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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순 Oct 12. 2021

어차피 인생은 살아봐야 된다.

아이를 키우면서 내 삶을 되돌아본다.

나는 결과 중심적이었다.

타이틀이 필요했다. 남들이 다 아는 회사 이름, 더 나은 연봉 그게 나를 평가해준다 믿었다.

과정은 필요 없었다.


첫 회사도 좋은 회사였는데, 나는 만족할 수 없었다.

연수가 차면 다시 구직사이트를 찾는다, 더 나은 회사를 위해 지원하고 면접 봤다.


나는 더 올라갈 수 있다고 믿었다.

나의 타이틀은 곧 엄마의 자랑이었다.


부모님의 이혼으로 홀어머니 밑에서 자랐다.

가정 주부이던 엄마는 일을 다니기 시작했고, 나는 남동생을 보살펴야 했다.


내가 첫 취업이 되었을 때, 엄마가 무척 기뻐하셨다.

그리고 여기저기 자랑하셨다. "우리 딸 oo회사 취업했어!" 아마 그때 나도 같이 행복했던 거 같다.

그때부터 엄마가 더 자랑할만한 회사를 다니고 싶었다.

그리고 그때서야 나도 내 삶에 자신이 생겼던 거 같다.


그렇게 여러 번의 이직이 나에게 준 건, 회사 이름뿐이었다. 더 나아진 건 없었다. 비슷한 연봉, 비슷한 직급이었다.

한 회사에 오래 있었던 친구들은 연봉도, 직급도 잘 올랐는데, 나는 제자리였다.

고만고만한 력으로 이직하니, 회사 입장에서도 평가할 시간이 필요했을 거라 생각한다.


근데 그 모든 걸 나는 아이를 낳고 쉬면서 알게 되었다.

내가 그렇게 놓지 못했던 타이틀이 사실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걸,


지금 나는 결혼을 했고, 회사를 2년을 쉬었고, 아기를 낳은 엄마가 되었다.

나의 재취업에는 타이틀은 없었다.


아이를 등. 하원 시켜야 하니 집에서 가까워야 하고, 교통이 편리해야 한다.

야근이 없고, 월급이 그나마 괜찮으면 됐다.


참 이런 회사 찾기 쉽지 않다.

내가 면접을 보면서 가장 많이 들은 이야기는

"아이는 어린이집 다니나요?", "등, 하원은 누가 시키나요?", "야근이 가능한가요?"


면접 볼 때 '아 내가 아기 엄마구나'라고 새삼 깨달았다.


지금은 내가 원하는 조건들에 맞는 회사를 다니고 있다.

이 회사를 찾기까지 나는 4개월이 넘게 구직사이트를 검색하고, 지원하고 면접을 봤다.


가끔 생각한다.

그때 나는 왜 그렇게 남들 평가에 아등바등 살았을까.

사실 별거 없는데, 그냥 행복하면 되는데..

조금의 여유도 없었던 내 삶에게 미안하다.

'지금 나는 이렇게 마음 편히 잘 살고 있으니, 너도 그만 편하게 살아'라고 말해주고 싶다.


"네가 지금 아등바등 살아도, 어차피 난 이렇게 살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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