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에서 온 구미의 한 노동자를 추모하며
그저 이 열탕 지구에서 사라지고만 싶은 몸과 마음
나만의 또는 서울시민 모두의 무료 욕조를 찾아서
관악계곡의 냉탕에서 미지근한 맥주를 넘기며
오늘도 하잘것없이 잉여스러운 백수가 되려는데
올해도 또 씁쓸한 여름 뉴스가 온몸을 스쳐간다
한국인들은 폭염으로 모두 1시에 퇴근한 가운데
홀로 네시에도 일하던 한 베트남 노동자의 과로사.
계곡에서 맥주가 미지근하다고 불평한 내가
바보같고 죄스러워지는 마음으로 젖어든다
나도 쿠팡 물류창고에서 수많은 여름날을 넘겼지만
매번 매일이 그저 현세의 초열지옥
그 땀냄새와 수증기의 노동과 고독...
제발 휴식, 법정 의무휴식을 지키는 세상은 언제쯤
부디 그가 이제는 고국 베트남에서 평안하기를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