때문에 노루귀를 뒤로 하고 얼레지를 찾아 나선다. 아쉬운 것은 너무 날짜가 일러서 아직 얼레지가 피지 않았다는 것.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피어 있는 얼레지를 찾아 헤메다 보면 만날 수 있다! 딱 한 송이 피어 있는 얼레지를!


아직 활짝 피진 않았지만 봉우리 상태로 고개를 숙이고 있는 친구들 사이에 살짝 얼굴을 보여준 한 송이. 얼레지는 할미꽃처럼 꽃 봉우리가 땅을 향해 있고 그렇게 아래를 보고 활짝 핀다. 서서히 꽃잎을 열다가 만개하면 꽃잎 끝은 하늘을 보는 모양이 된다. 얼레지는 피는 모습이 무척 특이하지만 잎도 특이하다. 얼레지를 찾을 때는 저 얼룩덜룩한 잎을 찾으면 된다. 찾았을 때의 그 기분! 그리고 나에게만 보여주는 야생화의 얼굴. 그 매력 때문에 야생화 러버들이 이 산을 찾는 것 아닐까?


화야산이 있는 곳은 가평, 팔당, 양평 등 드라이브 코스로 유명한 곳이라 주변에 맛집과 카페가 정말 많다. 아침에 출발해 점심 먹고 카페 들렀다가 꽃을 보거나 꽃을 보고 점심 먹고 카페에 들르면 하루 제대로된 나들이를 즐길 수 있다.


1. 식사는 무조건 두부!

기와집 순두부는 정말 오래된 맛집이다. 철을 잘 맞추면 제비가 드나드는 모습을 볼 수도 있다. 기와 지붕 사이사이에 지어진 제비집과 그곳을 쉴새없이 오가는 제비를 보는 것도 묘미다. 줄이 길어도 회전이 빠르니 조금 기다려보는 것을 추천한다.

추천 메뉴는 역시 순두부백반. 하얀 순두부를 그냥 떠먹어도 좋고 간장을 넣어 먹어도 일품이다. 순두부만으로 약하다면 생두부&수육을 함께 시켜 먹는다.

2. 디저트는 도넛

팔당에 오래된 유명 도나쓰집이 있다. 왠진 도넛이 아니라 도나쓰라고 말해야 더 맛있는 그곳. 면포도궁 도나쓰는 정말 옛날 그대로의 맛이다. 사실 제일 맛있는 도나쓰집이라고 하기엔 좀 평범하지만 외관도 운치가 있고 방금 나온 도나쓰는 행복을 전해준다.

다양한 도나쓰가 있지만 그 중에서도 옥수수꽈배기와 생도나스, 찹쌀도나스를 추천한다.

3. 커피는 강을 보며

많은 카페가 있어 어딜 선택할지 고민이라면 유명 스타벅스인 리버사이드팔당DTR점을 가보자. 다들 알겠지만 DTR은 드라이브 스루 리저브의 약자다. 드라이브 스루가 가능하며 리저브 메뉴을 맛볼 수 있다.

늘 사람이 많아 자리잡기가 쉽진 않다. 그리고 야외석은 벌레가 너어어무 많다. 하지만 강을 보고 먹는 커피와 그 풍경은 한번 쯤 시도해볼 가치가 있다.


봄에는 산으로 들로 조금 멀리 떠나보자. 집에만 있는 시간이 길었던 만큼 이번 봄은 더 특별하게 만끽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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