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스포쟁이 뚱냥조커
Jun 08. 2019
새벽감성 조커의 회상일기 190521
히루루크와 도르돈. 정치철학
새벽감성 조커의 회상 일기 190521 히루루크와 도르돈
그만. 너희들의 무기로는 날 죽일 수 없어. 인간이 언제 죽는다고 생각하나? 불치의 병에 걸렸을 때? 아니. 심장이 총알에 뚫렸을 때? 아니. 맹독 버섯 스프를 마셨을때? 아니... 사람들에게서... 잊혀졌을 때다. -히루루크
병든 나라도... 치유받을 수 있나? -도르돈
물론이지. 의지를 이어받는 자가 존재하는 한... 건배! 썩 좋은 인생이었다! -히루루크
만화 원피스를 세계적인 명작으로 만든 명장면들 중에서도 쵸파의 아버지 돌팔이 의사 히루루크의 죽음은 첫째로 손꼽히곤 한다. 원피스를 보지 않은 사람조차도 저 장면은 짤방으로 퍼져서 아는 사람도 있으며, 심지어 어떤 네티즌은 대학교 철학 강의 시간에 교수가 죽음에 대해 물으니 ... 히루루크의 저 대사로 응답하자 철학 교수가 감격해서 A학점을 받았다는 전설같은 이야기도 지금도 주기적으로 인터넷 커뮤니티에 떠돌곤 한다.
물론 나도 히루루크의 저 대사에 감동받았다.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드럼 왕국의 수비대장인 도르돈의 저 대사. 병든 나라도... 치유받을 수 있나? 라는 말에 왠지 내 두개골에 사무치곤 했다. 그 어린 내 중고딩 때에도 히루루크보다도 도르돈의 말이 더 가슴에 스치는 뭔가가 있었던 것이다. 부끄럽지만 난 10대 시절 그야말로 불행자랑 배틀의 최전선을 달리는 자기 연민과 혐오의 비빔밥이었다. 그 대부분은 내 출생과 환경 때문이라고, 그리고 이 나라가 뭔가 잘못되었다고 이런 세상에서 태어나고 싶지 않았다고 살고 싶지 않다고. 서른이 넘어도 이 중이병적 의문의 본질은 여전히 유효하다. 그렇기에 어쩌면 수많은 공부 중에서도 죽었다 깨나도 돈 한푼 안되는 철학 중에서도 정치철학을 계속 공부하게 되고 글을 쓰게 되는 것은... 한 선생님이 술김에 말해준 충고처럼 정말 내 운명일지도 모른다. 이제 니체의 잠언처럼 내 운명을 사랑하며 아모르파티의 춤을 출 시간만이 남아 있는지도. 모르겠다. 아직도 모르고 싶다. 해가. 아직 뜨지 않았다.
추가. 한국 번역이라 절묘하게 가능한 것이. 도르돈의 대사 병든 나라도... 에서 병든 '국가'도 또는 병든 나(자신)라도 둘 다 가능한 독해가 아닐까. 어쩌면 이런 오독이 해석을 더 풍부하게 한다고 장려하는 현대 비평의 창조적 오독의 가능성이 아닐까 일끝나고 치킨 너겟과 새벽 공기에 취한 김에 자뻑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