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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포쟁이 뚱냥조커 Mar 22. 2024

술, 중독 끊기는 어린 왕자처럼-도서관 보물찾기

어린 왕자처럼 그저 조용히 훌쩍


술 생각이 없었다가도 한잔 생각나는 불금의 밤.


집 오는 길에 맥주라도 마실까 편의점을 들리다가


그다지 내키지 않아 제로콜라를 고른다


마시지 못한 술을 생각하다가 어린왕자를 떠올렸다





여러 별을 떠돌다가 주정뱅이의 별에 도착한 어린왕자. 술 먹는다는 사실이 부끄러워서 그걸 잊으려고 계속 술을 마시는 알코올중독 그 자체인 주정뱅이를 보며 어린왕자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누군가는 대체 어떤 술을 마시길래 모든 것을 잊을 수 있을 정도로 좋은 술인지 궁금했을 것이다. 어떤 사람은 주정뱅이는 그저 술을 좋아하다가 몸을 망치는  멍청이에 불과하다고 욕할 것이다. 또 다른 사람은 저 사람은 대체 어쩌다가 계속 술을 마실 정도로 모든 것을 잊고 싶었을까 술을 찾게 된 처음의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안타까웠을지도 모른다


호기심이든 경멸이든 동정이든 들 나름의 타당한 이유가 있는 마음이다. 하지만 어린왕자는 주정뱅이의 술먹는 변명을 듣자 더이상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저 다음 별로 떠난다.


그건 물론 어린왕자가 순수한 아이이기에 술과 주정뱅이에 대해 호기심도 경멸도 동정도 없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리고 그런 순수한 마음이 바로 뭔가에 중독되었을 때 확실하게 끊어내고 벗어날 수 있는 비결인 건 아닐까


순수한 마음이라 하니 사회에 찌든 어른은 절대 불가능한 무언가처럼 들리기도 한다. 하지만 그건 그리 어렵거나 복잡한 무언가가 아니다. 어린왕자는 그저 여러 별을 돌아다니면서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사는지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 알기 위해 여행을 떠났다. 이전에 들린 학자의 별에서나 사업가의 별에서나 어린왕자는 그들의 사는 모습을 보고 이야기를 듣고서는 다음 별로 떠났다. 그게 어린왕자의 여행의 목적이었고 어린왕자는 순수하게 목적에만 충실하다.


술이든 도박이든 게임이든 다른 중독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타인과의 친교든 순간적 쾌감이든 처음의 그 순수한 목적에만 충실하다면, 사실 굳이 중독의 길로 빠져들 필요는 없다. 다들 치킨같은 맛있는 걸  좋아하지만 어떤 인간도 한 번에 치킨 100마리를 먹는 과식은 그저 고통일 뿐이듯이, 맛있는 걸 먹는다는 처음의 목적을 달성하면 이상한 과욕을 부리지 말고 그저 떠나는 것이다. 물론 누구나 실수를 하고 과욕을 부릴 때도 있지만 과식하다가 배탈나면 그 다음부턴 조심하면 되는 거니까...


그래서 나도 20대시절 매일밤 홀짝이던 맥주 대신


그저 알싸하게 시원한 제로콜라를  마셔본다


내가 맥주로 원하던 건 취함이 아니라 그저 탄산을 목넘기는 상쾌함이란 걸 이제는 아니까.


모두가 힘든 일들 상쾌하게 넘겨버리는 밤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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