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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지 Sep 09. 2021

[스칼렛 요한슨 특집] : 결혼 이야기

소덕소덕 : 소심한 덕후들의 소소한 덕질 라이프 18화

팟캐스트 18화는 여기에서 들을 수 있습니다. 


스칼렛 요한슨의 필모, 그리고 연기

지난 화에 이어 스칼렛 요한슨 특집으로 진행하는데요. '블랙 위도우'로 워낙 유명한 스칼렛 요한슨이기에, 지난주에 다뤄주신 <블랙 위도우>는 스칼렛 요한슨의 필모 중 가장 주목받은 캐릭터를 다룬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저는 그렇기에 더더욱 블랙 위도우의 캐릭터를 잊게 만든 작품에 대해 다뤄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배우로서 연상되는 한 캐릭터가 있다는 건 좋은 일일 수도 있지만, 다양한 작품을 해야 하는 배우의 입장에서는 부담도 될 수 있다고 생각이 들었거든요. 어떤 강한 한 캐릭터를 벗어나, 배우로서 다양한 필모를 쌓아가고, 연기력을 인정 받는 것도 배우로서는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이 들었거든요.

알고 계신 분들도 많겠지만 스칼렛 요한슨은 어린 시절부터 연기 활동을 해온 아역배우 출신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다양한 작품을 하며 탄탄히 필모그래피를 쌓아갔죠. 그녀는 MCU 영화들로 세계적인 스타가 되었지만 그 이전에 다양한 필모를 쌓아갔던 탄탄한 연기력을 갖춘 배우이기도 합니다.

저는 한편으론, 마블 영화의 유명세 때문에 그의 연기력에 대해서는 다뤄지지 못하는 것 같아서 안타깝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번 스칼렛 요한슨 특집으로 작품을 선택하며, '스칼렛 요한슨'이라는 배우의 연기를 새삼 주목해서 볼 수 있었고, 그 연기와 함께 인상 깊었던 작품을 선택해 이야기를 나누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선택한 영화는 바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로 제작된 <결혼 이야기>입니다. 2019년 개봉한 노아 바움백 감독의 영화로, 스칼렛 요한슨과 아담 드라이버 주연의 영화입니다.


결혼 이야기, 그리고 스칼렛 요한슨

영화 <결혼 이야기>의 시작은 결혼의 끝에서 비로소 다시 시작되는 이야기라고 소개하는 영화 소개처럼, 결혼의 끝인 이혼 과정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스칼렛 요한슨이 연기한 주인공 니콜과 아담 드라이버가 연기한 찰리는 극단의 대표 배우와 감독입니다. 니콜은 배우로 주목받던 시기 찰리와 결혼하고, 이후 상업적 작품 활동을 접고 그와 극단을 시작하죠. 극단은 처음에는 니콜의 유명세로 세간의 관심과 화제를 모았지만 자연스레 찰리의 실력도 인정받게 됩니다. 그러나 니콜은 점점 빛을 잃어가는 자신을 느끼며, '가족을 위한 것'이라 생각하며 희생했던 것들을, 더이상 자신을 희생시키지 않기로 결심합니다. 자신의 세계를 지키고자 결심을 한 거죠. 그렇게 니콜은 이혼을 결심하고 찰리는 지금까지와 달라진 니콜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이혼을 준비하며 따로 살기로 한 두 사람은 여러 현실적인 문제를 마주하게 됩니다. 뉴욕에서의 생활을 정리하고 프로그램에 캐스팅 되어 나고 자란 LA로 향한 니콜과, 이혼을 하더라도 뉴욕의 터전을 유지하고 싶어하는 찰리의 의견은 쉽게 좁혀지지 않았던 거죠. 그리고 결국 둘은 변호사를 선임하게 됩니다.

이러한 결혼에 관한, 이혼 과정을 통해 결혼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 <결혼 이야기> 속에서 스칼렛 요한슨의 연기는 더욱 빛납니다. 개인적으로 영화 속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두 인물의 갈등이 폭발하며 갈등이 치닫는 대화 장면입니다. 그 장면에서 둘은 마치 연극을 보는 듯 치열한 연기를 보여줍니다. <결혼 이야기> 속의 생생하고 살아있는 두 캐릭터의 갈등 장면은, 두 배우들이 이해한 캐릭터를 기반으로 즉흥적으로 찍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생생했습니다. 하지만 스칼렛 요한슨의 인터뷰를 찾아보니, 이 영화에서는 단 한장면도, 대사 한 줄도 즉흥적인 것이 없었다고 합니다. 그만큼 감독과 배우들이 철저하고 치밀하게 계획하고 준비했다는 거겠죠. 그리고 한 장면을 찍기 위해 30-40번의 take를 찍기도 했다고 전합니다.

어쨌든 저는 이 장면을 비롯한 몇몇의 인상적인 <결혼 이야기> 속 씬들을 보며, 스칼렛 요한슨의 배우로서의 매력을 느끼게 되었어요. 아, 이혼 전문 변호사를 찾아가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니콜, 스칼렛 요한슨의 연기도 인상적이었어요. 어쨌든 잘 짜여지고 준비된 이 장면들을 통해 스칼렛 요한슨이라는 배우의 연기력을 보게 됐고, 그의 매력을 더 알게 됐죠.



사실 스칼렛 요한슨 배우가 연기했던 영화 중 제가 처음 봤던 것은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라는 작품이었습니다. 그 영화 속에서는 그다지 배우에 대한 큰 인상은 받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조연으로 연기했던 최근작인 <조조래빗>이라는 작품에서도 그렇고, <결혼 이야기>까지 이어지는 그의 필모를 보노라면 연기자로서의 매력을 점점 더 크게 느끼며 배우의 매력을 발견하게 됐습니다. MCU에서 너무나 큰 사랑을 받은 블랙 위도우의 배우로, 그 캐릭터의 인기는 배우에게는 기쁨이었겠지만 동시에 어떤 짐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큰 사랑을 받은 만큼, 배우로서는 그 이미지를 다른 작품에서는 또 다르게 벗어버리고 바꾸어야 한다는 부담감이 들 수 있을 것 같거든요. 하지만 이런 염려는 <결혼 이야기>를 보면 금방 벗어버릴 수 있습니다. 세계적인 스타이기도 하지만 자신은 배우라는 것을 이 영화를 통해 톡톡히 보여주는 연기를 선보였거든요.

그리고 스칼렛 요한슨은 그 연기로 2020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결혼 이야기>로는 여우주연상 후보로, <조조래빗>으로는 여우조연상 후보로 동시에 노미네이트 되기도 했습니다. 아쉽게도 두 부분 모두 수상하진 못했지만요. 여담이지만 이때 여우조연상은 <결혼 이야기>에 변호사 역할로 열연한 로라 던에게 돌아갔습니다.


이혼 이야기가 아닌, '결혼' 이야기?

결국 영화 내내 다루고 있는 주요한 이야기는 '이혼'에 대한 갈등입니다. 그렇지만 영화의 제목은 '이혼 이야기'가 아닌 '결혼 이야기'죠. 왜 그럴까요? 저는 그 이유를 먼저 이혼이라는 지난한 과정을 통해 결혼이라는 제도의 의미에 대해서 생각하게 하기 때문이라는 점에서 찾고 싶습니다. 이혼의 지난한 과정 속에서 지난 결혼 생활을 돌아보며, 서로가 겪어왔던 결혼 생활을 반추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결혼 이야기'가 아닐까 합니다. 스칼렛 요한슨은 이를 이혼이라는 과정을 통해 이야기 되는 사랑 이야기라고 설명합니다.

비슷한 결의 또 다른 이유로는, 영화 <결혼 이야기>와 관련된 인터뷰를 찾아보다, 스칼렛 요한슨이 인터뷰 때 한 인상 깊은 말을 통해 생각해보았습니다. 보통 사람들이 이혼을 하게 되면 결혼 생활이 실패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하며, 하지만 이혼을 했다는 것이 지난 10년간, 혹은 몇 년간이든 그 기간 전체가 실패했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자신은 그 이야기가 이 영화에 담겨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죠. 그런 점에서 이 영화는 이혼했다고 해서 그 결혼 이야기가 실패로 귀결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말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요?

감독도 이혼을 경험했고, 스칼렛 요한슨 그리고 조연으로 등장하는 로라 던이라는 배우도 이혼을 경험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감독은 자신의 경험만이 아니라 배우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영화 속에 결혼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었다고, 그렇게 배우들과 함께 만들 수 있었다고 말하기도 했죠. 그런 만큼 영화를 만드는 과정에서도 서로 많은 이야기를 나눴던 것 같습니다. 영화의 대본이 다 나온 상태에서 캐스팅을 했던 것이 아니라, 아이디어만 가지고 배우들을 캐스팅하고 그 이후에 이야기를 나눴다고 하더라고요. 우연인지 필연이었는지 모르지만 당시에 스칼렛 요한슨은 이혼 과정 중이었고요. 그 덕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지만, 영화의 각 인물은 생동감 있는, 살아 있는 이야기를 가진 한 명 한 명의 캐릭터 같았습니다. 저는 이 살아 있는 것 같은 생생한 캐릭터들의 대화들이 바로 영화 <결혼 이야기>의 백미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 영화의 이러한 장점이 훌륭한 대본과 연출, 그리고 배우들의 훌륭한 연기로 좋은 합을 이뤘기 때문에 두드러졌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참 잘 만들어진 영화라고 느꼈거든요.



+ 덧 ) 앞서 언급했던 명장면을 직접 감상해보시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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